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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조성흠 

사람은 모두 창조자(Maker)다. 
건물을 짓고, 요리를 하고, 자손을 만든다. 
삶이란 주변 환경을 생존에 유리한 상태로 만드는 일의 반복, 
다시 말해 창조의 연속이다. 우리 모두가 창조자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은 우리가 창조자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주장이다.

DIY, 창조적 본성을 자각시키다

18세기 중엽 발명된 증기기관은 공장제 기계 공업이라는 생산 양식을 낳았다. 
20세기에는 단순 소비재 중심이었던 산업 구조가 중화학 공업 중심으로 재편돼 
생산성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그런데 공장이라는 생산 수단에 걸맞게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면 노동 과정을 잘게 쪼개야 했다. 이게 바로 헨리 포드가 주창한 ‘분업’이다. 

분업화는 스스로 창조 과정을 즐기던 인류를 자기 노동의 결과물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산업화는 우리 모두가 창조자라는 자각을 잃게 만들었으며, 노동을 통해 자기를 발견하고 
즐거움을 찾는 일은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꿈같은 이야기가 됐다.

다행히 이런 변화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는데, 1950년대 들어 등장한  
‘DIY(Do It Yourself)’가 바로 그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로든 단지 재미를 위해서든 
사람들은 그동안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사고팔 수 있던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품 생산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통제하면서 사람들은 창조적 본성을 자각했다. 
그래서 홈디포 같은 DIY 시장이 생겼고, 이케아 같은 기업은 DIY를 제품에 녹여 넣었다.

메이커 운동으로 거듭난 DIY

2000년대 들어 대두된 메이커 운동은 DIY 운동의 2.0 버전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생산성을 영위하게 됐다. 
생산성 발전은 DIY에도 영향을 미쳤다. 단순한 취미 생활에 그쳤던 DIY가 
제 3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미국 최대 IT 출판사인 오라일리 미디어 공동창업자이자 ‘웹2.0’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는 ICT 업계에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했다. 고도로 발전한 기술 덕분에
DIY 운동이 전문가나 할 수 있었던 일까지 넘보기 시작했기 때문.

그는 2005년 라는 잡지를 펴내고 이런 움직임에 ‘메이커 운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메이커 운동이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 즉 메이커(Maker)가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메이커는 누구일까. 메이커 운동의 구심점 가운데 한 곳인
테크숍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해치(Mark Hatch)는 에서 
“새로운 만들기를 이끄는 새로운 제작 인구를 가리킨다. 발명가, 공예가, 기술자 등 
기존의 제작자 카테고리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손쉬워진 기술을 응용해 
폭넓은 만들기 활동을 하는 대중을 지칭한다”라고 메이커를 정의했다.

기술 발전, DIY를 제 3차 산업혁명으로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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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운동이 대두한 직접적인 이유는 기술 발전이다. 
이를 통해 개인도 기업 못지않게 높은 생산성을 누리게 됐다. 
수억 원대였던 CNC 밀링머신은 수천에서 수백만 원 정도로 값이 떨어졌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수치만 입력하면 기계가 알아서 강철을 깎아 제품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일반인도 공장에서 만든 것처럼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3D프린터도 빼놓을 수 없다. 
기껏해야 초기 시제품 모형 정도를 만들던 3D프린터는 이제 비행기 부품을 출력할 만큼 발전했다. 
값도 꾸준히 내려 책상 위에 3D프린터를 올려두고 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피규어 제작이나 공예, 
치과 보형물 등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3D프린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그런가 하면 세계 최대 B2B 전자상거래 웹사이트 알리바바에서는 내 제품을 
수십 개부터 수만 개까지 생산해줄 중국 공장을 찾을 수 있다. 도면을 보내고 
신용카드로 제작비를 결제하면 집에 앉아서 내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셰이프웨이즈나 포코즈 같은 웹사이트는 개인이 사기 힘든 값비싼 공업용 3D프린터나 
CNC 밀링머신을 구비해두고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만들어 보내준다. 
개인도 기업처럼 전문적인 생산력을 끌어다 쓸 수 있다는 얘기다.

▲ 개인이 사기 힘든 값비싼 기계를 구비해 
주문한 제품을 만들어 보내주는 셰이프웨이즈 ⓒshapeways.com
컴퓨터 프로그램 발전도 한몫 거들었다.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이 
이제 일반인도 조금만 배우면 쓸 수있을 정도로 쉬워졌다. 전문가용 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은 사진을 리터치하는 일을 통칭하는 대명사가 됐다. 컴퓨터 제도(CAD) 프로그램을 만드는 
오토데스크는 입문자용 프로그램 ‘오토데스크123D’를 아예 무료로 공개했다. 
3D프린터 확산과 메이커 운동에 힘을 보태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시도다.

