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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란 전략일 수도 있고, 참신한 아이디어일 수도 있고, 특별한 접근 방법일 수도 있다. 또, 이 세 가지를 다 포함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획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프로젝트 성공을 가져오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서는 글로벌하게 잘 알려진 세 개의 공연을 분석해 봄으로써 기획이 공연 상품의 흥행에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할리우드 볼(Hollywood Bowl)의 아바(ABBA) 페스티벌,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 호텔의 르 레브(Le Reve) 쇼, 그리고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를 끈 델라구구아다(De La Guarda) 등 3개의 쇼를 통해 본 기획의 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할리우드 볼과 아바 페스티벌  
 
 

▲ 할리우드 볼의 아바 페스티벌/할리우드 볼의 피크닉  
 
미국의 LA는 영화로 대표되는 각종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잘 알려진 도시다. 디즈니랜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 각종 레저 및 위락 
시설도 유명하지만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도시이기도 하다. LA의 공연장은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스테이플 센터, 할리우드 볼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할리우드 볼의 독특한 콘셉트는 LA 시민과 외국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22년 문을 연 할리우드 볼은 1만 8,000석의 세계 최대 
야외 원형 공연장이다. 할리우드 볼은 LA 도심 북쪽에 위치한 산속의 자연 지형을 활용했고 주변의 넓은 공원과 피크닉을 할 수 있는
벤치가 인상적이다.
 
2013년 9월에 진행된 아바 페스티벌은 대형 스타가 없는 평범한 공연이었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혼상 4인조 아바를 코스프레하는 
공연진이 LA 공연장을 방문해 오리지널 아바 멤버의 일부 세션 맨들과 함께 아바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다. 본 공연 전에는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대학 합창단들이 아카펠라로 아바 노래 경연을 벌이기도 했다.  
 
속된 표현으로 ‘짝퉁 아바’의 공연인 셈인데 1만 8,000석에 이르는 야외 공연장이 가득 찼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처럼 공연이 매진될 만큼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콘서트에 놀이와 먹거리 문화를 함께 결합시킨 것이 주효했지 않았나 싶다. 즉 피크닉처럼  
먹거리를 싸와서 가족, 친구들과 나눠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춤추고, 그리고 공연을 본다는 것이 기획의 핵심인 것이다.  
 
즉 피크닉이 있는 음악회란 점이 다른 공연과 차별화되고 할리우드 볼 공연장을 찾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 야외 공연장 입구에는  
잔디밭은 물론 테이블이 있는 피크닉 벤치를 많이 설치해 놓았다. 그래서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 담요나 방석 이외에도 와인, 맥주, 
피자 등의 먹을 것, 마실 것을 한 보따리씩 싸들고 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공연장 앞쪽에도 나무 테이블을 놓아 공연을 보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물론 이 자리를 차지하려면 비싼 티켓 값을 내야 한다.  
 
이곳에는 가벼운 공연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7월부터 9월까지 거의 일주일에 두 개의 공연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아바 페스티벌이나  
사운드 오브 뮤직 싱 얼롱(Sound of Music Sing Along) 등 대중적 접근도 있었지만 블루맨, 시카고 뮤지컬이나 안드레이 보첼리, 스티브 
원더 등 본격 공연도 열린다. 특히나 이곳에서는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할리우드 오케스트라 등 여름 공연이 개최되기도 한다.  
 
공연마다 청중들이 대하는 태도는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피크닉이라는 콘셉트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피크닉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을  
산속에 마련하고 넓은 주차장과 잔디밭, 테이블을 준비해 놓은 것은 사람들의 놀이 문화에 비중을 둔 기획인 셈이다. 즉 피크닉을 하며  
음악과 공연을 즐긴다는 전략적 접근으로 매 공연마다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싱크로나이즈드 수영을 무대에 올린 ‘르 레브 쇼’ 
 

▲ 르 레브 쇼 포스터
 
라스베이거스는 사막 위에 건설한 계획 도시이다. 그 도시에는 수많은 인간의 꿈을 실현한 테마 공간 형태의 호텔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호텔에는 태양의 서커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연을 하고 있다. 
 
벨라지오 호텔에서 장기간 공연됐던 오 쇼(O Show)를 비롯해 카 쇼(Ka Show) 등이 대표적 공연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독특한 기획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공연을 만들어 라스베이거스 쇼를 지배하고 있다. 
 
레브는 불어로 꿈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르 레브는 남녀 간의 꿈과 사랑을 주제로 펼쳐지는 대형 입체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1984년  
설립된 캐나다의 공연 회사인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기획하고 연출한 공연이다. 한마디로 실내 원형 무대가 수중 무대로
변환되면서 펼쳐지는 수중 아크로바틱 공연이다.
 

