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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지요. 지금 여러분의 소원은 어떠신가요?
아직 유효하신가요? 통일의 방법에는 이견이 있겠으나, 통일의 당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통일을 연습하는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먼저 온 미래를 만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유 가치와 관련해, 발상의 출발은 대체로 
문제를 정의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문제의 규정이 날카로울수록 솔루션은 빛이 납니다.
무릎을 탁 치는 촌철살인의 해법은 사실 들여다보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미 승부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회공헌 관련 아이템 개발을 할 때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들은 세상의 많은 문제점들을 탐색하고
추출하면서 동시에 기업과 세상이 만나는 지점에서 문제를 재정의하는 아젠다 설정 과정입니다.
이 과정 속에서 찾아낸 아이템이 바로 우리나라의 지상 과제인 통일이었습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문제지만 누구도 뾰족한 답을 내지 못하는 통일.
정치적인 이슈와 맞닿아 있어 기업이 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저 역시
접으려고 했습니다. 저를 부끄럽게 만든 미래에서 온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 위쪽 (좌)차세대 통일 리더 캠프 앰블렘 (우)차세대 통일리더 캠프 창작 과제 아래쪽 (좌)(우) 차세대 통일 리더 캠프 과제 발표 장면 및 스피치 수업  

터미네이터를 만났느냐고요? 아닙니다. 통일 한국을 위해 먼저 온 미래, 탈북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최윤현 최게바라 대표는 지난해부터 남북청년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를 가기 전까지 저는 탈북자분들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먼 기억 속에 이웅평 대위와 김만철 씨 가족의 귀순 소식이 어렴풋이 떠오를 뿐이었습니다.
뭔가 아이템 개발에 도움이 되는 취재가 되도록 도서관에서 책들과 논문을 뒤져가며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 행사장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한 탈북 대학생이 어렵사리 이야기 하나를 꺼냈습니다.
“제가 북에서 왔다고 하면 주변 친구들이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질문들은 대개 ‘넌 어떻게 탈출했어?’ ‘가족은 어떻게 됐어?’ ‘왜 남한에 온 거야?’ 
‘남한 오니까 좋아?’ ‘뭐가 제일 힘들었어?’ 이 수준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어느 누구도 ‘너 요즘 썸 타는 게 뭐니?’ ‘무슨 영화 좋아하니?’ ‘무슨 노래 좋아하니?’ 
같은 질문은 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순간 제 질문지를 찢어버렸습니다. 
공공 가치 차원으로 문제를 설정한다고 스터디했지만, 
통일 한국을 위해 먼저 온 미래인 새터민 친구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도서관에서 찾아 읽은 자료들은 관점 자체가 타자로 규명하는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초등학생 대상 몇몇 도서들에서 아픔을 지닌 안타까운 약자로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문제 설정은 타자의 문제로 보면 결코 보이지 않습니다. 
나의 문제, 내 가족의 문제, 내 동포의 문제가 돼야 진짜 문제로 설정되기 때문입니다.

통일 하면 ‘대박’이라던데 준비는?

이 통일 문제를 정교화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다가 통일을 위해 아주 구체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교육사다리 드림터치’라는 단체를 알게 됐습니다. 
원래 저소득층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봉사단체인데, 새터민 학생들이 기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안학교로 내몰리는 안타까운 상황을 알고 봉사의 영역을 넓힌 것이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울컥한데, 봉사하는 학생들은 미국 아이비리그와 국내 유명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휴학을 불사해 가며 무보수로 봉사하고 있었습니다.

이틀 뒤가 입대임에도 불구하고 탈북대안학교에서 가르치는 한 학생을 만나게 돼 물어봤습니다.
“입대인데 술 안 먹어요? 봉사는 무슨 봉사예요?” 
여드름 자국이 채 지워지지 않은 이 학생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여기 학생들에게 저는 아버지예요. 아버지니까 끝까지 해야지요. 내일 마지막 수업을 할 겁니다.” 
저는 눈물을 감추느라 혼났습니다.

▲ (좌)교육사다리 드림터치 사이트(dreamtouchforall.org

(우)초등학생용 새터민 도서
 
통일은 ‘대박’이지만, 준비는 부족한 오늘. 
이 친구는 묵묵하게 그 틈새를 채우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탈북학생들을 직접 만나 보고자 ‘교육사다리 드림터치’가 
주최한 3박 4일 일정의 ‘차세대 통일리더 캠프’에 참여했습니다. 

거기서 만난 친구들은 탈북자, 새터민이 아니라, 호기심 많고 천진난만한 청소년들이었습니다. 
다만 유일한 차이는 탈북이라는 무서운 트라우마를 가슴 깊숙이 숨기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렵사리 친해진 한 탈북 학생을 통해 탈북자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달픈 일인지 알게 됐습니다.

“제가 제일 두려운 건 잊히는 거예요.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은데, 말하면 안 돼요.
어머니가 화내실 테니까요. 여기 학생들끼리도 어린 시절 얘기는 서로 안 해요. 힘든 기억이니까요.”

우리 안의 작은 통일

현재 제일기획 GCSC는 탈북 청소년을 도울 수 있는 사회공헌 아이템들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저희가 풀고자 하는 설정 과제는 통일 한국을 위해 먼저 온 미래인 새터민들과 같이 꿈꾸고
같이 고민하는 작은 통일의 방법들입니다. 
지금 GCSC의 고민들이 통일을 향한 틈새를 메워가는 일에 작으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꿈에도 통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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