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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없는 귀한 사진을 보며 그리움에 눈물을 글썽이는 이산가족에게 
마치 재회라도 한 듯한 기쁨을 안겨줄 수는 없을까? 
은 사진으로나마 한 번이라도 가족을 만나면 하는 
이산가족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드리기 위한 전시회로, 
나이 변환 기술을 활용해 북한에 있는 가족의 옛날 얼굴에서 현재 모습을 추출했다.
가슴 벅찬 뭉클함이 함께했던 을 소개한다.

70년 만의 사진 재회

▲ 전시회장 모습

2015년 8월 15일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 
전시회장에 들어선 권영균, 권영보 할아버지 형제가 삼남매 사진 앞에 서자 눈물을 떨구신다.

사진 속에서 70년 만에 만난 누님의 얼굴이 돌아가신 어머니와 너무나 닮았다며, 
“살아는 계시냐”고, “이렇게라도 보니 너무 좋다”고 읊조리셨다. 
그리고 함께 온 딸과 손녀에게 고모할머니라고 소개를 하고는 
사진 앞에서 또 다른 가족사진을 함께 찍으며 참 행복해하셨다.
서른 중반쯤 돼 보이는 여성분은 전시회장을 반쯤 돌았을 때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다. 
한 분 한 분의 사연과 사진이 마음에 박힌다고, 그저 가족이랑 같이 사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 (좌)권영균, 권영보 형제분의 삼남매 가족사진, (우)임화숙 할머니 칠남매 가족사진

1년 전, 권세호 CD팀에서 나온 따뜻하고 멋진 아이디어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긴긴 기다림 속에 지쳐가던 이산가족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다른 많은 이에게는 가족의 소중함을 전하는 전시회로 실행됐다.

광복 70년의 기쁨, 그 이면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시내 곳곳에 대형 태극기가 걸리고 즐거운 축제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기쁨 이면에는 분단 70년의 깊은 슬픔도 함께하고 있다. 
70년 동안 가족을 보지 못하고 살았던 이산가족 어르신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 바로 그 기쁨의 그림자다. 총 12만여 명의 남한측 이산가족 중
현재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은 6만여 명. 그리고 이분들 중 82%가 70대 이상의 고령이기에 
가족을 만나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분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이산가족 상봉.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제 상봉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어르신들은 사진으로라도 북에 있는 가족 얼굴 한 번 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소원을 이뤄드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의 아이디어가 시작됐고, 
KIST가 개발한 ‘3D 나이 변환 기술’과 광고 CG 기술의 만남을 통해 그 소원을 이뤄드리게 됐다.

불확실성의 문을 두드리다

의 진행 과정은 불확실성의 문을 하나하나 열어가는 과정이었다. 
그 옛날에 가족사진을 찍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설령 찍었다 한들 전쟁 통에 사진을 챙긴 분들이 얼마나 될까? 
그 옛날의 낮은 해상도 사진에 3D 몽타주 기술을 적용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렇게 기술을 활용해 북에 있는 가족의 현재 모습으로 
가족사진을 만들어 드리면 이산가족 어르신들이 위안을 얻으실까? 
부질없다 하지는 않을까? 우리의 이러한 아이디어와 선한 의도를
오롯이 믿고 진행해 보자 할 클라이언트가 있을까?

우리 스스로 품었던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무척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연락을 드렸던 2000명의 이산가족 어르신들 중 
약 1%인 23명이 약 70년간 간직한 사진을 갖고 있었고, 그 소중한 사진을 내어주며
사진으로라도 북에 있는 가족의 현재 모습을 보고 싶다 하셨다. 
그리고 여러 가지 기술의 결합으로 70년 전 사진 속 인물이 현재의 모습으로 변환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삼성그룹에 이번 프로젝트 아이디어의 가치를 인정받아 
마침내 현실로 이어질 수 있었다.

특별한 가족사진의 탄생

의 중심에 있는 특별한 ‘가족사진’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먼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서 약 2000명의 이산가족에게 
본 프로젝트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드리고 사진 보유 여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사진을 보유하고 있는 분들의 자택에 직접 찾아가서 
이산 당시 상황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70년 전 찍은 가족사진을 확보했다.
자택을 방문하고 보니 이미 제3세계를 통해 북측 가족의 사진을 받았거나 
공식 상봉을 통해 북측 가족을 만난 분들도 계셨는데 이분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런 과정 끝에 최종 23명의 주인공이 선정됐다. 
이분들께 받은 사진은 드럼 스캐닝을 통해 최대한 스캔의 퀄리티를 높였고,
이 스캔본을 KIST로 보내 70년 후의 몽타주로 변환했다. 
변환된 몽타주는 광고 CG 기술을 통해 실사로 구현했다. 
그리고 23명의 주인공을 한 스튜디오에 모셔 사진 촬영을 했고, 
이 사진은 변환된 북측 가족의 사진과 만나 한 장의 가족사진으로 70년 만에 다시 탄생했다.

