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 Culture

재미면 다다

환경과 가치관이 달라지다 휘발성이 강한 재미를 추구하는 데는 대략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주어진 환경에서 오는 현실적 원인 때문이다. 일단 인생이 너무 길어졌다. 당장 10년 뒤의 삶을 예측하기도 어려운데, 100세까지의 삶을 계획하기란 쉽지 않다. 그 긴 시간 동안 기계로 대체되지 않을 직업을 가늠하고 선택하는 일도 어렵다. 그뿐인가. 유산의 ‘축복’이 없다면, 수입의 대부분을 저축한다 해도 집 한 칸 구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래 왔듯, 인간은 환경이 열악하다고 절망하지는 않는다. 해서 사람들은 대중적 희망이 쪼그라든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천 원짜리를 들고 인형을 뽑으며, 희망의 대체제인 ‘행운’에 기댄다. 소비자들이 가능성 있는 재미로 시선을 돌린 두 번째 이유는 가치관의 변화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종교인 수가 늘지 않고 있다. 내일의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내세에 대한 믿음도 소멸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단 한 번뿐인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해졌고, 그 귀한 시간을 만끽하려는 욕망이 증폭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능동적 참여 유도하는 행운 마케팅 희망의 자리를 행운이 대체한 지금, 행운 마케팅 붐이 일고 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요행 심리에 기댄 이 고전적 기법이 전과 다른 패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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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리스, 융합의 가치를 좇아가다

패션의 기준은 이제 성별이 아니다 성별 파괴 현상의 첫 징조였던 유니섹스의 투사(鬪士)는 기존 질서에 반감을 드러낸 히피들이었고, 특히 여성이 남성복이나 남성의 헤어스타일을 차용하는 양상을 보였다. 남성 주도의 역사와 문화에 반기를 든 여성이 그 주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젠더리스 열풍의 주체는 일방적이지 않다. 평소 치마를 즐겨 입는다고 알려진 젠더리스 패션의 세계적 아이콘은 다름 아닌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의 두 아들이다. 젠더리스의 아이콘이 비단 바다 건너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이 주목하는 가수 지드래곤과 배우 강동원은 특유의 감각과 매력을 앞세워 젠더리스 현상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패션을 통해 “무엇을 입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입느냐가 중요하다”고 강변한다. 적어도 패션에 있어서만큼은 사회적 성별과 나이가 아닌 ‘스웨그(Swag)’가 추구되고 있는 것이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꽃무늬는 남녀 모두를 위한 것”이라 일갈했고, 미우치아 프라다는 자신은 디자인할 때 “젠더가 아닌 ‘피플’을 생각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밝힌 바 있다. 그런 철학과 의지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제 더 이상 ‘핑크’와 ‘꽃무늬’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남성의 패션은 화려해지고, 여성의 패션은 파워가 강조되는 추세다. 그러니 총량은 같다고 해야 할까. 다양하고 화려한 꽃무늬가 돋보이는 구찌의 남성복 컬렉션. ⓒgucci.com 여성과 남성의 구분이 모호한 프라다 제품들. ⓒprada.com 사람들은 돌잔치 초대를 받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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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소비자를 이해하다

개인 맞춤화 단계로 접어든 마케팅 오랜 기간 마케터들은 마치 신화 속 영웅처럼 소비자의 행동 속 숨겨진 동인을 찾아 지난한 여행을 해 왔다. 그간 참으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소비자의 심리는 여전히 안개에 가려진 산봉우리처럼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풀리지 않던 ‘오래된 숙제’의 정답이 드디어 밝혀질 모양이다. 이 놀라운 사건의 단초는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세상에서 확인된다. 이제 세상은 실시간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실시간 통계사이트 ‘Worldometers’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매일 2,100억 통 이상의 이메일이 발송된다. 그러니 현대인 한 명이 하루에 접하는 정보량은 20세기 초 한 명이 평생 접한 정보량에 버금간다는 말이 실감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산돼 축적된 이른바 ‘빅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해 알고리즘을 만드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심리라는 오래된 숙제가 풀릴 수 있게 됐다. 일단 인터넷 기반의 빅데이터가 수집되면 고객의 나이와 성별, 거주지는 물론이고 쇼핑 시간대와 평균 소비 금액 등 아주 디테일한 정보 취득이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마치 의사가 핀셋으로 환부를 치료하듯 정교한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그뿐인가. 기존에는 마케팅이 다중을 상대로 한 미디어에 주로 의존해야 했지만, 이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행동을 분석하는 예측 마케팅은 타깃을 개인 단위로 좁힌 미세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다른 선택 빅데이터로 소비자의 개인적 취향을 저격한 대표 주자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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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잡지 전성시대?

