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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잘하기는 쉽다. 아니 쉽진 않겠지만 어쩌다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꾸준히 잘하기는 정말 어렵다’는 게 오래도록 
광고하면서 제가 깨닫게 된 당연한 진리입니다. 그리고 뭐든 처음에 잘했을 때 쏟아지던 관대한 칭찬은 다음에 아무리 잘해도 그만큼 
쉽게 얻을 수 없는 법이기도 하고요. 왜 히트하는 영화나 시리즈물의 2탄이 가장 고비라고 하잖아요? 그만큼 세상의 기대와 평가의 무게를 
견디기 어렵다는 뜻이겠죠. 
  


 칸에서 이 광고를 처음 봤을 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웨스턴(Westone)’이라는 낯선 이어폰 브랜드인데다가 좀처럼 쉽게 접할 수 없는 
홍콩 베이스의 광고라서 호기심을 갖고 광고를 지켜봤습니다.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 차있을 법한 레스토랑, 거리의 악사가 부는 트럼펫 소리가 머리를 울릴만한 지하철 통로는 물론이고, 
저마다 겨루듯 떠들고 있는 지하철 안의 모든 사물들이 소리를 흡수해주는 흡음재로 완벽하게 둘러싸여 있는 거 보이시죠? 악기 소리나 
음악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음악 연습실이나 오디오 룸의 벽에 붙이는 푹신한 스폰지 소재의 그 흡음재로 소리를 낼만한 
모든 사물을 완벽히 랩핑 해놓은 비주얼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시선은 이내 바닥에 툭 무심히 던져 놓은 듯한 이어폰에 
꽂히게 되지요. 아! 외부의 잡음을 완벽하게 차단해준다는 얘기구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는 제품의 콘셉트에 충실했고 아트디렉터의 
실행력도 꽤 수준 있어 보였습니다. ‘뭐 이만하면 잘했네. 상 받을만하네.’ 하고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브랜드에 다시 주목하게 된 건 올해의 칸 무대에서였습니다. 그랑프리나 골드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밑은 아니었지만 
당당히 브론즈 딱지를 붙이고 나란히 서 있었으니까요. 역시 처음엔 낯선 브랜드 낯선 출품 국가의 활자가 제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깔끔하고 다소 충격적인 심플한 비주얼이 일단 눈에 확 띄더군요. 지난해에 보여줬던 디테일의 힘을 이번엔 벌의 솜털 하나하나, 
파리의 다리 마디마디에 온통 쏟아 부어 음표를 만드는 집요함을 보여줍니다. 너무 리얼하다 보니 징그럽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확실히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습니다. 아트디렉터의 노림수이기도 했겠죠. 하지만 그의 이런 영리한 생각은 지난번과 다름없이 
꼼꼼한 디테일로 마무리돼 한 번 더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됩니다.
 


 
이어폰을 꽂았을 때 ‘지이이’. ‘위위윙…’ 귓속을 괴롭히는 잡음을 이것보다 더 임팩트 있게 표현할 방법이 있을까. 설령 아이디어가 
나왔다 해도 그 아이디어를 이 정도의 디테일한 아트워크로 끌어올리는 집요함을 칭찬해주고 싶어졌습니다. 칸 연속 수상은 우연이 아닌 
실력이라는 증거이자, 지난해보다 더 치열히 노력했다는 증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잘하고 싶은 맘은 누구나 다 똑같겠지만, 정말 꾸준히 오래도록 잘 할 수 있으려면, 긴 겨울을 맞는 준비만큼이나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코가 찡한 초겨울 
아침입니다. 
 
hyewon.oh@samsung.com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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