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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의 막내에게 카톡을 날릴 때마다 저를 주눅들게 하는 그녀의 대문 사진 위 헤드라인은 ‘나는 젊다’입니다. 그래요, 그녀는 젊어요. 제가 태어나서 한 번도 발을 올려 보지도 못한 롱보드(Long Board – 킥보드의 일종으로 바디가 긴 보드라고 하네요)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있자니 ‘그래 너 젊어서 좋겠다’, 이런 심술이 불끈 솟아오르네요. 계절도 가을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서 더욱서글픈지도 모르죠.
‘인생을 사계절로 보면 난 지금 어디쯤 있는 걸까?’라고 물으니 주위에서 주저하지 않고 ‘가을’이라는 대답이 쏟아지더군요. 솜털 가득한 봄은 예전에 지나갔지만, 아직도 노랗게 물들까 말까 망설이는 늦여름 어디쯤이라 말해 주면 안 되는 거니….  하지만 늙는 걸 서러워하는 저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회춘을 시도하는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작년에 75번째 생일을 화려하게 치른 ‘레이밴(Ray Ban)’입니다. 1937년 공군 조종사들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티어드랍 모양의 안경에서 출발한 레이밴이 저희 집 할아버지,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걸 보면, 가히 화석과 같은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 캐치(Catch) 편
그런 레이밴에게 제가 특별히 주목하게 된 건 2006년 유튜브를 휩쓴 두 편의 바이럴 때문이었죠. ‘캐치(Catch)’편에 등장하는 두 명의 주인공을 보세요. 뭐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외모에 머리도 적당히 벗겨지고 배가 나오기 시작한 말 그대로 중년의 덤 앤 더머 형제입니다.  순전히 심심해서 시작한 놀이처럼 선글라스를 던지고 그걸 얼굴로 받아 내는, 정확히 말하면 손 안 대고 얼굴로 선글라스를 쓰는 묘기를 선보이더니 점점 자신감이 붙었는지 지붕 위에서도 던져 보고, 막 문이 닫히려는 엘리베이터에서도, 심지어 다리 위에서도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선글라스를 던지고 얼굴로 받아 내며 환상의 호흡을 선보입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달리는 자동차의 조수석을 향해 던진 선글라스가 거짓말처럼 얼굴에 착 달라붙는 슬로우 모션을 나도 모르게 키득거리며 보고 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게 되죠. 

▲ 키스(Kiss) 편
수없이 봐도 또 빨려드는 이 중독성 강한 바이럴은 이어지는 ‘키스(Kiss)’ 편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지독한 사랑에 빠진 너무나 평범한 한 커플이 멈출 수 없는 키스를 서로에게 퍼부으며 온 길거리를 휘젓고 다닙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매장의 매대 위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의 엽기적인 키스가 점점 강도를 더해 가면서 주위의 다양한 반응들이 보는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죠. 전 특히 부러움 반, 감회 반으로 흘깃거리는 택시 할아버지의 눈빛이 정말 공감이 가던데,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인터넷 붐을 타고 너도나도 미디어 비용 없이 퍼트려보겠다고 찍어 내듯 만들어 낸 바이럴 중에서 가히 최고의 바이럴로 이 두 편을 꼽을 수밖에 없는 건, 그저 아버지 세대가 쓰던 낡고 잊혀진 선글라스 브랜드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로 순식간에 ‘회춘’시켜 놓았기 때문이죠. 75살의 노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재미와 위트의 에너지 때문일 걸까요?
그 옛날 제임스 딘이나 마이클 잭슨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잠자리 레이밴 하나 걸쳐 쓰고 눈부신 가을 햇살 아래 핸들을 꺾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속으로 의 설경구처럼 외치면서 말이죠.  “나는 아직도 젊다아아아~~~”   hyewon.oh@samsung.com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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