▲ (좌)나이변환과정, (우)김춘성님과 여동생의 before-after 가족사진

‘진짜’ 콜라보레이션의 미학

어느 해부터인가 패션·마케팅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유행이 됐던 단어가 ‘콜라보레이션’이다. 
하지만 무늬만 콜라보인 경우를 심심찮게 본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은 ‘진짜’ 콜라보레이션의 힘을 보여준
프로젝트였다고 말하고 싶다. 권세호 CD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팀,
GCSC(Good Company Solution Center)의 
그간 쌓아온 내공이 아낌없이 발휘됐던 시간.
권세호 CD팀은 아이디어가 멋진 제작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밤낮없이 고민했다. 
보다 좋은 퀄리티의 사진 스캔 기술을 찾았고, KIST에서 변환한 몽타주를 
실사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알아냈다. 
또한 의 프로세스를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영상의 스토리를 수십 번 다듬었다.
GCSC는 2014년 출범 이후 쌓아온 두터운 대외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이산가족 이슈를 주관하는 대한적십자사와 3D 나이 변환 기술을 개발한 KIST와의 
공동 작업을 훌륭하게 이끌어, 본 프로젝트의 출발과 실행을 가능케 했다. 
커뮤니케이션디자인팀은 클라이언트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삼성그룹에 을 제안해 실행으로 이끌었고, 
전시회 및 영상, PR 등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기획하고 리드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이런 업무적 협업을 넘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진심의 콜라보레이션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었을 때가 많았음에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그 간절한 
이산가족 어르신들의 눈빛을 이미 보았기에 그만둘 수 없었던 마음….
그 마음이 있었기에 긴 시간 준비된 이번 프로젝트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고, 그 마음에 감사한다.

23명의 주인공

의 주인공은 스물 세 명의 이산가족 어르신들이다. 
처음 이분들의 자택을 찾아갈 때만 해도 낯선 곳에 낯선 분을 찾아가는 데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물론 이분들도 얼굴 모르는 젊은이가 찾아오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으셨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과 최고의 인생 스승을 만난 듯한 느낌이다. 
어떤 제일러와 어르신은 하루에 한 번씩 꼭 통화를 하는 
진한 우정(사진전 당일에는 점심 사먹으라고 용돈도 주셨다!)을 쌓았고, 
모 제일러는 아끼던 팔찌를 선물받기도 했다.

이렇게 자주 뵙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캠페인 외적으로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바가 참 많았다. 
그중 특히 인상 깊었던 할머니의 일화를 공유하고 싶다. 
할머니는 참 고운 분이셨다. 기품과 여유가 넘쳤고,
고생이랑은 거리가 먼 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촬영 날 점심을 함께 먹다 남편이 큰아들 열두 살 때 돌아가셔서 
정말 힘들게 사남매를 홀로 키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인생이 담겨 있다고들 하던데,
이분의 곱고 기품 있는 인상은 고생은 많았지만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온 
팔십 인생이 만들어낸 가장 정직한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생을 잘 사는 것은 훨씬 더 중요하리라.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사느냐가 켜켜이 쌓여 우리의 70년 후 얼굴과 인생을 만든다는 것이 
이번 의 번외 편 레슨런드가 아닐까 싶다.

에필로그


8월 7일 삼성그룹과 제일기획 SNS를 통해 공개된  티저 영상은 
많은 이의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고, 언론에도 보도되며 호평을 이끌었다.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렸던 광복 70주년 특별사진전 은 
전시기간을 연장할 수 없는지 문의를 수없이 받으며 23명의 주인공, 다른 이산가족분들,
일반 관람객분들의 호평 속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또한 전시 종료 후에도
이에 대한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이 전시회 모습을 담은 영상도 공개했다. 
이렇게 은 마무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여전히 6만여 명의 이산가족분들에게는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산가족분들의 소원이 진정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관심과 작은 행동들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 속에 우리가 
을 준비하던 진심이 작게나마 위로가 되고 하나의 디딤돌이 됐다면,
많은 제일러가 함께 고민하고 고생했던 시간이 충분히 가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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