    같은 장면 다른 시선 공장 굴뚝이 토해 내는 시커먼 연기가 발전의 증거이자 가난 탈피의 희망적 징조로 받아들여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우리는 같은 장면을 다른 인식과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바로 ‘환경’이란 안경을 쓴 것이다. 물론 환경이란 잣대는 한동안 일부 운동가들이나 특정 시민단체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고 재난 문자 메시지가 전송될 정도로 환경 상태가 악화되면서 이제 환경 문제는 대중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고, 일회용컵 대신 친환경 텀블러를 사용하는 일은 더 이상 튀는 행동이 아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조항은 모르더라도 친환경적 소비 습관과 라이프스타일이 특정 지역 혹은 국가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어젠다’임을 인식하고 있다.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는 자각이 어떤 동력에 의해 이뤄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양한 조건이 복합적으로 성숙돼 낳은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분명한 것은 에코 트렌드 확산에 이른바 ‘에코맘(Ecomom)’이 상당한 수준의 기여를 했다는 사실이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의류, 가전제품 등의 선택 기준에 ‘친환경’이란 잣대를 달기 시작한 주체가 바로 에코맘이기 때문이다. 에코맘이 주도적 역할과 함께 하나의 세력으로 집단화된 것은 육아 과정에서 아토피와 알레르기 등 환경성 질환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제품 구매를 통해 해결책을 구했던 에코맘들은 한 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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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 다반사 시대

  그때 그 시절에도 인증샷이?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사진은 인화지라는 물성을 가진 ‘물건’이었다. 하지만 사진이 데이터로 존재하고 소장되는 지금, 사진은 더 이상 물건이 아니다. 기념 촬영 또한 졸업식과 결혼기념일, 돌잔치만의 절차도 아니다. 이제 사람들은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특정되지 않은 시간과 장소를 사진으로 기록한다. 언제 어디서나. 그래서 점심에 먹은 파스타와 퇴근 뒤 찾은 한강공원의 야경을 SNS에 올려 자랑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특히 기성 세대와 달리 자기 표현이 익숙한 소셜미디어 세대에게 SNS를 기반으로 하는 인증샷 트렌드는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 셀카와 인증샷 트렌드 이런 현상은 일견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결합해 낳은 시대적 산물로 보인다. 하지만 답이 이렇게 간단해도 될까? 그런 분석 이면에는 과연 어떤 속내가 숨어 있을까? 만약 오늘 점심에 당신이 빌 게이츠와 점심을 먹었다면, 굳이 인증샷을 찍어 ‘자랑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 뉴스에 등장할 테니까. 우리가 굳이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타인들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서다. 관심을 끌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지지를 원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심리학자들은 ‘현대적 나르시시즘의 발현’이라고 해석한다. 인증샷의 원형은 아마도 사진이 없던 시절의 초상화와 정물화일 것이다. 초상화는 권력과 재력을 가진 지배층의 전유물이었다. 예외가 있다면, 화가의 자화상 정도. 정물화는 상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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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하니까 행복하다!

  본능의 결핍 해소를 위한 핸드메이드 일상에 소용되는 모든 도구를 우리가 직접 만들 수는 없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고, 물컵 한 번 만들어 본 사람이 적다. 당연한 일이라고? 아니다. 인류는 자신이 쓸 도구를 직접 만드는 ‘지능적 손’을 가진 덕분에 오늘에 이르렀다. 다만 공장과 제품으로 대변되는 현대문명이 ‘생각하는 손’을 빼앗은 것뿐이다.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새로운 제품이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지금, 뜬금없어 보이는 ‘핸드메이드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인류의 원형질이 복원되려는 자연스런 반작용이다. 공장에 위임했던 호모 파베르(Homo Faber)의 속성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핸드메이드 열풍이 불기 전, 사람들은 ‘명품’에 먼저 열광했다. 같은 가방이라도 타인과 다른 제품을 얻기 위해 과감하게 지갑의 출혈을 감수했다. 아직도 유효한 그런 경험과 함께 등장한 방식이 ‘스페셜 에디션’을 향한 집착이다. 하지만 그런 차별적 경험을 통해서도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느껴지자 사람들은 ‘핸드메이드’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핸드메이드는 세계적 트렌드 굳이 차를 몰고 마트에 가지 않아도 클릭 몇 번으로 자신이 원하는 온갖 채소가 현관문까지 배달되는 세상이다. 그런데 번거롭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낑낑대며 물조리개를 들고 도시농부를 자처하는 이들의 심리는 대체 뭐란 말인가? 왜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사서 고생을 하는 걸까? 패스트패션이 유행하는 요즘, 거실에 재봉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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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코노미, 또 하나의 열린 시장?