▲ 르 레브 쇼 공연 장면
 
수영과 다이빙 등으로 단련된 퍼포머들이 하늘과 물속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서커스 묘기를 펼친다. 이 무대에 사용되는 물이 백만  
갤런(380만 리터)이라고 한다. 수중에서 솟아오르며 수도 없이 전환되는 무대, 현란한 조명 장치,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 물속으로  
사라지고 나오는 훈련된 출연진 등 공연을 진행하기 위해 엄청난 기계와 전기 장치가 동원돼 출연진들과 호흡을 맞추지만
한 시간 반 동안 깔끔하게 공연이 이어진다.
 
이 공연은 태양의 서커스가 갖는 기본적인 특성, 다시 말해 서커스에 스토리를 결합하고 음악적 요소까지 포함하는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를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르 레브에는 한 가지가 더 있는데, 바로 카 쇼에서도 시도된 수영장을 무대로 옮겨왔다는 점 이외에 물속에서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추는 싱크로나이즈드 수영(Synchronized Swimming)과 높은 곳에서 물로 뛰어내리는 다이빙(Diving)을 무대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수영의 기본적인 동작에서 힌트를 얻어 물속에서 군무를 추고 공중에서 다이빙을 하고 연기를 한다. 물을 공연장으로 가져 온 이상으로  
싱크로나이즈드 수영과 다이빙을 단초로 공연을 기획한 것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선 채로 공중을 바라보는 공연 ‘델라구아다’ 
 

▲ 델라구아다 라스베이거스 공연 포스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캠페인 소재를 찾던 필자는 뉴욕을 방문해서 ‘델라구아다’공연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이 찾아간 오프 브로드웨이(Off-Broadway) 공연장에는 의자도 무대도 없었다. 공연을 보러 온 200~300명의 사람들이  
직사각형의 공연장에 뭔가 잘못 찾아온 듯 서성거리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10여 미터 천정에서 밧줄에 매달린 사람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관중을 무릎 사이에 끼고 올라가기도 했다. 다양한 
음악이 들리는 가운데 사방에서 현란한 영상도 보이고 공연자들이 벽을 뛰어오르고, 관객에게 물을 뿌리기도 하는 등 예상치 못한  
퍼포먼스들이 한 시간 반 정도 계속된다. 서커스나 아크로바틱(Acrobatic) 요소와 음악 등으로 이뤄진 활기찬 공연이 관객을 위로하고  
절망에서 벗어나도록 위로하는 수호천사 같은 역할을 한다. 
 
스페인어인 ‘델라구아다(Da La Guarda)’는 ‘지켜주는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1995년부터 아르헨티나의 공연 팀이 시작해 각종 연극제  
등에서 공연해 오다가 1998년 뉴욕의 유니온 스퀘어의 달로스 씨어터에서 본격 공연을 시작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물론 스텀프나 난타 같이 대사가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의 성공 사례도 있긴 하지만 델라구아다는 이런 장르에 무대를 없애 버리고,  
전후좌우는 물론 천정까지 무대로 활용했다는 점과 스탠딩 관람이라는 것이 기획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공연이 대부분 좌석  
구분과 티켓 차별화, 정면 무대를 바라보는 관람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델라구아다가 얼마나 큰 격식의 차별화를 가져온 기획인지를 
알 수 있다. 스탠딩 문화에 익숙한 미국인들에게 델라구아다가 흥행의 요소로 작용한 것 같다. 2002년부터 국내에서도 세종문화회관 뒤에 
특설 무대를 짓고 공연을 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는데, 스탠딩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국내 정서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필자는 델라구아다를 참고해 시드니 올림픽 홍보관에 ‘무선(無線, 핸드폰)’을 소재로 ‘디지털 인터루드(Digital Interlude)’라는 공연을  
만들었는데 아크로바틱 공연에 4면 영상과 전자 비트의 음악을 섞어 ‘삼성의 핸드폰’을 알리는 상징적인 소비자 홍보 프로그램이었다. 
 
 
기획이 성공을 좌우한다 
 


 
▲ 다인종을 내세운 다저스 유니폼 매장 
 
스포츠 경기라면 운동장이나 실내 체육관에서 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은 복싱대회로  
유명해졌다. 비운의 복소 김득구가 운명을 달리한 곳도 이 호텔이다. 호텔이 스포츠의 기반 시설일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LA 다저스는 다양성에 기획의 포인트가 있다. LA 지역이 히스패닉이나 한국인, 일본인 등 다국적 인종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라서 구단 
운영 자체가 이런 다양성을 반영하는 쪽에 중심이 가 있다. 박찬호, 노모, 류현진, 푸이그, 유리베, 곤잘레스 등 외국계 선수들이 유난히 
많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샌프란시스코는 하늘에 매달려 움직이는 케이블카가 아닌 땅 위를 움직이는 케이블카를 관광의 핵심 포인트로 활용하고 있다.  
 
기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도 하고, 성공적 공연이 되기도 한다. 기획의 힘은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기도 하고, 
세상에 없는 장르를 만들어 내기도 하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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