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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 조성흠
향후 5G 서비스 상용화에 힘입어 우리 일상생활에 새로운 혁신을 안겨줄 실감형 콘텐츠. 
현재 실감형 콘텐츠 개발이 어디까지 왔으며, 
실감형 콘텐츠가 정착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Painted Pixels에서 Tangible Bits 시대로


매년 1월경 미국 유타 주(州)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독립영화계의 축제인 ‘선댄스 영화제’가 열린다. 
31번째를 맞은 올해 영화제에는 1만 2166편의 작품이 출품됐을 뿐만 아니라 
니콜 키드먼, 키이라 나이틀리 등 유명 배우들이 찾아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상영작도, 배우도 아닌
가상현실(VR) 비행 시뮬레이터 ‘버들리(Birdly)’였다. 


 ▲ VR 비행 시뮬레이터 ‘버들리(Birdly)’
HMD(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1m 높이의 기기에 올라타면 
익숙한 도시 풍경이 눈 아래 펼쳐진다. 
날갯짓을 하면 위로 올라가고 방향도 자유자재로 바꾸는 등 
마치 새가 된 듯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1세기 호접몽이다. 
사람들은 2분여간 하늘을 날기 위해 2시간의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았다.
버들리처럼 다른 대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거나 혹은 영상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생생함을 주는 콘텐츠를 ‘실감형 콘텐츠’라고 한다. 
가상현실, 증강현실(AR), 오감미디어, 홀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실감형 콘텐츠다. 
실감형 콘텐츠의 등장은 ‘화려한 픽셀(Painted Pixels)’ 시대에서 
‘생생한 비트(Tangible Bits)’ 시대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화려한 픽셀 시대의 콘텐츠가 정해진 스크린 안에 영상물을
현실감 있게 재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생생한 비트 시대의 콘텐츠는
오감을 자극해 마치 영상물 속에 직접 들어가 있는 것 같은 현장감과 몰입감을 준다. 
따라서 실감형 콘텐츠 시대에 우리는 콘텐츠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각(Multisensory)을 이용해 체험한다.
특히 차세대 네트워크로 주목받는 5G의 등장으로 실감형 콘텐츠가
우리 곁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5G는 기존 4G 네트워크 대비, 속도는 300Mbps에서 100Gbps로 약 300배 이상
빨라지고, 지연 시간은 20ms에서 1ms로 짧아진다.
시각 정보뿐 아니라 오감 정보를 모두 전달하는 실감형 콘텐츠는 그만큼 
대용량의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 같은 네트워크의 진화가 전제돼야 한다. 
한 예로, 홀로그램급 모바일 실감 미디어에 대한 소요 트래픽은 
3D 컬러 영상 및 입체 음향 기준으로 약 500Mbps 수준으로 추산되며, 
이는 4G 네트워크로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즐길 거리’로서의 실감형 콘텐츠


현재 실감형 콘텐츠가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게임. 
1970년대 처음 오락실 게임이 등장한 이후 1990년대 들어 비디오 ·PC게임,
콘솔게임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게임을 할 때 몰입감이 점차 높아졌다. 
여기에 VR은 유저들에게 게임 속에 직접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게임업체들이 관심이 많다. 


 ▲ (좌)오큘러스 VR이 개발한 HMD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우)소니 ‘프로젝트 모피어스’ ⓒdigitaltrends.com
VR 장비업체 오큘러스(Oculus)에서 개발한 HMD 리프트도 
가장 좋은 환경에서 비디오 게임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했을 정도다. 
소니도 내년 초 VR 헤드셋인 ‘모피어스’를 공개하고, 플레이스테이션과 연동해 
새로운 차원의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좌)삼성 기어 VR로 상영한 ⓒFelix&Paul Studios, 
(중앙), (우)로버트 스트롬버그 감독이 제작하는 VR 콘텐츠 ⓒVRC
영화 부문에서도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한 색다른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선댄스 영화제, 트라이베카 영화제 등 국제적인 영화제에서
VR로 제작된 영화들이 다수 공개됐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4명이 만든 버추얼리얼리티컴퍼니(VRC)는 
스티븐 스필버그, 리들리 스콧 등 거장들과 협업해 다양한 VR 콘텐츠를 제작하며 
실감형 콘텐츠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 삶에 더 가까이 들어오는 실감형 콘텐츠


게임,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와 만난 실감형 콘텐츠로 우리의 ‘즐길 거리’가 진화했다면, 
다른 분야와 접목한 실감형 콘텐츠는 우리 실생활에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는 VR을 이용해 독자들에게 사건 현장에 나가 있는 것 같은 
생생한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이게 바로 VR 저널리즘이다. 
특히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야 하는 르포나 다큐멘터리 기사가 VR과 만나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생생함이나 생동감은 극대화된다.


 ▲ (좌)가 최근 제공하기 시작한 워킹 뉴욕 서비스 ⓒnytimes.com, 
(우)BMW의 증강현실 고글 ‘미니 어그리멘티드 비전’ ⓒBMW GROUP
가 최근 제공하기 시작한 ‘워킹 뉴욕(Walking New York)’이라는 
서비스는 프랑스 예술가가 뉴욕의 이곳저곳을 촬영해 제작한 VR 콘텐츠다. 
의 시도는 기존 미디어가 문자나 영상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데 있어 
맞닥뜨렸던 한계를 VR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BMW는 AR을 이용한 새로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선보였다.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는 지난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AR고글’을 소개했다. 
이 고글은 BMW와 퀄컴이 공동 개발한 것으로,
차량을 둘러싼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운전자에게 적시에 정보를 제공한다. 
운전자가 고글을 쓰면 전면 유리창에 목적지까지 길 안내,
현재 차량 속도, 도로 제한 속도 등이 표시되는 식이다. 

또 하나 특별한 기능은 ‘엑스레이 비전(X-ray Vision)’이다. 
고글을 쓴 운전자가 시선을 문 쪽으로 돌리면 
차량 밖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이 고글로 전송돼, 
마치 엑스레이 투시 영상을 보듯 차량 밖 상황을 볼 수 있다.
운전자의 시야를 확장해주는 이 기능은 보행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운전자가 주차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감형 콘텐츠의 핵심은 ‘콘텐츠’


실감형 콘텐츠는 꽤 오래전부터 미래 사회를 상상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단골 기술이다. 
하지만 기술이 우리의 상상력을 따라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우선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져야 한다. 
실감형 콘텐츠 중 가장 친숙한 VR만 하더라도 여전히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 대한민국 최초의 홀로그램 공연장인 K-live ⓒkt
VR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착용해야 하는 HMD가 무거울뿐더러
장시간 사용할 경우 구토와 현기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홀로그램을 이용한 텔레컨퍼런스가 
실생활에 적용되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적인 문제 해결이 실감형 콘텐츠 확산을 막는 걸림돌을 해소하는 것이라면, 
매력적인 콘텐츠의 등장은 실감형 콘텐츠가 확산될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홀로그램 공연장인 K-live가 한 예다. 
K-live는 빅뱅, 2NE1, 싸이와 같은 ‘K-Pop’을 활용한 홀로그램 콘텐츠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영국 국립 자연사 박물관과 협력해 
기어 VR을 통해 해양 생태계를 체험하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 콘텐츠와 차별화된 무언가를 소비자들에게 줄 수 있을 때 실감형 콘텐츠는 
일회성 볼거리가 아닌, 새로운 콘텐츠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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