  시장의 성장판이 열리다 대체 펫밀리 현상이 어느 정도이기에 이토록 관심을 끄는 것일까?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1.8%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이는 최소한 457만 가구에서 1000만 명 정도가 다양한 반려동물과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2년 전 통계임을 감안하면, 그 수치는 더욱 늘어나 있을 것이다. 게다가 1인 가족 증가와 고령화 사회, 여기에 자녀를 낳는 대신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는 ‘딩펫족(Dinkpet)’까지 등장하면서 펫밀리 증가세가 강한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 브라질, 일본, 유럽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심화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비즈니스 생태계에도 강한 추진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례를 우리에게만 국한시켰을 때도 그렇다. 2016년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조 2900억 원이었고, 오는 2020년이면 거의 6조 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 최근 국내에서도 도그워커 매칭 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다. Ⓒwoof.kr 기존에는 반려동물 시장이 ‘사료’, ‘동물병원’, ‘미용’ 이 세 가지에 국한돼 있었다. 물론 지금도 가장 큰 시장은 사료일 수밖에 없지만, 이 시장이 ‘고급화’됨과 동시에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되면서 몸집이 커지고 있다. 일례로 보육(?) 기업임을 표방한 워키도기는 최근 ‘도그워커(반려견 산책 도우미)’ 및 ‘방문 펫시터(방문 반려견 보살핌 도우미)’와 견주를 연계시켜 주는 ‘우프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직 우리에겐 생소해 보이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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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소유’ 대신 ‘향유’

  한계점에서 시작된 대안적 생존양식 영미권과 일본에서 미니멀 라이프가 태동한 시점은 2010년경으로 유사하지만, 그 배경은 사뭇 다르다. 영미권에서는 “좋은 차에, 넓은 집, 명품을 소유했지만 더 많은 물건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는 공허함을 채울 수 없다”는 철학적 반성을 배경으로 한다. 반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란 자연재해를 겪으며 공포에 휩싸인 일본에서는 ‘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뜻의 ‘단사리(斷捨離)’란 유행어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미니멀 라이프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구체적 배경은 다르지만, 두 경우 모두 어떤 ‘한계’에 봉착한 시점에서 미니멀 라이프가 발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최근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해답을 공개하면 ①소유 개념의 변화와 ②저성장에 따른 지속적 장기불황, ③1인 가구 증가를 그 배경으로 꼽을 수 있겠다. 이 역시 한계에 부딪친 뒤의 선택이란 점에서 영미권이나 일본의 사례와 일맥상통한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현대인에게는 두 가지 생존양식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돈과 명예, 권력, 지식 등의 소유에 전념하는 ‘소유적(To Have)’ 양식이며, 다른 하나는 물질에 초연하면서 자유롭고 독립적 삶을 추구하는 ‘존재적(To Be)’ 양식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존재적 양식은 참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끊임없이 소유를 갈망하는 현대인들에겐 참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생존양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니멀 라이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물건 정리에서 시작된 미니멀 라이프 2~3년 전부터 우리 서점가에도 ‘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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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 갑옷을 입고 기술의 창을 들어라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진화 1960년대 ‘컴퓨터를 착용한다’는 개념과 구상이 시작된 이래 스마트폰의 후계자로 총애를 받아온 웨어러블은 그간 상당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비록 2002년 미국의 자이버넛(Xybernaut)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원시적 웨어러블 컴퓨터 ‘Poma’와 시계업체 파슬(Fossil)이 내놓은 스마트 워치 ‘PDA wrist’가 상용화에 실패했지만, 스마트 워치와 안경 분야에서는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왜 하필 시계와 안경이었을까? SF영화에서 보듯 몸에 칩을 장착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착용 가능한 방법이 이 두 가지였기 때문이다. 옷을 컴퓨터로 만들기는 기술적으로 어려웠으니까. 그런데 그런 고정관념이 점차 깨지고 있다. 일단 패션의 주요 아이템 중 하나인 신발이 스마트의 대상이 된 것이다. 활동량 측정은 물론 조만간 체성분과 땀 같은 분비물을 분석해 건강을 체크해주는 단계까지 발전할 것이 확실하다. 신체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주는 모자와 전화나 문자 알림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반지에 이르기까지, 패션 액세서리도 웨어러블 기기로 소환되고 있다. 물론 뉴욕 패션쇼에서 선보인 ‘아드레날린 드레스’와 ‘에어로 스포츠 브라’처럼 신체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의류도 상당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뉴욕 패션위크 2016 S/S 콜렉션에서 공개한 인텔의 ‘Adrenaline Dress’ Ⓒintel   패션과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접목 아예 패션업체들이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도 하다. IT가 패션으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이 직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