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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
1981년 MTV는 이 도발적인 제목의 뮤직비디오로 개국 방송의 문을 열었습니다.
MTV의 등장은 듣기만 하던 음악에 보는 즐거움을 더하며 전 세계에 문화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지만,
비디오가 라디오의 역할을 대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라디오는 여전히 하루 종일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가까운 매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올드 미디어의 저력

 
한때 라디오 · 신문 · 잡지에 비해 뉴미디어였던 TV 역시 급부상하기 시작한
디지털 기술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로 인해 어느새 올드미디어가 됐습니다.
그러나 제니스 옵티미디어(Zenith Optimedia)의 집계에 의하면 작년 글로벌 총 광고비에서

TV · 라디오 · 신문 · 잡지가 차지한 비중은 72%로 여전히 높았습니다.
 
약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비자들의 일상과 문화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은 전통 광고 매체의 영향력이
하루아침에 약해지지는 않는다는 방증이겠지요. 뉴미디어가 몰고 온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는
사용자 경험과 확산 측면에서 압도적이지만, 대중 매체로서 올드미디어만큼
독보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기술과 뉴미디어를 적용해 소위 전통 매체의 마케팅 화법을 새롭게 하려는 광고 캠페인 사례들이
이런 전반적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맥락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올드미디어가 가진 저력에
뉴미디어의 특성이 상호보완되며 고객에게는 신선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중적인 방송 매체, 시청각의 한계를 넘다

 
미국 인구 3분의 1에 가까운 사람들의 이목을 동시에 TV 앞에 집중시키는 슈퍼볼 생방송은
매체가 가진 힘을 잘 드러내 주는 이벤트입니다. 슈퍼볼 경기 중간 단 1회 방송되는 TV 광고를 위해
코카콜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그룹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많게는 160억 원 이상의 매체비를 지불합니다.
 
이렇듯 방송 매체는 시청각을 중심으로 높은 주목도와 넓은 도달 범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방향적이던 방송 광고의 메시지에 모바일 디바이스를 연동해 인터랙션을 더하는 등
방송 매체의 가치와 경험의 폭이 다방면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 홍콩에서는 TV보다 스마트폰과 친숙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촉촉촉’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날렵한 동작’을 의미하는 십대들의 은어
‘촉(Chok)’이란 이름의 앱을 활용해 시청자들을 매일 밤 10시에 TV 앞으로 모여들도록 만든 것입니다.
스마트 폰을 흔들어 TV 광고 속의 코카콜라 병뚜껑을 모으고 다양한 경품도 제공하는 게임 형식의 광고는
특히 젊은 세대들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촉’ 앱은 홍콩의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됐고,
이 캠페인은 코카콜라가 홍콩에서 진행한 가장 큰 성공 사례 중 하나로 꼽히게 됐습니다.
이는 방송 매체에 모바일 디바이스를 결합해 인터랙션을 유발한 사례로 멀티스크린이 보편화된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TV 광고가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 사례입니다.
 
 

▲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코카콜라 홍콩의 TV 광고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콜롬비아의 도시 외곽 지역 아이들은 간단한 청력 검사를 받지 못해 성인이 됐을 때
장애를 가지게 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발달 환경 개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남미 최대의 유통 브랜드 엑시토(Exito) 그룹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라디오를 활용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쳤습니다.
 
청력 검사에 사용되는 다양한 주파수의 신호음들이 들어간 돌림 노래를 만들어 방송한 후,
라디오만 있다면 어떤 장소에서도 간단한 청력 검사가 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
아이가 노래 중간에 나오는 청력 검사 신호음에 반응해 간단한 율동을 따라 하지 못할 경우
청력 이상의 징후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병원 의료 서비스로 검사실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되던
청력 검사가 보편적인 매체인 라디오를 만나 다수의 아이들에게 단숨에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 (좌)라디오에서 방송되는 돌림 노래를 따라하며 청력 검사를 받는 아이들,
(우)라디오를 통해 청력 검사를 보편화한 엑시토 그룹의 사회공헌 활동
 
 
 

