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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열린 하계수련대회에서 남다른 이력으로 1만여 명의 눈길을 사로잡은 신입사원이 있습니다. 그녀는 격투기 유망주로 전국 국무도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는데요. 광고에 눈 뜬 이래 여덟 번의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한국 대표로 칸 라이온즈 국제 광고제에 참석, 남들은 한 번 하기도 어려운 인턴을 다섯 번이나 하고 2013년 1월, 신입사원이 됐습니다. 이 놀라운 경력의 주인공은 바로 제일기획 캠페인 2팀 현혜원 프로입니다.


▲ 53기 하계수련대회, 신입사원의 열정 스토리를 들려주는 Blue Speech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장·임원단을 비롯해 53기 신입사원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당차게 발표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이토록 화려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산만함이요.”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격투기 소녀?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현 프로는 8살에 격투기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어떻게 시작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운동을 엄청 좋아하고 또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현 프로는 10살 때 태권도 1단을 따고 그 후 합기도와 공수도, 국무도, 그리고 우슈까지 섭렵했습니다. 문화관광부장관기 전국 국무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두각을 나타내며 유소년 선수로 활약했는데요. 10년 동안 운동에 매진했고 진로 역시 경호원, 경찰 등을 염두에 뒀습니다. 그러나 고1 때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 학창시절 국무도 대회에서 우승, 시상식 장면

여느 때와 같이 대회 준비를 하던 중, 무리한 운동으로 다리 근육을 다친 것인데요. 현 프로는 그때의 후유증으로 지금도 다리가 쉽게 저리곤 한답니다.

“오랫동안 해 왔던 것이 잘 안 되니 슬럼프에 빠지더라고요. 운동을 관두고 제 1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정말 깜깜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고민은 고3까지 이어졌습니다.


▲ 전국 국무도 대회, 합기도 대회에 참가해 따낸 매달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진로상담을 받던 중 담임 선생님이 “너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니까 광고를 해 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말에 현 프로는 깜짝 놀랐는데요.

“솔직히 이전까지 광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어요. 그래서 수능시험 점수에 맞춰서 아무 생각 없이, 선생님 조언대로 광고홍보학과에 지원했어요. 딱 한 학기만 대학 다니고 바로 재수학원 알아보려고 했었죠.”

 

광고! 너는 내 운명

현혜원 프로는 아버지와 ‘반수’를 약속하며 제주도에서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첫 학기 홍보학개론 수업을 듣고 생각이 180도 달라졌는데요.
광고를 공부하며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것입니다.

“운동을 할 때 내가 가진 능력치로 경쟁할 수 있다는 게 좋았거든요. 광고도 마찬가지였어요. 내가 취미로 하고 있던 것들이 나한테 의미 있는 재능, 가치가 되고, 이걸 통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좋더라고요.”


▲ 직접 그린 작품들

컴퓨터로 뭔가를 제작하기 좋아했던 그녀는 포토샵, 일러스트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다음 카페를 들락거리며 혼자 스킬을 깨우쳤습니다. 덕분에 PPT를 만드는 데 있어 도움이 됐고, 컨설팅 회사에 PPT 디자인을 납품하는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었습니다. 틈틈이 블로그에 그림일기를 올린 경험은 후에 삼성카메라 Vluu, 크라운제과 ‘엡솔루트 초코바’ 등의 브랜드 웹툰을 그리는 발판이 되기도 했습니다.

 

칠전팔기, 될 때까지 한다!

처음부터 술술 풀렸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학년 때 광고학회에 가입해 공모전에 나갔지만 결과는 줄줄이 낙방이었습니다. 부모님은 그녀에게 “간판 만드는 거 배우러 서울까지 갔느냐”며 “이제 그만 제주도로 내려오라”고 하셨는데요.


▲ 2012 제33회 제일기획 광고대상에 참가해, 금상과 프리젠터상을 받을 당시의 모습(오른쪽에서 두 번째)

현 프로는 개의치 않고 도전을 계속했습니다. ‘아직 스무 살인데 뭐. 열 몇 번 떨어져도 아직 기회가 많은데, 언젠가는 되겠지!’란 생각에서였습니다. 떨어졌을 때는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고 다음번에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실력이 점점 나아졌습니다.

