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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속도’라고 합니다. 저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유년 시절 100미터 달리기에서 스포츠는 물론
자동차의 성능, 연애와 성공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세상사는 저를 기준으로 돌아가니까요. 광고 크리에이티브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저와 
빨리 친해지는 사람이 각광받죠. 뭐든지 빨리 적응하고, 뽑아내고, 달려가는 그런 부류 말입니다. 그래서 저를 두고 희비가 엇갈립니다.
 
어떤 사람은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속도를 내 아이디어를 펼쳐 나가는 반면, 어떤 사람은 밤을 꼬박 새워도 진도가 더디기만 합니다. 어떤 사람은 앉은 자리에서 카피와 섬네일이 술술 나오는 데 반해 어떤 사람은 변비 걸린 듯 뭐하나 나오려면 한참 걸리기도 하죠. 어떤 사람은 총알처럼 빠르게 승진하고 어떤 사람은 가는 세월이 더디기만 합니다. 어떤 사람은 팀장이 돼 팀원들이 나를 못 쫓아온다고 답답해하고 
어떤 이는 팀장님만 너무 앞서 간다고 푸념을 합니다. 
 
따지고 보면 광고라는 게 원래 나 자신보다 남의 속도에 맞추는 게 숙명이라서일까요? 언제부턴가 자신만의 속도를 잊은 채 남에게 
맞추려고 하는 게 상식처럼 됐습니다. 그래서 가끔 숨이 벅찰 때가 있기 마련이죠. 오늘도 숨 가쁘게 달리고 계신 여러분께 저 ‘속도’가 
아주 굼뜨고 느릿느릿한 이야기 하나 권해 드릴게요. 
 
라는 책입니다. 저자인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는 어느 날 갑자기 바이러스성 
희귀병으로 온몸이 마비돼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 지내게 되는데요. 그녀가 하루 종일 볼 수 있는 것은 친구가 숲에서 가져다준 조그만 
달팽이 한 마리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의 귀에 달팽이가 사각사각 나뭇잎을 갉아 먹는 소리가 들리더라는 거죠. 달팽이가 
저녁 식사 하는 소리…. 그건 그녀가 건강을 잃기 전 빠르게 살 때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달팽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기록하기 시작한 그녀는 달팽이가 생각보다 지능이 높고 느릿느릿 한 속도지만 나름의 
생존 방식(참고로 무력해 보이는 달팽이의 이빨이 무려 2640개, 게다가 주위 영역을 지능적으로 탐험한다고 하니 놀랍죠?)으로 인간보다 더 오랜 기간 진화한 놀라운 생명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달팽이는 공룡도 멸종한 마당에 자신만의 속도로 수억 년 동안 훌륭하게 
살아남아 온 것이죠. 그리고 그녀는 세상의 속도를 잊고 달팽이와 함께 천천히 삶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결국은 그녀의 건강 또한 아주 
느리지만 점차 회복되게 되죠. 

그녀는 책 말미에 달팽이를 숲에 놓아 주며 그 고마움을 이렇게 전합니다. “나만의 속도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 달팽이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돼….” 저 ‘속도’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부리나케 달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때론 굼뜨고 느려 터져도 좋습니다. 
나만의 속도로 할 수 있는 더 많은 것들이 있을 테니까요. 

sanghun.ahn@samsung.com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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