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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하지 않다고 치부돼 자칫 소홀하기 쉬운 디테일. 그러나 디테일은 생각 이상의 파급력을 갖는다. 디테일이 엉성하면 소비자는 불만을 갖게 되고, 불만이 커지면 기업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반면에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완벽한 디테일은 기업에 대한 신뢰를 한층 강화시킨다. 진정성이 담긴 디테일은 소비자의 체감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럭셔리는 작은 디테일에 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의 열풍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가 디테일이다. 카메라가 ‘치타 여사’의 거실 벽을 잠시 훑는 순간, 중장년 시청자들은 화들짝 놀라게 된다. 1980년대 당시 사용했던 전등 스위치 커버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소한 곳까지 미친 연출의 세심함…. 이것이 이 드라마에 높은 평점을 매길 수 있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이유다.

전설이 된 디자이너 지방시는 오래전 “럭셔리는 작은 디테일에 있다”고 간파한 바 있다. 시시콜콜 ‘가성비’를 따지는 여자 친구가 브랜드 커피를 포함한 명품의 ‘호갱’을 자처하는 까닭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디테일’이란 키워드가 필수적이다.

‘디테일(Detail)’은 몸통(Trunk)보다 작고 덜 중요한, ‘사소한 꼬리’ 같은 개념이다. 그런데 왜 그토록 디테일을 강조하는 것일까? 그것은 세상에 두 가지의 디테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생산자의 디테일’과 ‘소비자의 디테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접점을 찾기 어렵다. 각자 서있는 입장과 관점이 다르니 편차가 생기는 건 당연지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이만하면 감동하겠지”라고 생각한 디테일이 소비자의 시각에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또 생산자가 이건 디테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디테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기업은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디테일에 더 주목한다.

흔히 큰 그림을 그릴 때는 남다른 ‘상상력’이 필요하고, 실행 단계에서는 송곳 같은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소비자가 만족하는 디테일은 무엇일까? 또 선입견으로 소비자를 재단하는 ‘낡은 경험의 함정’에서 벗어나, 디테일로 소비자의 체감 가치를 높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가려운 곳을 찾아라

디테일을 위한 전략 구사, 그 첫 단계는 역지사지다. 상대의 등을 긁어주려면, 정확히 어디가 가려운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 단계에서 실패하면, 긁어주고도 욕먹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제임스 다이손(James Dyson)이 설립한 다이손사(社)의 사례는 소비자의 불편을 생산자의 고민으로 끌어들인 성공적 케이스다.


▲ (좌)다이손은 먼지봉투가 청소기의 흡입력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1980년대 초반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했다. ⓒdyson.co.uk (우)비행기 엔진 원리를 적용해 만든 날개 없는 선풍기. 날개가 없어 소음도 없으며, 아이들이 손가락을 넣어서 다칠 염려가 없다. ⓒdyson.co.uk

다이손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혁신 제품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는 역지사지의 첫 단추를 잘 꿰었기에 태어날 수 있었던 제품들이다. 청소기와 선풍기를 사용해본 사람 치고, 먼지봉투를 교체하는 일이나 닦기 힘든 날개로 짜증나지 않았던 적이  있었을까. 다이손의 성공 사례를 다양한 레토릭이나 마케팅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파악해 긁었다는 것이다.

최초의 전기 선풍기는 에디슨의 작품이고, 가정용 청소기는 1901년에 처음 출시됐다. 이후 한 세기 동안 얼마나 많은 제품이 나왔겠는가. 그런데 신생 기업 다이손이 세계 최초의 제품을 선보인 건, 이전까지 아무도 “먼지봉투 교체하기가 귀찮다”, “선풍기 날개에 다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소비자의 불편을 생산자의 고민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디테일이란 키워드는 레드오션에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동력을 찾을 수 있는 마력을 지닌 셈이다. 물론 다이손처럼 무려 5126개의 실패한 시제품을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는 인내와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어느 기업이 디테일의 중요성을 외면하고 싶겠는가. 신제품 출시 전에는 제품과 서비스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기능이나 디자인의 디테일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디테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경쟁사에 의해 상향평준화되고, 고객은 디테일에 공들인 생산자의 노력에 시큰둥하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남자 친구가 야심차게 시도한 이벤트가 계속되면 어느 순간부터 식상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 일명 쿠루토가 엔진이 장착돼 있어 심이 한쪽 면만 닳는 현상이 없는 쿠루토가 샤프. ⓒjetpens.com

