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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흔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질환 중 하나입니다. 2015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약 4%에 해당하는 3억 2200만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고, 그 수치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우울증 치료에 있어 ‘대화’와 ‘드러내기’는 무척 중요합니다. 우울증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며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고 감정 조절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환자 스스로 자신의 증상에 대해 말하길 주저하는 게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우울증으로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에 주목한 제일기획의 영국 자회사 아이리스(Iris), 정신건강 자선 단체인 SANE과 손을 잡았습니다.

 

말 하려는 자 vs 막으려는 자

어둡고 고요한 방 안, 한 남자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앉아 있습니다. 불안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그. 무릎을 움켜진 손에서는 긴장감마저 느껴집니다.

이때,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전화벨 소리가 울립니다. 남자의 표정은 한층 더 심각해지는데요. 깊은 한숨을 내쉰 후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전화기를 집어 듭니다. 입을 떼려는 순간, 돌연 낯선 침입자의 손길이 그의 입을 틀어막습니다. 말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의 숨 막히는 결투, 보는 이들 조차 긴장하게 만드는데요. 남자가 말하려는 것, 그런 그를 필사적으로 막는 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사회적 선입견이 집어삼킨 ‘우울의 공포’

침입자에 의해 침묵 당하는 남자의 모습을 통해 우울증 환자들의 고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LetMeTalk 캠페인은 6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인상을 전합니다. 제작에 참여한 영화감독 유네스 벤알리(Youness Benali)와 유명 사진 작가 랜킨(Rankin)은 ‘선입견’이라는 손에 틀어 막힌 입, 말 못할 비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울증 환자들의 괴로움과 절망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캠페인 발표 후, 온라인에서는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힘을 더했습니다. 영화배우 스테판 프라이(Stephen Fry)를 비롯해 루비 왁스(Ruby Wax) 등 유명인들이 트위터에서 ‘침묵의 날(day of silence)’ 캠페인에 참가한 것인데요. 자신의 SNS에 타이핑 아이콘만 게시한 후 24시간이 지난 뒤에 침묵의 이유를 밝히며 #LetMeTalk 캠페인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 ‘침묵의 날’ 캠페인에 참여한 영국 영화배우 스테판 프라이
(출처: https://twitter.com/stephenfry)

이 밖에도 배우 로스 아담스(Ross Adams), 튜펜스 미들턴(Tuppence Middleton) 등은 자신의 SNS에 낯선 사람의 손으로 얼굴을 가린 사진을  게시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독려했습니다.

▲ #LetMeTalk 캠페인에 참여한 영국 영화배우 로스 아담스(좌)와 튜펜스 미들턴(우)
(출처: https://twitter.com/ross_adams, https://twitter.com/Tuppence )

책 <한낮의 우울>에서 저자 앤드류 솔로몬은 자신의 우울증 투병과 연구를 통해 “누군가와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한결 수월해지는 것이 우울증”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LetMeTalk 캠페인이 사회에 만연한 우울증과 그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작은 변곡점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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