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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시_도비라

 

짧은 몇 마디로 공감을 나눌 수 있는 것, 바로 ‘시(詩)’ 아닐까 합니다. 마음속에 간직한 시 한 구절에 힘과 용기를 얻기도 하고, 따뜻함도 느낄 수 있으니 말이죠. 1980년대만 하더라도 ‘시의 전성시대’였습니다. 시집이 밀리언셀러로 등극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인기가 한동안 주춤하더니 다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SNS 글쓰기 열풍을 타고 ‘SNS 시’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까지 등장했는데요.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짧은 글로 표현하며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고 있죠.

 

청춘, 시에 취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위 구절은 여러분도 잘 아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입니다. 지난 2월 영화 ‘동주’의 개봉만큼이나 관심을 받은 게 바로 그의 유고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초판 복각본이었는데요. 출간 이후 각종 온⋅오프라인 서점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며 초판본 시집 열풍을 불러일으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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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윤동주 시인의 시집이 서점가에 즐비하게 쌓여있다 (우) 초판 복각본 열풍이 불면서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백석의 ‘
사슴’ 등이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주로 구입하는 사람이 20~30대 독자라는 사실. 초판 복각본이란 원형 그대로 살려낸 인쇄물로 옛 시집의 형태를 복원한 것을 말하는데요. 옛 표지, 서체, 한글⋅한자 병용 표기, 세로쓰기 등 그 시대의 모습이 담겨 있다 보니 호기심 많은 젊은층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젊은층의 관심이 비단 ‘소장용’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시를 통해 위로와 위안을 받고자 한다는 것인데요. 그 시절 청춘의 삶이 윤동주의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죠.

기분 좋은 소식은 시집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심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초’나 박준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한 독서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을 정도. 이뿐만 아니라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과 같은 오래된 시도 다시 읽히고 있는데요. 잘 안팔리던 시집들이 진열대를 장식하고 , 다양한 시집들이 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답니다.

 

SNS, 시를 쓰다 

시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의 SNS 공간이 생겨나면서 사진이나 영상과 함께 짧은 글을 붙인 콘텐츠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SNS 시’라는 새로운 트렌드까지 만들며 시 열풍을 이끌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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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6일부터 3월 13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전시실에서 열린 ‘SNS 시인시대 展'(이미지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SNS 시의 특징은 짧지만 재치 있으면서도 공감을 자아낸다는 점인데요.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 1월 ‘SNS 시인시대 전(展)’을 열어 SNS를 통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죠. 그도 그럴 것이 ‘SNS 시인’이라 불리는 하상욱의 ‘서울시’, 최대호의 ‘읽어보시집’, 글배우의 ‘걱정하지마라’ 등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서울시의 경우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SNS 시가 독자들의 공감을 받는 데는 일상, 추억 등의 소재가 등장하기 때문인데요. 누구나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을 반전 화법이나 감성적 언어로 풀어내 특히 젊은층들이 좋아하죠. 일러스트나 만화, 사진 등을 함께 곁들여 이해하기 쉽다는 점도 SNS 시의 인기 비결. 대표적인 SNS 시인 하상욱,  글배우, 이환천 등은 실제 SNS를 통해 시를 선보이며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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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9일부터 7월 15일까지 마산문학관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디카詩 모음전'(이미지 출처: 창원시립 마산문학관 홈페이지)

SNS 시의 또 다른 형태로 ‘디카시(dica-poem)’라는 장르도 탄생했습니다. 말 그대로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시가 결합된 형태를 말하죠. 아마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글과 함께 SNS에 올리는 일이 익숙하실 텐데요. 디카시는 본 것을 찍고, 느낀 것을 문자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독자들도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답니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짧은 텍스트와 이미지가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독자들이 시에 반응한 것도 아마 이 조건을 만족하기 때문일 텐데요. 그뿐이겠습니다. 마음의 위안을 주고, 틈틈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까지 만들어 주니 점점 빠져들 수밖에요. 그 짧은 문장에 어떻게 우리의 생각이 다 담겨 있는지 놀랍기만 한데요.

여러분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생활 속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시가 될 수 있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일상의 소재들을 꺼내 시 한편 써보는 건 어떨까요? 다른 건 몰라도 낙서하듯 끄적이다 보면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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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e Angna says:

    혹자는 이것은 시가 아니다 라고도 하던데 기존의 무겁고 어렵고 다가기기 힘들어 잘 읽히지 않았던 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또다른 시 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뀌어가면서 잘 적응한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막말이 남무하는 SNS사이에서 조금이나마 자신의 생각을 다듬어서 쓰게되는 SNS시를 응원합니다!

    1. 제일기획 says: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는 게 'SNS 시'의 매력 같아요^^

  2. 앙팡팡 says:

    SNS 시인하면 언급된 하상욱씨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기존의 시에 대한 이미지는 이해가 어렵고 관심이 작은 분야였다면 SNS 시는 공감이라는 강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1. 제일기획 says: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앙팡팡님도 기억에 남는 시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