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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통한 강제력에 소구하는 솔루션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부드럽게 유도하는 솔루션도 필요합니다. 어두운 골목길을 걷는 보행자를 안심시키고,
범행자에게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라이트’ 캠페인을 소개합니다.

당신의 솔루션은?

[질문] 당신은 경찰관입니다. 과속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무수한 노력에도 과속 운전이 줄지 않자, 상관은 당신을 믿고 전권을 위임합니다.
고심 끝에 당신은 다음의 결정을 내립니다. 어떤 결정인가요?

① ‘과속 운전 금지법’을 강화하고, 시범적으로 강력하게 처벌한다.
② ‘과속 차량 시민 신고제’를 시행해, 신고하는 운전자에게 상금을 줘 서로 감시하게 한다.
③ 과속 운전자가 자신도 모르게 감속하도록 만든다.

당신은 어떤 솔루션을 고르셨나요? ①번은 법적인 강제,
②번은 경제적인 인센티브, ③번은 심리적 유도 정도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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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감속하게 되네?

실제로 ③번의 솔루션에 있어서 다양한 방법이 제안됐습니다.
시카고의 강변도로 ‘Lake Shore Drive’는 경치가 무척 좋은데 급격한 커브 구간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잦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면에 흰색 줄을 그었습니다.
흰색 줄이 등 간격으로 나타나다가 위험 구간으로 가면 간격이 점점 줄어듭니다.
이로 인해 운전자들은 자신이 점차 가속을 한다고 착각하게 되고, 급커브 구간 이전에 속도를 줄입니다.

 

 ▲ 시카고 Lake Shore Drive는 멋진 스카이라인을 만끽할 수 있지만, 
S자 커브가 이어져있어 매우 위험한 구간. 시 당국에서는 감속을 유도하기 위해 
시각적 장치를 활용했다. ⓒflickr.com,

또 다른 사례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시행 중인 ‘3-D hump’입니다.
물체가 도로 위에 튀어나와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통해 운전자가 감속하도록 유도했습니다.
과속 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뉴질랜드 오클랜드 시에서는
길바닥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어린이 교통사고는 자동차가 아닌, 어린아이들이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것이 문제라는 통찰에서 출발했습니다.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그림을 그려서,
아이들의 주의를 끌었습니다. 이 그림을 본 아이들은 우선 멈춰 설 것이고,
‘위험 속으로 뛰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진지하게 듣게 되는 것이죠.

 


 

▲ (좌)필라델피아 3-D hump, (우)오클랜드 시 어린이 구역 안전 솔루션
 

팔꿈치로 쿡쿡 찔러보세요

이러한 방식을 넛지(Nudge)라고 합니다. ‘넛지’란 팔로 쿡쿡 찌른다는 뜻을 지닌 단어로,
사람들의 행동에 은근슬쩍 변화를 유도하는 솔루션을 일컫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숫자를 보고 완벽하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초기에 주어지는 디폴트값을
따르거나 대다수가 하는 선택을 그대로 따른다고 얘기합니다.

사람들이 “원래는 이렇다”, “대다수가 그렇다”고 인식만 할 수 있어도 바람직한 선택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강제적이 아닌, 인간의 자유 의지에 부합하는
자유주의적인 개입이 바로 넛지입니다. 이 개념은 정책 입안자들에게 차용되면서
사회문제나 정책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강제적인 방법이 아닌,
초기 기본 조건의 변화나 작은 유인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고속도로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법을 제정하고 벌금을 늘리는
강제적 방식을 택하는 게 아니라 ‘이러한 일은 개념없는 짓이고, 창피한 일이다’라는
인식을 주는 것입니다. 또,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그린 파리 한 마리로 인해
화장실이 깨끗해진 사례도 있습니다. 만약 벌금을 매겼다면 어땠을까요?
CCTV로 감시하고 처벌했다면 어떨까요?
과연 밖으로 튀는 소변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을까요?

부산경찰, 팔꿈치로 찔러봅시다!


부산 지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자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굿컴퍼니솔루션센터와
부산경찰이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
현장에서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그중 저희가 주목한 것은 환경디자인이었습니다.

사람은 환경에 맞게 행동합니다. 숲에 가면 여유롭게 행동하고, 콘서트장에 가면 흥분합니다.
범죄학에서 말하는 ‘깨진 유리창 이론’은 거리와 주거지 환경이 지저분하거나 열악하면
범죄가 자주 발생한다는 이론입니다. 이에 착안한 솔루션이 ‘셉테드’입니다.
셉테드는 ‘범죄 예방을 위한 환경디자인(Crime Protec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준말로
디자인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1960년대 도입됐고, 우리나라에는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이 대표적입니다. 부산경찰도 범죄 취약 지역 16곳을 선정해
보행등 추가 설치, 벽화 그리기, 112 비상벨 설치 등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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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이트의 탄생


“실제로 어두운 골목길을 밝게 하면서, 경찰이 언제나 가까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어떨까?”
그렇게 마!라이트는 태어났습니다. 우범 지역인 어두운 골목길에 보행등을 설치하고,
거기에 메시지를 넣는 것이었습니다. “마!”는 다양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사투리로, 부산의
지역성을 상징하기에 제격이었습니다. 표지판에는 ‘짜장면보다 빠른 경찰’, ‘갈매기보다 빠른 경찰’이라는
표현과 경찰 캐릭터를 통해 재미를 유발하면서도 경찰의 기동성을 강조했습니다.
하단부에는 112 신고 시에 필요한 위치를 표시해 실제 상황에서의 효과를 고려했습니다.

‘마!’가 새겨지는 라이트는 두 가지 조명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표지판을 비치는 조명은 계속 켜지며
어두운 골목을 밝히는 보행등 역할을 합니다. 바닥을 비추는 조명은 보행자의 동작을 인식해 불이 켜지며,
바닥에 메시지를 새기는 인터랙티브 메시징 시스템(Interactive Messaging System)입니다.
‘마!’를 통해 보행자에게는 안심의 메시지를, 범행자에게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어두운 골목길을 밝게 하고 적막한 곳에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주는, 항상 가까이 있는
부산경찰의 빛이 된 것입니다. 지역 주민분들도 설치를 요청하며 고마움을 표현해 줬습니다.

 

 ▲ 
바닥을 비추는 ‘마!’ 라이트는 보행자의 동작을 인식해 불이 켜진다

 
당신의 팔꿈치를 보여 주세요

어두운 골목에서 불안함에 떨고 있는 여고생, 해변에서 놀다가 부모님을 잃어버린 아이,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들…. 법으로 강제하고 벌금을 매기는 솔루션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행동을 자발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또 그 과정에 웃음과 놀라움을 더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우리는 모두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자발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오늘, 귀갓길에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며 팔꿈치가 필요한 곳을 찾아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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