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미학

좋아 보이는 공간의 비밀

공간의 본질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 아기자기하고 분위기 좋은 동네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부터 여러 종류의 상품들이 소비자를 기다리는 편집숍과 복합몰까지 우리 주변에는 정말 많은 ‘장소’가 존재한다. 우리는 그 장소들을 삶의 일부분으로 항상 영위하고 있다. 그중에는 개인적으로 더 관심이 가고,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장소가 있는가 하면 별다른 감흥이 없거나 더 나아가 불편함을 느끼는 장소도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아는 ‘공간(空間)’이라는 단어는 자고로 빌 ‘공(空)’ 자와 사이 ‘간(間)’ 자가 결합한 형태이다. 즉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공간은 애초에 ‘사이가 비어 있는 곳’이다. 이 불완전한 존재는 아이러니하게도 채워져야 비로소 소임을 다할 수 있다. 이는 공간의 본질적 속성이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최종적으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간의 경험은 공간과 사람 사이에 직접적인 인터랙션이 이뤄지거나 또는 공간 안에 있는 다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터랙션을 통해 간접적으로 형성되기 마련이다. 이처럼 궁극적인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공간 안에 채움으로써 ‘공간의 완전함’을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공간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공간을 통한 경험은 크게 두 가지 접근법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과거의 경험을 통한 접근이며, 두 번째는 새로운 경험을 통한 접근이다.   직간접적인 매개가 있는 공간들 먼저 과거의 경험을 통한 접근은 이미 이전에 접해 본 적이 있는 자극이…

테마 미학

진짜 같은 가짜 사진

실재를 더듬기 위한 매개체 사실 모든 이미지는 허구고 가짜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 사라져 버린 것을 뒤늦게 인간의 눈앞에 갖다 놓기 위한 대리물이자 실재를 대신하는 모조다. 그러나 인간은 그 허구적 이미지, 가짜를 통해 진실을 깨닫고 실재를 더듬는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이미지는 실재에 가닿기 위한 매개들인 셈이다. 전통적인 동양의 회화 역시 그러한 매개로 작동했다. 예를 들어 산수화란 그림은 실제 산수를 소요하는 대신 그것을 그림에 담아 방 안에 걸어두거나 펼쳐놓고 바라보면서 마치 현실 속 산수를 소요하는 듯한 경험을 위해 마련한 허구적 장치였다. 따라서 굳이 실제 그대로 닮을 필요는 없었고, 다만 실재를 연상하는 기호로만 작용하면 됐다. 그래서 선으로만 그려질 수 있었다. 그림자도 없고, 부피나 질량이 깃들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있음과 없음 사이에 존재하는 것  알다시피 사진은 이미 존재하는 대상을 순식간에 포획한다. 따라서 사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찍을 대상이 마련돼야 하며 그것이 시간 속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사진은 대상과 시간을 동시에 겨냥한다. 이미 일상에 존재하는 이미지, 그러니까 레디메이드 이미지를 다루는 사진은 우선적으로 대상을 발견하는 일이고, 그런 이후 대상을 프레임에 가둔다. 그런데 촬영 후에도 대상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사진 속에 들어와 박힌 대상은 어느 한순간의 것이기에 그것은 있음과 없음 사이에 기이하게 걸쳐 있다. 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