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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이 5월로 마흔 살 생일을 맞았습니다. 
 
마흔…. 여자 나이로 치자면 결코 적지 않은 나이임에는 분명하지만 최근에 마흔을 넘겨 본 제가 느끼기에 마흔은 외면과 내면의
아름다움이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나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순간에 가장 매력적인지를 충분히 아는 나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흔 살이 된 제일기획이나 저나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할지 참 고민이 많은데, 그런 제 맘에 쏙 꽂혀 저를 빵 터지게 한
광고가 있었으니 바로 랜드로버(Land Rover)의 ‘로케이션 보이(Location Boy)’입니다.
 
화려한 기법도, 놀랄 만한 아이디어도, 충격적인 영상도 없습니다. 그저 패트릭이라는 중년의 로케이션 매니저가 나와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죠. 자신은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이며 현재 알렌이라는 미친 감독과 일을 하고 있다고요.
 

                                                                 
 
까칠하고 엉뚱한 감독은 패트릭에게 요구합니다. 사막 한가운데 선인장이 있으면 좋겠고, 선인장은 반드시 가시가 있어야 한다고….
그는 감독이 사진 위에 아무렇게나 슥슥 그린 낙서 한 장을 들고, 랜드로버에 오릅니다. 정말 산 넘고 물 건너 거짓말처럼 똑같은 장소를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감독에게 달려가죠. 사진을 들여다보던 감독이 이번엔 이렇게 요구합니다.
 
“난 말이야. 이 뒤에 이런 모양의 산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가 펜으로 그려 넣은 산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물어 다닙니다.  
그리고 마침내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그리고 가시 달린 선인장이 떡 버티고 서 있는 사막을 찾아 의기양양해져 돌아오죠.
 
그런데 이번에도 감독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리며 “아, 이 산이 조금만 더 높고 뾰족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꼭대기엔 눈도 살짝
있었으면 좋겠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지만 패트릭의 랜드로버는 다시 황량한 사막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 뒤로 깔리는 조감독의 아부가 인상적이죠. “감독님, 천재신가 봐요. 정말 천재적인 아이디어예요.”
저는 이 1분짜리 소박하지만 몹시 공감 가는 영상에 크게 웃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제가 패트릭의 입장도, 감독의 입장도, 심지어 옆에서 감독의 말을 한 번씩 반복하는 조감독의 입장도 완벽히 이해가 되고
절절히 공감하게 되더라는 거죠. 아마 지난 시간 동안 이 세 역할을 모두 거쳐왔기 때문이겠죠.
 
어찌됐든 광고는 본연의 역할을 잊지 않고 또 한 번 랜드로버를 광활한 로케이션으로 떠나 보냅니다.
저는 그 뒷모습에 대고 이렇게 중얼거렸죠. “어쩌겠어? 감독이 가라면 가야지.”  
네, 그렇습니다. 그가 누구이든 당신의 존경하는 CD이든 광고주이든 아님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당신의 크리에이티브든  
그가 원한다면 그 어디라도, 지구 끝까지라도 한번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 어딘가 그를 완벽히 만족시켜 줄 답이 있다는 신념을 소중히 가슴에 품고 말이죠.  
그게 바로 가장 매력적인 나이 마흔을 맞는 우리의 자세라는 것, 다들 믿어주실 거죠?
  
hyewon.oh@samsung.com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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