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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내리쬐는 햇볕과 숨이 턱턱 막히는 습도.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저절로 짜증 지수가 높아지는 여름입니다. 이런 날에는 일에 계속 몰두하기보다 때때로 휴식을 취해줘야 하는데요. 잠깐의 휴식은 여름철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업무 효율성도 높여주죠.

오늘은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도심 속 한옥카페 세 곳을 찾아가 보려고 하는데요. ‘쉼’이라는 단어가 무척 잘 어울리는 한옥카페로 함께 떠나볼까요?

 

한옥에 레트로를 담다 ‘프릳츠커피컴퍼니’

“한옥과 레트로, 잘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가 만났습니다. 옛것이라는 의미에서 한옥과 레트로는 통하는 면이 있지만, 한옥이라고 하면 전통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반면, 레트로는 복고풍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데요.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1층의 ‘프릳츠커피컴퍼니’는 한옥과 레트로를 조화롭게 만들었습니다.”

● 위치: 서울 종로구 운니동 98-9
● 영업시간: 평일 08:00 – 23:00, 주말 10:00 – 23:00

안국역 3번 출구에서 창덕궁 방향으로 걷다 보면 눈에 띄는 건물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곳은 사실 대한민국 현대 건축의 큰 획을 그은 故 김수근 건축가의 건축사무소로 더 잘 알려진 공간입니다.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미로 같이 꾸며진 본관과 유리와 콘크리트로 지어진 현대적 레스토랑, 그리고 2002년에 지은 한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프릳츠커피컴퍼니는 1층 한옥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옥에 자리 잡은 카페’라는 이유만으로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하지만, 프릳츠커피컴퍼니는 개화기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과 식욕을 자극하는 메뉴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현대에는 사용하지 않는 외래어 표기법으로 카페 이름을 지은 프릳츠컴퍼니는 조금 촌스러운 색과 폰트를 사용해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했는데요. 시대극에서나 볼법한 포스터와 상품 패키지 등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프릳츠커피컴퍼니의 명당은 단연 야외 테이블입니다. 실내보다 조금 덥기는 하지만, 처마 밑에 위치한 대청마루 자리는 언제나 인기인데요. 혼자 와서 휴식을 취하기도, 일행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죠. 일행이 많다면 석탑 주변의 야외 테이블에 앉을 것을 추천합니다. 이곳에 앉으면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전경과 담벼락을 가득 메운 담쟁이덩굴을 볼 수 있는데요.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한옥의 전경을 보고 있노라면 몸과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은은한 홍차향에 취하다 ‘프루스트’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학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영감을 얻은 카페 ‘프루스트’는 홍차와 마들렌, 그리고 향기를 판매하는 곳입니다. 프루스트는 홍차와 마들렌 향기로 과거의 기억을 찾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이곳을 찾은 손님들에게 다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한옥을 가득 채운 홍차향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시간과 감정을 더욱 특별하게 간직하게 합니다.”

● 위치: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17-26
● 영업시간: 평일 11:00 – 22:00, 일요일 14:00 – 22:00

최근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낙원상가 뒷골목에는 여러 개의 한옥카페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프루스트는 휴식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인데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한옥에서 향긋한 홍차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죠. 다른 카페와 달리, 프루스트는 홍차를 전문적으로 판매합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로얄 밀크티’인데요. 특히 여름엔 ‘콜드 로얄 밀크티’가 인기라고 합니다.

프루스트는 매일 아침 신선한 홍차를 우려 밀크티를 만듭니다. 그래서인지 이른 시간에 이곳을 찾으면 밀크티 만드는 향을 맡을 수 있는데요. 은은한 향이 한옥을 가득 채워 기분까지 좋아집니다. 또, 프루스트는 설탕 대신 선인장에서 추출한 천연 아가베 시럽을 넣어 밀크티는 만든다고 하는데요. 너무 달지 않아 더욱 매력적이랍니다.

홍차의 맛도 좋지만, 프루스트에 가면 다른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향기 체험’인데요. 프루스트는 다양한 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두어 손님들이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처럼 향기를 통해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향기 체험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하죠. 커스텀 향수 만들기 같은 조향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한옥과 디자인, 그리고 감성 ‘베어카페’

“가장 한국적인 공간에서 만나는 현대적인 감성. 베어카페는 한옥이라는 공간을 현대적 감성과 디자인으로 가득 채운 곳입니다. 한옥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겉으로는 한옥의 멋을 따르고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현대적인 감성과 디자인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위치: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4길 249
● 영업시간: 매일 12:00 – 19:00, 월요일, 화요일 휴무

베어카페는 경복궁 아트홀 뒷길에 있는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이미 인스타그램 명소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서촌의 분위기 있는 한옥카페로 그 명성이 자자하죠.

한옥 주택 한 채를 그대로 개조해 만든 이곳은 주차장과 사랑채, 정원 그리고 본채로 이어집니다. 자그마한 글씨로 ‘bear’라고 쓰인 차고지를 지나면 왼쪽에는 사랑채가, 오른쪽에는 정원이 있는데요. 잘 가꾸어진 정원 곳곳에는 야외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청마루와 실내에도 여러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요. 특히, 대청마루의 좌식 테이블은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휴식하기 좋습니다. 이곳의 메뉴는 다른 카페에 비해 단출한데요. 커피와 차를 모두 합쳐 단 여섯 개의 메뉴뿐이죠. 선택의 폭은 적을지라도 기본에 충실했다는 느낌을 줍니다.

베어카페는 단순히 커피만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데요. 사실 이곳은 킨포크와 베어 매거진을 만드는 ‘디자인이음’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페에는 디자인이음이 발행하는 잡지와 디자인 소품이 전시돼 있죠. 서적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서적을 구매하는 손님에겐 커피나 차 등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휴식도 취하는 1석 3조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지금까지 서울 도심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한옥카페 3곳을 알아봤는데요. 한옥이라는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과 매력이 이토록 다양할 수 있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기분이 나쁠 때는 조급해하지 말아라. 나쁠 때 흠뻑 쉬어두면 좋을 때 한층 더 좋아지는 법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 꼭 어울리는 말 같은데요. 여러분도 더운 여름, 짜증 지수와 씨름하지 마시고 괴테처럼 심호흡을 고르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예술과 향기, 책이 있는 한옥카페에서 흠뻑 쉬어두면 괴테의 말처럼 여러분의 일상이 더욱 즐거워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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