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18세기 이탈리아의 문학가 조반니 카사노바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재치와 교양을 겸비한 그는 폭넓은 계층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변화무쌍한 삶을 살았다. 
일설에 의하면 카사노바는 매일 수십 개의 굴을 먹으며 정력을 보충했다고 한다. 
서양에서 ‘사랑의 묘약’으로 통했던 굴은 은유적 의미를 띤 채 정물화나 풍속화에도 곧잘 등장한다. 
그런데 카사노바가 정력적이었던 게 오로지 굴 때문이었을까. 혹시 삶에 대한 긍정 정서가 그를 정력적인 사람으로 
변화시킨 건 아닐까. 
 
나는 본디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어쩌다 보니 주변에 
‘에너제틱’한 사람으로 비춰지게 됐다. 혹여 그 ‘어쩌다 보니’의 속내를 궁금해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어쩌다 보니’의 정체를 개봉해 보려고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은 대동소이한 제품과 브랜드 사이에서 우리 클라이언트의 제품과 브랜드의 특징을 
차별화해 보여주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잘하는 비결 역시 차별화에 있다. 예를 들어 어려운 프로젝트를 앞두고 상사가 두 명의 부하 직원을 불렀다고 치자. 
한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힘들겠습니다.”라고 대답했고, 다른 한 사람은 “어렵지만, 잘만 하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직원도 결국 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누구를 사랑하겠는가. 
모두가 힘들다고 할 때 한번 시도해 보는 태도야말로 내가 무리 속에서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하고 말하면 업은 채로 달나라까지 뛰어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러한 태도는 특히 마케팅 솔루션 컴퍼니에서 더욱 필요하다. 
클라이언트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자사의 제품 ·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을 전문적인 마케팅 컴퍼니에 맡긴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난색부터 표현하면 클라이언트가 뭣하러 일을 맡기겠는가. 
그래서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한 거다. 이는 임상적으로도 증명된 일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 디너가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을 분석한 결과 그 배경이 바로 긍정 정서였다. 
 
긍정 정서의 기본은 에너지다.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해내려 앴는 에너지. 그런데 요즘 세태를 가만히 보면, 
다양하고 폭넓은 업무를 해내려다 보니 모두가 번 아웃(Burn out) 상태다. 
사실 나 역시 번 아웃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긍정의 아이콘이 아닌가. 
나는 일을 하면서 항상 에너지를 유지하고 안배하려 노력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한가?
좋다. ‘500원’도 안 받고 이유를 알려주겠다. 
내가 에너제틱한 건 굴을 많이 먹어서도 아니고, 화수분을 갖고 있어서도 아니다. 이유는 바로 일을 대하는 자세. 
 
신입사원 시절 내가 처음 맡은 업무가 초코파이 광고였다. 그런데 어느날 책상 앞에 움츠리고 앉아 인쇄물 교정을 보다가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이건 입사 전 기대했던 ‘폼 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었다. 이거 어쩌지? 고민 끝에 나는 스스로를 설득하며 주문을 걸었다. 
 
‘자, 봐라. 내가 이 일을 잘하면 초코파이가 많이 팔릴 거고, 초코파이가 많이 팔리면 공장에서 초코파이를 만드는 
김씨 아줌마가 보너스를 받을 테고, 보너스를 받으면 애들 공부시키는 데 돈을 쓸 거고, 그렇게 공부한 애들이 
나중에 훌륭한 연구를 해서 노벨상을 받을 거고, 그 훌륭한 연구는 인류에게 혜택을 주겠지? 
그래, 배완룡, 나는 지금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다른 시간으로 해석하는 태도, 에너지를 잃지 않으려면 이렇게 스스로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일의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절대로 조수석에 앉지 말아야 한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멀미를 한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항상 긴장하며 집중하기 때문에 
멀미를 하지 않는다. 
 
일을 제대로 하려는 자 , 항상 운전석에 앉을지어다! 이왕 하는 일, 주도적으로 해야 마음이 편하지 않겠는가. 
이게 바로 ‘선 제안’이다. 
우리가 클라이언트에게 선 제안을 하는 건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시켜서 
하는 일은 정신적 막노동이 되고, 시키기 전에 내가 자발적으로 하는 일은 즐거움이 된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좋아서 하는 일’로 탈바꿈하는 것, 이게 바로 기적이다. 기적이 뭐 별건가. 
 
또 하나, 일을 제대로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목표를 설정하자. 
내 경험상으로는 80%의 법칙이 잘 통한다. 100의 목표를 세우면 대개 80은 하게 된다. 
그러니 100에 도달하고 싶다면 120에 목표를 둬야 한다. 에너지 번 아웃 현상을 막으려면 하나 조심할 게 있다. 
우물에서 물을 다 퍼내지 말고 조금 남겨둬야 한다는 것. 
 
물을 퍼낼 대로 다 퍼내면 우물에 더 이상 물이 차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조금 남겨둔 에너지는 따로 쓸 데가 있다. 일이 끝나고 나면 프로젝트의 성패를 떠나 보상해주기. 
누구에게? 바로 나에게. 나를 위한 보상은 ‘십일조’면 충분하다. 나는 내가 번 돈, 내가 갖고 있는 시간 중 
최소한 10%는 나를 위해 사용한다. 예컨대 좋은 옷 사 입기, 맛있는 음식 사 먹기, 보름 동안 자전거 타고 
전국 일주하기. 나를 위한 보상은 갑자기 필요한 때를 대비해 적금을 들어놓는 것과 비슷하다. 
 
언제 필요할지 모르는 에너지 수요에 대비해 ‘에너지 적금’을 들자. 
그 출발은 ‘A Sound mind in sound body’.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매우 고답적이고 
교훈적인 말이지만, 건강하지 않은 육체에서 에너지가 나올 리 없다. 
 
자 내 얘기는 이로써 끝.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카사노바가 정력적인 게 여전히 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소셜로그인 카카오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