“광고의 매력이 설득이라는 것. 내가 낸 아이디어가 누군가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 각종 공모전에서 받은 상장과 아케데미 수료장

대학교 3학년 때 학회 팀장을 역임하며 처음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2009 경륜·경정 대학생 광고 공모전에서 총 네 가지 아이디어를 출품해, 그중 무려 세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누렸습니다. 수상 소식에 어머니는 뛸 듯이 기뻐했고 무뚝뚝한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다른 애들이 못했나 보다.”

하지만 그 후에도 현 프로는 거침없이 공모전을 휩쓸었습니다. 현 프로는 아르바이트와 프리랜서, 그리고 인턴 등을 하며 현업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현 프로는 제일기획, 이제석 광고연구소, 이노션 등지에서 인턴 경험만 다섯 번이라는 진기록을 낳았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어요. 교수님도 선배님도 저를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기회가 닿곤 했던 거예요.”

 

한국은 너무 좁다!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던 현 프로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준 사건이 있습니다. 현 프로는 제일기획 공모전에서 금상을 타며 한국 대표로, 칸 라이온즈 국제광고제의 로저 해츄얼 아카데미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온 예비 광고인과 함께 칸 현지에서 수업을 듣고 과제와 발표를 했습니다. 칸 국제광고제 파티부터 시상식까지 모조리 지켜보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칸에서 자극을 엄청 받았어요. 전 세계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한국 땅이 너무 좁다는 걸 몸소 실감했어요. 비단 저뿐만 아니라 회사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강한 상대와 맞붙어야 강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칸 라이온즈 국제 광고제의 로저 해츄얼 아카데미를 함께 수료한 친구들(아랫줄 맨 왼쪽)

유독 그녀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순간이 있습니다. 당시 제일기획은 ‘이마트 써니세일 캠페인’으로 아웃도어 부문 금상을 받았는데요. 시상 직전 보여준 영상에, 해가 중천에 뜸에 따라 조형물에 그림자가 생기고 그 그림자가 QR코드로 변하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순간 시상식장 내 전 세계 사람들의 “와아~”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현 프로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사실 해시계라는 한국적인 아이디어였잖아요. 그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경쟁력 있다는 것에 소름이 끼쳤어요.” 그 날 이후 현 프로는 결심했습니다. “뭔가 한 끗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 그래서 언젠가는 저 무대에 나도 오르리라.”

 

그리고 입사, “여기는 결승선이 아니더라”

현혜원 프로는 인터뷰 도중 입사 대목에 이르러 “되게 열심히 달려왔는데 입사가 결승선, 끝이 아니더라고요”라며 웃었습니다. 현 프로는 현업이 ‘부담스럽다’고 표현했는데요.

인턴 때와는 또 다르게 현재 하는 업무가 실제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니 한 글자, 한 글자가 신경 쓰인다고 했습니다. 잘하고 싶은데 종종 실수한다며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녀는 요즘 태권도를 다시 시작했는데요. 일주일에 2~3번 퇴근 후 태권도로 몸을 푼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종로에서 1시간씩 영어 스피킹 수업을 듣고 출근합니다. 영어에 자신이 없어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때까지 다닐 생각이라고 합니다.

현혜원 프로에게 그토록 열정적일 수 있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원동력은 ‘산만함’이에요. 산만해서 이것저것 다하거든요. 또 뭐 하나 시작하면 이왕 할 거 잘하고 싶어 끝을 보는 성격이고요.”

마지막으로 10년 뒤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으냐고 물었습니다.

“지금 목표는 글로벌과 관련된 뭔가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착한 메시지가 담긴 광고를 만들고 싶어요. 칸에서 그런 실마리를 본 것 같아요. 광고가 맘만 먹으면 세상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는 좋은 소비, 착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걸요. 또 아이디어 발상이든 전략이든 ‘이 분야는 애가 진짜 잘하지!’ 이런 자신만의 무기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럴 깜냥이 되려면 더 공부해야 될 텐데….”

현 프로는 의외로 인터뷰 내내 쑥스러워했습니다. 하계수련회에서의 당찬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운이 좋아서” “깜냥이 안 돼서”와 “더 공부해야 되는데”를 입버릇처럼 말했는데요. 끝으로 그녀는 “실천하지 않는 열정은 욕심이 아닐까요?”라고 조심스레 반문했습니다.

타고난 ‘엄친딸’인 줄 알았더니 끊임없이 자극받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사람임이 느껴졌습니다. 지금보다 10년 뒤 모습이 더 궁금한 현혜원 프로.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합니다.

(*위 내용은 삼성그룹의 인터뷰 기사를 정리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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