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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귀’입니다. 소리를 분별하는 중요한 기관이죠. 그중에서도 ‘크리에이터의 귀’로 살아가는 저는 다른 귀들과 조금 
다릅니다. 일반 사무직으로 살아가는 제 친구 귀들과 비교해 본다면 크리에이터의 귀란 훨씬 터프하고 까다로운 직업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 귀가 닳도록 남의 이야기나 아이디어를 듣는 것이고요. 그것도 아주 오래 많이요…. 녹음할 땐 작곡가나 
음반 프로듀서처럼 성우의 목소리 톤과 미세한 감정, 배경 음악의 울림까지 가려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귀들이 다 잠든 
오밤중에도 졸린 귀를 비비며 후반 작업 관련 전화를 받을 때도 많고요. 광고란 게 여러 사람이 모여 하는 일이다 보니 싫은 소리도
많이 들어야 하고 또 여러 이야기 중의 옥석을 걸러 낼 줄 알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다른 귀들보다 피곤하게 살아가는 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보람 있는 건 세상 누구보다도 사람들의 좋은 아이디어나 성우들의 좋은 목소리, 좋은 음악을 많이 듣고 산다는 건데요. 
제가 아마 세상에서 행복한 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이러한 행복을 잘 누리지 못하는 소외된 이웃 귀들이 
있어요. 제가 볼 땐 분명히 청력에는 이상이 없는데 회의 중에 남의 아이디어는 절대 들으려고 하지 않는 ‘회의 중 난청 증상’이 그것이죠.
 
이런 귀를 가지신 분들의 특징은 귀보다는 제 친구인 입을 더 많이 애용하신다는 겁니다. 남의 아이디어를 귀담아듣기보다는 오직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하기에 바쁜 분들, 분명히 주위에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광고업이라는 게 화려한 언변이나 프레젠테이션이 
주목받기 마련이라 그런가요?
 
아가와 사와코의 이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 저 같은 
귀들은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특히 크리에이터라고 하면 잘 들을 줄 아는 것도 능력입니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잘 듣고 
거기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할 줄 아는 것 말이에요. 그게 바로 지혜로운 크리에이티브 아닐까요?
 
아는 거 많고 말 잘하는 사람은 넘쳐나지만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은 드문 시대, 이 연사 저 귀는 이렇게 소리 높여 외칩니다.
‘아이디어의 시작은 아이(耳)디어다!”
 
아이디어는 듣고 말하기가 기본입니다. 그리고 늘 말하기보다 듣는 게 먼저입니다. 
‘아이(耳)디어(語)!’ 완연한 가을 날씨, 아이디어를 위해 귀를 열기 참 좋은 계절이네요.
 
sanghun.ahn@samsung.com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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