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18년의 광고 경력, 노하우를 묻는다면?

광고 업계에 첫발을 뗀 게 2000년이니, 햇수로 18년째 광고업에 종사 중인 장재혁 프로입니다. 현대자동차∙나이키∙유한킴벌리∙삼성전자∙쉐보레 등 다양한 파트너와 업무를 진행해왔는데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초밥을 18년 빚었으면…”. 아마 기술 장인이 돼 있었을 텐데 말이죠. 광고 업계는 얘기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를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 세계’라 정의하고 싶은데요. 그만큼 빠르고, 정답이 없는 부분이니까요. 설령 노하우가 있다면 아마 실패의 경험이 아닐까요?

10월 제일세미나는 혁신이나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흔들려선 안될 ‘본질’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디지털을 필두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랙티브와 모바일도 모자라 최근엔 △빅데이터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등 챙길 요소가 많아졌는데요. 때문에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세상’에 사는 느낌이 들곤 하죠.

 

광고인으로 겪은 실패의 경험 4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몇 가지 주요 키워드를 정리해봤습니다. 가장 먼저 ‘바이럴’이란 단어가 떠올랐는데요. 매체비 없이도 브랜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던 단어죠. 특히 해외에서 날아오는 환상적인 성공 사례는 ‘누구나 바이럴을 통해 브랜드 구축을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에 충분했습니다. “콘셉트는 모르겠고, 뭔가 특이한 바이럴 필름을 만들어주세요”와 같은 요청은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기 쉽죠. 단어의 의미도 퇴색됐고요.

제가 생각하는 바이럴은 강력한 콘텐츠가 퍼져나가는 ‘결과적 현상’입니다. 결코 목적이 될 수 없죠. 담고자 하는 메시지가 빠진 바이럴은 브랜딩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제 실패의 경험을 통해 배운 건 바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겁니다. 바이럴을 통한 결과에 의존하기보다 무슨 메시지를 담을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죠.

바이럴이 지나고 테크놀로지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시대를 관통한 사례 중 QR코드를 빼고 이야기할 수가 없는데요. 몇 년 전 칸에선 “이제는 테크놀로지 그 자체가 아이디어다”, “크리에이티브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등 기술적 요소에 대한 접근이 심도 있게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요즘 QR코드 찍어보신 분, 혹시 계신가요?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제가 느낀 건 기술의 발전만큼 일반 대중의 수용도가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얻은 두 번째 실패의 경험은 ‘호기심’ 자체는 아이디어의 핵심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어떤 기술이라도 마찬가지겠죠.

세 번째는 ‘팔로워’에 대한 얘깁니다. 많은 기업들이 브랜딩을 위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 팔로워를 늘리는 데 혈안이 돼 있는데요. 가끔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SNS의 유지는 누가 할 것이며, 끊임없는 콘텐츠로 팔로워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없는 거죠. 실제 이런 브랜딩은 빅브랜드 외엔 관리가 어려울 만큼 한계를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SNS는 강력한 매체입니다. 하지만 소비자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건, 그만큼 브랜딩이 어렵다는 걸 방증하는 사례가 되겠죠?

통합 마케팅(Integrated Media Communications, IMC)이란 단어 많이 들어보셨죠? 이는 일찍이 1980~1990년대 광고에서 등장했던 개념입니다. 하나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음반과 스페셜 패키지 등도 발매된 제품들도 있었죠.

돌이켜보면 통합 마케팅을 통해 노출이 많은 것과 인기가 많은 것은 결국 별개 얘기입니다. 최근 마케팅 기획이나 공모전 등에선 IMC가 마치 새로운 것인 듯 포장돼 있는데요. 결코 자랑할 만한 새로운 솔루션은 아니란 거죠. 그 안에 담긴 핵심적인 아이디어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매체의 환경은 수시로 변화하고 기술도 진화합니다. 고민의 방향성은 제품과 사람에 대한 본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득(benefit)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핵심이겠죠?

 

캠페인 사례로 돌아보는 ‘본질’의 의미

제가 참여한 대표 캠페인 사례를 통해 앞서 다룬 얘기를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까요? 총 두 개의 캠페인을 소개할 예정인데요. 쉐보레 스파크 캠페인과 삼성전자 QLED TV 인도 캠페인 사례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캠페인은 제일기획 블로그 내 퍼포먼스 탭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creativity] “스파크에는 소중한 사람이 탑니다” : http://blog.cheil.com/23292
● [creativity] 아버지와 딸의 연결고리, 삼성 QLED TV : http://blog.cheil.com/26016

 

먼저, 쉐보레 캠페인을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쉐보레는 두 캠페인을 준비했었는데요. 아래 Route 1은 일종의 통합 마케팅으로 디지털과 ATL(Above The Line) 광고를 통해 ‘스파크는 좋은 차다’란 인식을 주자는 방향성에서 시작했습니다.

매력적인 모델(오혁)을 등장시켜 스파크와 일주를 진행하고, 소비자의 응원과 맛집 추천 등 소통을 담았습니다. 마지막엔 미니 콘서트도 진행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그 여정을 소개했죠. 해당 캠페인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었는데요. 크게 고생한 만큼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워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Route 2는 소비자의 이익에 주목했습니다. 쉐보레 스파크는 2016년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경차 최초 충돌 안전성 최고 등급을 받고 종합 안전성 1등급을 받은 차량입니다. ‘안전성’을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이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던 중 더 깊이있는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사람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조사 중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경차의 경우 구매자와 운전자가 다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며느리 사줬어요, 우리 딸 사줬어요”와 같이 말이죠.)

그렇다고 차를 아무나 사줄 수 있을까요? 소중한 주변 사람,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주로 선물한다는 인사이트를 찾게 되고 ‘스파크에는 소중한 사람이 탑니다’란 메시지로 캠페인이 완성됐습니다. 광고 속에선 소중한 사람을 위해 꼼꼼히 차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모습을 녹여냈죠.

이 광고는 소비자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는데요. 긴 영상이지만 적은 이탈률과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뭐라고 눈물이 나냐…”는 댓글이 문득 기억에 나네요. 뭔가 특별한 게 아닌 우리의 정서, 공감대를 가미한 캠페인이니 이런 부분에서 마케팅의 영감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삼성 QLED TV 인도 캠페인을 소개합니다. ‘TV’ 하면 화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극적으로 보이기 위한 광고를 지속해왔는데요. 이 캠페인은 화질보다 화질을 통해 소비자가 무엇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지 그 가치에 주목했습니다. 화질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죠. 그 해답은 ‘감정’이고, 사람을 연결하는 연결고리라 생각했고요.

축구를 좋아하는 딸이 못마땅한 아버지와 ‘축구 선수’란 꿈을 키워가는 딸 사이의 갈등이 영상 후반 간절함과 감동의 세리머니로 표현되는 광고인데요. ‘Feel the picture. Feel the Love’란 슬로건으로 1억뷰를 돌파하며 ‘소비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 반응에 놀란 캠페인 중 하나입니다.

알파고가 등장하더니 알파고를 이기는 또 다른 인공지능이 등장했다고 하죠?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기술들이 쏟아질까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우린 절대 패닉에 빠질 필요가 없습니다. 답은 언제나 안에 있기 때문이죠. 오늘 소개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광고 속에서 여러분이 그 답을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장재혁 프로의 10월 제일세미나 포스팅이었습니다!



소셜로그인 카카오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