디자인 프로그램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자 이런 프로그램으로 만든 도면을 
인터넷에 공유하는 곳도 생겼다. 프로그램 개발자가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공유하듯, 
메이커도 각종 도면을 공개한다. 개발자 세계의 오픈소스 운동과 판박이다. 개발자가 프로그램의
뼈대인 소스코드를 공유하고 집단지성으로 이를 발전시키듯 메이커도 도면과 제작 노하우를 
공유하며 제품의 품질을 개선해간다. 이런 이유 때문에 메이커 운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 제조업 운동’이라고도 불린다.

메이커 운동을 물리적으로 지원하는 곳도 여럿 생겼다.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s)라고 불리는 협업 공간이 그곳인데,
물리적으로 장소를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레 교류가 일어난다.

▲ 테크숍 같은 메이커스페이스는 
메이커들이 교류할 수 있는 협업 공간이다. ⓒventurebeat.com

메이커스페이스에 모인 메이커는 각자 자기 제품을 만들면서 다른 사람에게 
아낌없이 노하우를 전수한다. 자기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경험을 알려주고 싶어 하는 속성 
역시 메이커의 특징이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협력하면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제작 비용을 충당하는 일도 협업으로 가능해졌다. 킥스타터 같은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를 이용하면 
초기 제작비를 여러 사람에게 손쉽게 투자받을 수 있다.

제조업의 민주화, 경제 구조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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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운동은 취미 생활이나 수리 정도에 그쳤던 DIY가 산업 수준으로 격상됐음을 뜻한다. 
메이커 운동의 잠재력은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됐다. 미국 신용카드 결제에 혁신을 불러온 
모바일 신용카드 결제단말기(POS) ‘스퀘어’는 메이커 운동의 결과물이다. 

스퀘어 공동창업자 잭 도시와 짐 맥켈비는 너무 혁신적인 아이디어 때문에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이들은 테크숍에서 강의 몇 개를 듣고 나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 앞에서 제품을 시연했다. 완벽한 시연 덕분에 두 사람은 초기 투자금
1만 달러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스마트워치 선두주자인 페블도 메이커 운동 출신이다. 페블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비를 모으기 전에 이미 완벽히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공개했다. 
아이디어에 투자하긴 어려워도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을 보면 투자 결정이 한층 쉬워지는 법. 
스퀘어와 페블은 이런 점에 주목했다. 인터넷이 정보 접근성을 개선해 오픈소스 문화를 일궜듯, 
메이커 운동은 제조업 문턱을 낮춰 제조업을 민주화한다.

▲ 모바일 신용카드 결제단말기 스퀘어와 스마트워치 페블도 메이커 운동의 결과물이다.
ⓒmerchantmaverick.com, en.wikipedia.org

누구나 공산품 수준의 상품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덕에 스퀘어나 페블 같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꽃필 토양이 마련됐다. 메이커는 대량 생산이 필요한 제조 기업과 달리 
맞춤형 상품을 소량으로 만들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다.

‘롱테일’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언론인 크리스 앤더슨은 메이커 운동이 
‘상품의 롱테일 법칙’을 불러와 물리적 생산 과정을 혁신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이커 운동이 불러온 변화는 제조업을 혁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에서 
생산수단과 기술이 일반인에게 분배됨에 따라 중앙집중적 자본주의 경제가 와해되고 
공유경제가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이커 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늘의 DIY가 내일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된다”며 공식적으로 메이커 운동을 후원한다. 
지난해 6월에는 메이커 축제인 ‘메이커페어’를 백악관에서 치르기도 했다. 
20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메이커페어는 전 세계로 확대되는 추세이며, 
2012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열렸다.

▲ 2012년 뉴욕에서 열린 월드메이커페어. 
메이커페어는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kimwerker.com Photo by Kim Werker

우리 정부도 메이커를 육성하겠다고 발 벗고 나선 상태다.
애플, 구글 같은 IT 기업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업으로 성장한 이유는 
인터넷이 정보 유통 비용을 크게 낮춰준 덕이다. IT 산업의 문턱이 낮아진 덕분에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산업 규모로 꽃필 수 있었다. 

이제 제조업 차례다. IT 산업에서 벌어진 혁신이 이제 제조업계에도 펼쳐지려 한다. 
사물인터넷과 제조업 혁신이 낳을 변화는 인터넷이 지금까지 불러온 파장보다 
더 클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벌어지는 현상을 넋 놓고 구경만 할지, 
그 속에 뛰어들어 기회를 찾을지 선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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