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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생각하는 컴퓨터가 우리 곁에 가까이 왔다. 영화 와 의 인공지능 컴퓨터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한다. 주어진 업무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컴퓨터와 함께 살 날이 멀지 않았다.

‘딥러닝(Deep Learning)’이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데이터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 시대에 데이터를 교과서처럼 학습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통해 변화할 미래의 마케팅 환경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인간의 모습을 한 알고리즘, 딥러닝

지금까지의 컴퓨터는 잊어라! 과거의 컴퓨터는 미리 문제가 정의된 단순 작업을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했지만, 변수가 규정돼 있지 않거나 불확실성이높은 문제를 사람처럼 해결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 얼굴 인식 프로세스. ⓒRSIP VISION

사람들의 얼굴,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것이 과거의 컴퓨터에겐 어려운 일이었지만, 앞으로의 컴퓨터에게는 쉬운 일이 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물체 인식 과정, 즉 보고 듣고 정보를 스스로 학습해 세상을 인식하는 과정을 컴퓨터에 적용했다. 인간의 뇌가 동작하는 방식, 특히 뉴런과 시냅스의 신경 네트워크 구조를 본떠 심화신경망 알고리즘을 모델링했다. 이로써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는 ‘딥러닝’이라는 기술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빅데이터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다

컴퓨터에게 학습을 시키는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의 일종인 딥러닝 기술은 데이터 간의 다른 점을 찾아내 구분 짓는 것부터 시작된다. 딥러닝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패턴을 찾아 사물을 분별할 수 있도록 성장한다. 인간이 현실이라는 빅데이터 안에서 경험을 기반으로 생각하고 분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지금 우리는 데이터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IT 시대에 살고 있다. 일상적으로 하는 검색이나 SNS에 올리는 글과 사진,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수많은 데이터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쌓이는 데이터가 그냥 데이터로만 존재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정확한 분석과 판단을 통해 의미 있는 정보로 변환돼야 한다. 이 상황에서 딥러닝 기술은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인터넷의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해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거나 기업의 수익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인간이 모두 일일이 분석할 수 없기 때문에 딥러닝이 결합된 인공지능은 다가오고 있는 빅데이터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기술일 것이다.

 

딥러닝의 사물 인식 과정

현재 딥러닝 기술의 연구는 이미지 처리를 통한 사물 인식 분야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음성 인식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다. 이 중 사물 인식 과정을 통해 딥러닝의 원리와 특징을 알아보자. 컴퓨터에게 고양이를 알아보게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딥러닝의 핵심은 스스로 학습해 구별하는 능력이다. 먼저 컴퓨터를 스스로 학습시키기 위해 고양이가 포함된 수많은 동물 사진 데이터를 입력한다. 이 과정은 미리 데이터를 투입하는 전처리 과정(Pre-training)이다. 이제 컴퓨터는 사진들을 비교하고 분류한다. 그리고 서로의 특징을 찾아가며 스스로 학습한다. 이는 처음부터 고양이 사진을 따로 주고 학습시키는 지도 학습과 달리, 다양한 동물 사진을 줬을 때 각 동물의 특징을 스스로 학습하는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의 방법이다.


▲ (좌)사람 얼굴, 자동차, 코끼리의 사진에서 추출된 특징 지도. ⓒRSIP VISION, (우)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 사물 인식 구분 결과의 예시. ⓒGoogle(Alex Krizhevsky, Ilya Sutskever, Geoffrey E. Hinton의 논문)

컴퓨터는 투입된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해 특징 지도(Feature Map)를 형성한다. 아주 작은 특징부터 큰 특징까지 추출한다. 얼마나 좋은 특징을 뽑아내느냐에 따라 알고리즘의 성능이 크게 좌우된다. 여러 단계를 거쳐 특징을 추출하는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 알고리즘을 통해 상위계층으로 올라갈수록 어려운 내용을 학습할 수 있다. 다단계로 깊은 수준까지 내려가 학습을 하기 때문에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주어진 데이터에서 특징 지도를 통해 패턴을 찾고, 인간이 사물을 구분하듯 데이터를 분류하게 되면, 컴퓨터는 새로운 사진을 보고 이것이 고양이인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컴퓨터 성능이 필요한데, 최근 GPU 병렬 컴퓨팅의 발전으로 딥러닝 알고리즘의 구현이 가능하게 됐다.


글로벌 기업들이 딥러닝을 대하는 자세 

딥러닝은 MIT가 선정한 10대 혁신 기술이고 가트너가 주목해야 할 기술로도 선정됐으며, 현재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 구글, 페이스북, 바이두, 마이크로소프트, IBM, 아마존 등과 국내 기업 네이버, 카카오 등이 바로 그들이다. 기업들은 이미 자사 서비스를 통해 축적된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중에 가장 활발하게 딥러닝에 투자하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사례를 소개한다.