30년 전쯤 ‘볼펜 똥’이 많아 불편하다는 고객 불만을 개선한 볼펜 회사의 미담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샤프 하단부가 회전해, 샤프심의 편마모 현상을 개선한 미쯔비시의 ‘쿠루토가 샤프’가 나온 게 2008년의 일이다. 볼펜의 미담이 인접 상품인 샤프로 확산되는 데 몇 십 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관건은 소비자의 디테일이다

이처럼 진정한 디테일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쿠루토가 샤프가 소소한 배려가 돋보인 디테일 혁신이라면, 다른 차원의 디테일 전략도 있다. 사실 큰 불만거리이면서도, 생산자는 외면하고 소비자는 감내하고 있는 불편이 있다. 예를 들어 여름철 야외 주차로 차량 실내온도가 급증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더러 화재로까지 이어져 뉴스가 되지만, ‘여름철 차량 관리 요령’이란 설득으로 소비자에게 강요돼 왔던 ‘오래된 불편’에 속한다. 이를 극복한 것이 도요타 프리우스 S모델의 선루프에 장착된 솔라 패널이다.


▲ 여름철 실외 주차 시 실내 공기가 뜨거워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솔라 패널 시스템을 설치한 도요타 자동차의 프리우스 S 모델. ⓒtoyota.com

솔라 패널은 여름철 야외 주차로 실내 공기가 뜨거워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주차 중 솔라 패널에서 생산된 전기로 공조장치를 작동, 실내 공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별다른 기술이 아님에도
오랜 기간 운전자의 몫으로 치부돼 왔던 불편이 최근에야 해결된 것이다.

디테일은 비단 제품의 혁신적 기능이나 스펙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아마존이 인수한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Zappos)는 뛰어난 고객 서비스로 유명한 업체 중 하나다. 자포스는 ‘해피콜’을 통해, 입원 중인 어머니를 위해 신발을 산 고객으로부터 “어머니가 신발 한번 못 신어보고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규정에는 구매 이후 15일이 지난 상품에 대해서는 반품 및 환불을 해줄 수 없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자포스는 그 고객에게 환불 조치는 물론 장례식장에 화환과 카드까지 보냈다. 이 에피소드는 결코 미담, 또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이 아니다. 자포스에서는 콜센터나 고객센터라는 명칭 대신 ‘콘택트 센터(Contact Center)’라 부르는 부서가 있다.


▲ 콜센터 직원들에게 권한 위임 정책을 적용해 소비자 불만을 줄이는 데서 나아가 감동까지 선사하는 자포스의 ‘콘택트 센터’. ⓒflickr.com Photo by Bunnicula

콘택트 센터는 전화는 물론 이메일과 라이브 채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고객과 접촉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고객 접촉면을 넓혔다는 데 있지 않다. 자포스의 콘택트 센터에는 매뉴얼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고객이 이런 요청을 할 때는 이렇게 대응하라’는 지침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객의 주문이나 문의에 대해 어떻게 답하고, 어떻게 대응할지는 전화를 받는 콘택트 센터 직원 각자의 몫이다. 앞서 예로 든, 고객에게 화환과 카드를 보낸 사례도 온전히 직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 일이 가능했던 건 자포스의 ‘권한 위임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콜센터 대응을 뛰어넘어 직원 스스로가 ‘만약 내가 고객이라면 어떤 응대를 받아야 행복하게 전화를 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만든 것이다.

 

고객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시스템

자포스의 과감한 시스템은 고객이 기대조차 못하거나 상상하지 못했던 ‘디테일한 서비스’를 생산해 냈다. 표현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디테일한 표현이 있어야 비로소 고객은 감동하고, 기업에 신뢰를 보낸다. 따라서 디테일이 실질적인 고객 가치로 이어지고, 고객의 체감 가치가 높아질 수 있도록 기업 차원에서 전략과 실행이 필요하다.

디테일은 단어 그대로 사소함을 가리킨다. 하지만 럭셔리가 작은 디테일에 있듯, 이 ‘빛나는 사소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이 사소함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할지 모른다. 만약 그 순간 투입과 산출의 공식을 떠올린다면, 결코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아마존과 야후에서 UI(User Interface)를 담당한 래리 테슬러는 ‘복잡성 보존의 법칙’을 주장한 바 있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갖고 있는 복잡함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만약 기업이 복잡함을 더 책임지게 되면 그만큼 고객이 간편함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와 반대로 기업이 복잡함을 짊어지지 않고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판단한다면, 필요 이상의 복잡함은 고객의 몫이 된다. 답은 간단하다. 기업이 디테일이란 장갑을 끼고 고객의 짐을 덜어줄 것인가, 아닌가의 선택이 남아 있는 것이다. 사람에겐 꼬리가 퇴화됐지만, 소비자에겐 디테일이라는 꼬리(Tail)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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