수백 년 역사의 인쇄 매체, 디지털을 품다

 
전자책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은 여전히 우리 생활 속 가장 친숙한 매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종이를 이용한 인쇄 매체는 가독성, 보존성, 경제성 면에서 뛰어날 뿐 아니라
손에 잡히는 특유의 감성이 두드러지는 매체입니다. 인쇄 매체의 혁신은 이제껏 끊임없이 시도돼왔으며
디지털 기술의 장점을 접목해 더욱 고객 친화적인 광고 매체로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모토엑스(Moto X)는 다양한 색상 조합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맞춤 제작이 가능한 제품입니다.
모토엑스를 위해 모토로라는 올해 초 테크놀로지 트렌드 월간지 에 
아주 특별한 인쇄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투명 합성수지, LED 전구, 건전지 등으로 구성돼
독자가 광고 속의 선택 버튼을 터치할 때마다 모토엑스의 색상이 변합니다.
인쇄 광고에 인터랙션을 주기 위해 AR 기술이나 QR 코드 스캔을 활용한 대부분의 사례들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꺼내고 앱을 구동시키는 별도의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모토로라는 책장을 넘기고 터치하는 종이 잡지의 즉각적인 경험을 유지하면서도
매체의 특성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230년 역사의 스위스 신문사 NZZ(Neue Zurcher Zeitung)의 많은 독자는
종이 신문을 읽는 습관을 고수하고 있으며 같은 콘텐츠라 하더라도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반면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는 종이 신문이 낡은 매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NZZ는 서로 다른 두 독자층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신문 홀더를 만들었습니다.
카페나 식당 같은 공공장소에서 신문을 걸기 위해 사용되는 나무 홀더에 LED 디스플레이를 결합해
자사 뉴스 사이트에 업데이트된 기사가 실시간으로 게시되도록 한 것입니다.
종이 신문이 지닌 친숙한 사용성에 인터넷 뉴스의 편의성을 결합시켜
독자층을 불문한 유용한 매체로 신문의 역할을 확장시킨 사례입니다.
 

▲ (좌)터치로 색상이 바뀌는 모토엑스의 잡지 인쇄 광고,
(우) 실시간 디지털 뉴스를 보여주는 NZZ의 종이 신문 홀더
 
 

옥외 매체, 주변 상황에 반응하다

 
고속도로나 도심의 풍경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수많은 옥외 광고들이 동시에 그려집니다.
이처럼 옥외 매체는 도심 속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최근의 옥외 매체는 단순한 정보의 전달 역할을 넘어, 보다 능동적으로 지역의 환경 상황에 반응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터랙티브한 매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페루의 공과대학 유텍(UTEC)은 옥외 매체를 통해 대학이 보유한 기술력을 직접 내보임으로써
해당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광고 메시지의 효과를 극대화시켰습니다.
강수량은 적지만 습한 사막기후인 페루의 수도 리마에 세워진 대학 신입생 모집 광고는
대기 중의 수증기를 음용수로 바꿔주는 착한 빌보드였습니다. 
음용수가 부족한 지역 주민들에게 물을 만들어 주는 옥외 매체의 기능을 통해 
유텍에서 배우는 공학기술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준 것입니다. 
유텍은 또한 나무 1,200그루의 효과와 맞먹는 공기 정화 필터를 개발해 도시 개발의 증가로 
대기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는 페루의 공사장 주변 옥외 매체에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주어진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옥외 매체가 주변 환경과 인터랙션을 통해 지역 사회의 이슈에
도움이 되는 솔루션으로 진화된 사례입니다.
 
런던 피카딜리 광장, 고정된 이미지인 줄 알았던 옥외 광고 속 한 어린아이가 인근 상공을 지나가는
여객기를 따라 뛰어가며 손가락으로 비행기를 정확히 가리킵니다. 
브리티쉬 항공사는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연출하기 위해 히드로 공항에서 이착륙해 이 빌보드에서
반경 200km 이내의 상공을 통과하는 자사의 여객기들 및 광장 주변의 기상 상황을 모니터링했다고 합니다.
비행기가 포착되고 광장에서 이를 볼 수 있는 시야가 확보될 경우
“보세요, 바르셀로나에서 온 브리티쉬 여객기가 지나가고 있어요.”라는 맞춤 메시지와 함께
아이가 움직이고, 광장 내의 모든 시선은 아이의 손끝으로 집중됩니다.
 
주변 환경보다 더 화려해야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기존 옥외 매체 커뮤니케이션의 공식에서 벗어나
주변 상황과 상호 작용을 통해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교감을 일으킨 이 광고는
2014 칸 국제광고제 다이렉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좌)나무 1,200그루와 같은 공기 정화 효과를 가진 UTEC의 옥외 광고,

(우)머리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의 정보가 실시간 반영되는 브리티쉬 항공사의 디지털 옥외 광고
  
 

새로운 기술을 품은 오래된 매체

 
매체와 플랫폼의 경계를 넘나들며 효과적으로 소비자와 소통해야 하는 마케터들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과 매체를
누구보다 먼저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고 싶은 욕심도 남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메시지의 전달보다는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에 호응하는 소비자들에게
단지 마케팅 채널 하나를 더하는 것만으로는 깊은 인상을 남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일상 속에 친숙하게 맞닿아 있는 매체들이 기술이나 뉴미디어와
이종 교배될 때 색다른 경험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집니다.
단순한 매체와 매체의 더하기 혹은 기술과 매체의 더하기 차원을 넘어, 매체 간 파급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입체적인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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