구글, 빅데이터와 딥러닝 기술을 정교한 타깃팅에 활용

▲ (좌)유튜브 내 1000만 개의 비디오를 컴퓨터에게 학습시켜 3일 만에 고양이를 인식한 구글의 프로젝트(2012). ⓒGoogle(LE, Quoc V., et al.의 논문), The Analytics Store, (우)사진 속 상황을 언어로 묘사하는 구글 소프트웨어의 결과물. 우측으로 갈수록 오류 정도가 크게 분류됨. ⓒGoogle

구글은 2010년대 초반부터 딥러닝에 투자하며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했다. 2012년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를 이끌었던 앤드류 응(Andrew Ng) 박사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유튜브 내 1000만 개의 비디오를 컴퓨터에게 학습시켜 3일 만에 고양이를 인식하게 했다. 10억 개 이상의 네트워크 조합을 이용해 성공한 이 프로젝트는 1만 6000개의 컴퓨터가 움직이는 영상을 학습해 이뤄낸 쾌거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3년, 구글은 딥러닝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을 최고기술경영자로 영입하고, 2014년에는 머신러닝 분야의 가장 잘 나가는 스타트업인 딥마인드를 5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2014년 11월에는 사진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반적인 상황을 읽어내고 자연스러운 언어로 표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완벽한 기술은 아니지만, 이미지에서 물체를 식별하는 기술과 완벽한 영어 문장을 생성하는 자동 번역 기술을 통해, 인간처럼 이미지를 읽고 표현하는 능력을 구현한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새로운 서비스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구글은 2015년 사진과 동영상을 무제한으로 저장할 수 있는 무료 클라우드 저장 공간인 ‘구글포토’를 론칭했는데, 이 서비스는 사진을 업로드하면 사진 속의 사람, 장소, 사물 등을 기준으로 자동으로 정리를 해준다.

구글이 왜 이런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구글은 사진과 동영상 등의 빅데이터와 딥러닝 기술을 가지고 사람들의 관심사에 대한 정보로 변환해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보들은 정교한 타깃팅에 기반한 맞춤형 광고를 통해 구글의 광고 수익(2014년 광고 매출 590억 달러)을 증대시킬 수 있다.


▲ 구글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사족보행 군사용 로봇 LS3. ⓒBoston Dynamics

구글은 보행 로봇 전문업체인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했는데, 이는 결국 로봇의 이동성을 통해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의 정보까지 수집하고 데이터화하려는 것이 아닐까? 또한 구글은 딥러닝을 활용한 머신러닝 시스템인 ‘텐서플로우(TensorFlow)’를 올해 11월 오픈소스로 공개해 외부에서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을 끌어들여 인공지능 생태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페이스북의 딥페이스, 개인화된 맞춤형 광고에 활용

페이스북은 2013년 얀 레쿤 박사를 인공지능 연구소장으로 영입하고, 2014년 딥러닝이 적용된 ‘딥페이스’라는 사진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발표했다.

▲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 알고리즘 ‘딥페이스’의 프로세스. 얼굴의 67곳에 점을 찍고 3D로 변환해 인물을 파악함. ⓒFacebook(Taigman, Yaniv, et al.의 논문)

 

이 기술은 이미지의 얼굴을 인식하고 3차원으로 변환해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사진의 인물이 누구인지 파악한다. 1억2000만 개의 네트워크 조합으로 얼굴을 인식하는 딥페이스는 정확도가 97.25%로 인간의 평균 눈 정확도(97.53%)에 가까운 수치이다. 이 기술은 페이스북의 자동 태깅 성능을 높이고 더 개인화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기업들은 SNS에 올라온 사진을 통해 내가 어떤 친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아낼 것이다. 사진과 영상 속의 정보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기반으로 추출되기 때문에 텍스트에 없는 내용들까지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사진과 영상을 올릴수록 기업은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언젠가는 한 사람의 일상을 통째로 데이터화할지도 모른다.

소위 개인정보라고 불리는 것들에 대한 개념까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통해 페이스북은 광고회사보다 더 정확한 타깃팅을 제공하는 맞춤형 광고회사가 이미 돼버렸는지도 모른다. 기업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데이터가 아니었던 오프라인의 정보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터로 변환되고 있다. 우리가 현실의 삶에서 기록하는 이미지, 영상, 음성 등의 정보들이 분석 가능한 정량적 데이터로 변환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고객들이 필요할 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다.


딥러닝 시대 우리의 자세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컴퓨터. 향후 디지털 비즈니스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새로운 기술들이 변화시킬 미래의 마케팅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딥러닝 같은 인공지능 알고리즘들로 인해 지금까지 통용돼 왔던 타깃팅의 개념이 바뀔지도 모른다. 변화에 대한 단단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기업들은 온라인, 오프라인, 사물인터넷 등에서 생성되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1:1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개인을 타깃팅할 뿐만 아니라 장소, 컨디션, 감정 상태에 따라 개인의 1초에 타깃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매스미디어의 개념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한 가지 메시지로 대중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던 과거와는 달리, 100만 개의 메시지와 비주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수많은 콘텐츠가 고객에 따라 생산돼야 하기 때문에, 마이크로 미디어 시대의 대량 맞춤형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크리에이티브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코어가 되는 메시지를 어떤 기준으로, 어떤 고객에게 맞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새로운 변화로부터 업무 영역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영화에 나올 법한 똑똑한 컴퓨터들은 이제 인간이 기존에 수행해 왔던 업무를 대신 처리할 것이다. 과거에는 사람이 매장의 CCTV를 지켜보며 고객을 구분하고 동선을 파악했다면, 이제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트래킹하고 분석해 그 영역을 대신할 것이다. 인간과 컴퓨터가 가지는 업무 영역의 경계선이 흐려지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컴퓨터가 똑똑해짐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역설적으로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한 영역의 가치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감성, 감정, 창의성 등 아직 컴퓨터가 흉내 내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본성들이 있다. 인간 뇌의 네트워크는 100조 개에 달하지만, 아직 현재의 딥러닝 기술은 1~10억 개의 네트워크 조합으로 사물 인식을 하고 있다. 인간을 흉내 내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빅데이터와 딥러닝 등의 기술적인 변화를 수용하며, 근본적인 콘텐츠의 크리에이티브, 스토리텔링 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결국 우리는 컴퓨터가 흉내 내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영역을 최대한 끌어내 격변의 마케팅 환경 속에서 고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야 한다. 인간이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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