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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조성흠 
글쓰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글쓰기가 개인과 브랜드를 차별화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되면서‘적자생존’이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우스갯소리로 해석되기도 한다.현재 일어나고 있는 글쓰기 열풍의 배경과 현황에 대해 살펴본다.

커뮤니케이션의 세 가지 양식
현생 인류가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나긴 역사를간단하게 요약해 보자. 맨 처음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의사소통하는일대일 대면(對面) 커뮤니케이션이다. 꼭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는 경우만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과 여러 사람이, 또는 여러 사람이 함께 만날 수도 있다.중요한 것은 직접 대면한다는 점이다. 일대일 대면 커뮤니케이션은직접성과 대면성 때문에 친밀하고 개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강사 한 사람이 여러 수강생들에게 강의하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여기에 속한다.여하튼 강사와 수강생들은 대면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일대다(多), 즉 1:N 커뮤니케이션이다. 구체적인 매체로는라디오, 텔레비전, 신문과 잡지, 책 등이 있다. 이른바 근대 이후의커뮤니케이션 양식에 해당하며 수직적이고 위계적이고 중심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지식과 정보를 더 많이 가진 우월한 처지의 발신자가 일종의 중심이 돼,불특정 다수 수신자들에게 대량으로 ‘내려 보내는’ 형태다.수신자와 발신자가 명확하게 나눠져 있고 방향도 한 방향이며,수신자들은 발신된 내용을 ‘따라 배우는’ 경우가 많다. 발신자와 수신자가서로 대면할 수는 없으며 발신자는 권위를 지니게 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다대다, 즉 N:N 커뮤니케이션 양식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전형적인 예이다.이 경우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수직적이거나 위계적인 관계가 없다.아니, 발신자와 수신자가 구별되지도 않는다. 모든 사람이 발신하고모든 사람이 수신한다. 일방향도 아니고 쌍방향도 아니며일종의 다(多)방향이자 전(全) 방향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과연결망을 이룬 허브가 있기는 해도, 참여자들의 관계는 대체로 수평적이다.토머스 홉스가 자연 상태를 형용한 ‘만인(萬人)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라는 말을바꿔 표현하면 ‘만인(萬人)에 대한 만인의 커뮤니케이션 상태’다.
한 가지 유념할 점은, 21세기에 들어와 N:N 커뮤니케이션이 대세긴 하지만그렇다고 1:1이나 1:N 양식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세 가지 양식은 서로를 배제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공존한다.

만인을 향한 만인의 글쓰기 시대
글쓰기는 1:N 양식에 가깝다. 누군가 글을 써서 매체에 기고하거나 책을 펴내면,불특정 다수가 매체에 실린 글을 읽거나 책을 읽는다. 그렇기에 종전까지는책을 쓴 저자라고 하면 대단해 보였다. 책의 주제에 관해 다른 사람들보다높은 전문성을 갖춘 사람만이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개인 홈페이지와 블로그,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대세를 이루면서글쓰기에 관한 통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내가 쓴 글이 우리나라 안에서는 물론,전 세계 수많은 불특정 다수에게 실시간에 가깝게 확산될 수도 있다.글 쓰는 환경도 작심하고 조용히 방에 앉아 집중할 필요 없이 지하철에서,거리에서, 어디에서든 손가락을 부지런히 놀리면 된다. 글 쓴 다음 터치하는 순간내 글은 ‘출판’된다(여기서 말하는 출판이란 ‘공개’한다는 뜻이다).
글 쓰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라는 것도 그렇다. 전문가들이 축적해 놓은거의 모든 분야의 지식정보를 온라인 검색으로 획득하고 활용할 수 있다.이렇게 획득한 지식 정보를 ‘검색 지식 정보’라고 일컬을 수 있겠다.예전에는 ‘Know-what’이 중요했다. 어떤 주제나 대상이 과연 무엇인지,그 본질과 성격을 알아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Knowwhere’ 가 중요하다.필요로 하는 지식 정보를 어디에서 어떻게 입수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검색을 잘한다는 것은 곧 Know-where에 밝다는 뜻이다. 도서관을 찾지 않더라도,참고 자료를 직접 들춰보지 않더라도 검색 포털 사이트를 출발점 삼아책 한 권을 충분히 쓸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프레젠테이션(PT), 협상(Negotiation), 자기 PR, 소셜타이징(Socialtising),소셜 네트워크 마케팅 등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도 글쓰기 열풍을 키운 요인들이다.이러한 분야에서는 구두(Verbal) 커뮤니케이션 못지않게 글쓰기가 중요한 기본이 되기마련이다. 이렇게 매체 환경이 N:N 수평적 네트워크로 바뀌고, 지식 정보를입수·활용할 수 있는 길이 넓고 편해진 데다가 개인이나 조직 차원에서전략적으로 글쓰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글쓰기는 더 이상 학자, 작가, 기자 등전문가들의 독점적인 전유물이 아니다. 만인을 향한 만인의 글쓰기 시대가열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글쓰기 실용서와 강의도 봇물 터져

