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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성공해서 아주 큰 돈을 번 사람이 있다.  
그는 낙후한 도심을 사들인 뒤, 거리를 단장하고, 공원과 공연장, 학교, 그리고 예쁜 아이스크림 가게도 만든다.  
그리고는 이곳으로 젊은 창업가들을 불러 모은다. 사업 밑천을 투자하고, 일하고 생활할 공간도 제공한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바도 있다. 꿈꿔 온 혁신적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쳐 보라고 말이다.
원주민들에게는 무이자로 돈을 빌려 줘 작은 가게를 차릴 수 있도록 한다.
새로 온 창업가들과 원주민들이 어울려 삶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이 사람은 바로 세계 최대 온라인 신발 사이트 ‘자포스(Zappos)’의 창업자이자 CEO인 토니 셰이(39)이다.
현재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다운타운 프로젝트(Downtown Project)’.
그는 “세상을 뒤집는 혁신은 사람들이 같은 생활 공간에서 마주치고, 부대끼고, 나누고, 협업하는 가운데 절로 나오는 것”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모토도 ‘마주침(Collision), 협업(Collaboration), 공유(Sharing)’이다. 
 
최근 읽은 기사 중 내 마음을 크게 흔들어 놓은 내용이다. ‘행복을 배달합니다(Delivering Happiness)’란 캐치프레이즈를
기업 철학으로 삼고 있는 토니 셰이(Tony Hsieh)는 2009년 회사를 아마존에 12억 달러(약 1조 3,500억 원)에 팔아 큰 돈을 벌었다.
그는 번 돈 가운데 3억 5,000만 달러(약 4,000억 원)의 사재를 털어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의 프레몬트 거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곳은 남쪽 카지노 거리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동네라 한다. 그는 3억 5,000만 달러 중에서 2억 달러(약 2,200억 원)는 땅과 건물을
매입하는데, 5,000만 달러(약 560억 원)는 스타트업 투자에, 또 5,000만 달러는 소규모 가게들을 만드는데,
나머지 5,000만 달러는 교육 시설과 문화 사업에 쓰고 있고, 또 쓸 계획이란다. 이 얼마나 멋진 땅투기인가! 
 
1조는 상상할 수 없는 큰 돈이다. 그런 돈을 수중에 넣게 됐으니 뭔가 뜻 깊은 일을 하고 싶었을 게다.
토니 셰이가 나를 감동시킨 것은 바로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해 가고 있단 점이다. 
 
그 새로운 생태계의 중심에는 서로 나누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상생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존재한다.
돈이란 쓰기는 쉽지만 가치 있게 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셰이의 ‘마주치고, 협업하고, 나누는 공동체’가
이 시대의 새로운 사회 문화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것임을 확신한다.
공유할 가치를 만들어 내는(Creating Shared Value) 이 시대의 핵심 가치를 그는 새로운 창업 도시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청년 창업 캠프에 다녀온 적이 있다. 멘토 역할로 간 것이었지만, 사실 요즘 청년들이 어떤 창업 아이템을 가지고
어떻게 사회를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8명의 진취적인 청년들과 몇 시간의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 뿌듯했던 것은 그들 모두 단지 젊은 나이에 창업해서 많은 돈을 벌어 청년 재벌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사업 아이템이 어떻게 이 사회를 가치 있게 만들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대화 중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단어도 ‘가치’였다.  
 
새로운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상상하고 창조하는 사람을 길러 내는 꿈을 가진 사람도 있었고,
로봇 공학을 전공한 한 청년은 새롭게 디자인한 토이 블록을 가지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젊은 나이에 귀농한 한 분은 선호도가 낮은 채소에 가치를 부여해서 농산물의 활로를 개척하고
쇠락의 농촌 경제를 일으키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 주기도 했다. 그것은 우리가 생명의 다리나 미네워터, 호프 릴레이(Hope Relay)처럼
새로운 가치 나눔 플랫폼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면서 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구조와 다를 바 없다. 분야는 달라도 가치를 나누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생각엔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단기간에 고도의 성장을 이루면서 잘 살기 위해 생존 경쟁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경쟁의 논리는 학교에서 길러지고 사회에서 강화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공존의 가치를 배우지 못한 사람은 모든 것을 경쟁 관계로 파악하기 쉽다.
그것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쉽게 지치게 만든다. 순간 순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정공법보다는
꼼수를 쓰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남을 이용하게 되기 쉽다. 무서운 것은 그것이 습관화된다는 점이다.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제일 높고, 출생률이 제일 낮으며, 삶의 질 면에서의 행복지수가 거의 바닥인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경쟁만 강조해온 사회적 분위기에 대부분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공존하면서 훨씬 더 질 높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경험해 본적이 없는 것이다.
빅데이터의 시대에 아직도 별것 아닌 정보, 노하우를 마치 자신만의 것으로 간직하려 하는 사람이 보인다.
정보 독점이 곧 경쟁력이었던 옛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드러난 현상이다. 정보는 공유하라고 있는 것이다.
협업해 보려 해도 몸 사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함께 빛나는 장을 만들기보단 자기만 돋보이도록 상황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 아직도 다수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서서 좋은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하는 이 시대에, 잘 사는 국가를 넘어 서서 삶의 질이 높은 국가로
발돋움해야 하는 이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혼자 잘 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함께 부딪치며 즐거움을 얻고 가치를 나누겠다는 생각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조직도 시스템도 아니고 결국은 사람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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