▲ (좌)올 초부터 글쓰기 노하우를 알려주는 실용서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장상길,(우)상상마당 아카데미의 글쓰기 강좌들. 지자체, 일반 기업, 도서관 등에서도일반인을 위한 글쓰기 강좌가 많이 열리는 추세다. ⓒsangsangmadang.com
이런 시대에 글쓰기를 잘하거나 못한다는 것은 중요한 경쟁력 격차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출판 시장에서 하나의 유력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 ,, , ,, 등 우리나라 저자가 쓴 글쓰기 관련 책들은일부만 추려도 전에 없이 많다.
‘광양시, 유시민 작가 글쓰기 강연 개최’, ‘유홍준 교수의 글쓰기 대담’,‘제천시립도서관, 이병률 작가 소통의 글쓰기 강연회’, ‘여행작가 이지상의글쓰기를 통해 얻는 행복 강연’, ‘생태동화작가 권오준과 함께 하는 톡톡글쓰기’,‘KG그룹 지식콘서트,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쓰기 비법’….올해 들어와 지방자치단체, 도서관, 일반 기업, 학교 등에서 개최한각종 문화 행사에서 이뤄진 글쓰기 관련 특강들도 부지기수다. 뿐만 아니라‘글쓰기 훈련소’를 비롯해 글쓰기 분야를 특화시킨 교육 서비스도 각광받고 있다.

글쓰기만을 위한 플랫폼도 등장


▲ (좌)글쓰기에 최적의 환경을 선사하는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 ⓒbrunch.co.kr,(우)페이스북은 퀄리티 있는 글쓰기를 지원하기 위해 글자 수에 제한이 없는 ‘노트’ 기능을 강화했다.
그런가 하면 다음카카오는 새로운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을 표방하는‘브런치’ 베타 버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가로 신청한 후 승인을 얻으면브런치 계정을 만들고 글을 써서 올릴 수 있다. 브런치는 ‘타이핑만 하면 좋은 글처럼,매거진처럼 보이게 만들어 준다’는 점, 또한 ‘내가 쓴 글이 유명 작가가 쓴 작품처럼보이게 만드는 점’이 특징이자 핵심이라고 한다. 글쓰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직관적인 디자인에 최소한의 기능과 버튼, 이미지로 구성돼 있다.
페이스북도 글 분량에 제한이 없는 ‘노트’의 기능을 글쓰기 친화적으로 혁신했다.기존 타임라인과 다르게 사진과 글을 나란히 배치할 수도 있고글자 크기와 글꼴을 바꿀 수도 있는 등 편집 기능이 강화됐다.페이스북 측은 ‘페이스북 노트를 이용하면 훨씬 긴 글을 쓰면서도손쉽게 주위 사람과 돌려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글쓰기는 새로운 경쟁력
미국 학계에서 널리 통하는 일종의 격언으로 ‘Publish or Perish’라는 게 있다.해석하자면 ‘논문을 내거나 쫓겨나거나’ 정도가 되겠다. 연구 및 논문 실적의 중요성을극단적으로 강조하는 표현이기도 하고, 그만큼 학계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도 되겠다.거의 모든 분야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이 지금 추세대로 커진다면, 위의 격언은 더 이상학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새삼 궁금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기나긴 학교 교육에서글쓰기 교육이 아직도 얼마나 부실하거나 부재(不在)하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이 나이에’ 글쓰기 책을 붙잡고 글쓰기 강연을 들어야 한단 말인가.코딩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초등학교 과정부터 강화한다고 하지만,글쓰기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더 먼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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