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1. 14:00

아마존과 이베이 같은 사이트에서 65인치 TV나 다이슨 청소기를, 갭에서 아동복과 여성 의류를 구입하던 직구의 모습이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남성 소비자가 해외 사이트에서 캠핑용품이나 피규어 등 취미와 관련된 물품을 구매하는 것을 기점으로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에 제일기획 DnA센터는 소비자 행동 분석툴인 Cheil Analytics와 SNS 버즈 분석툴인 Cheil SMA2.0을 활용해 해외 직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직구 트렌드: 영역, 품목의 확대

직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던 2010년 초반에는 아마존, 이베이 같은 종합쇼핑몰, 갭이나 랄프 로렌 등 브랜드 쇼핑몰에서 이뤄진 구매가 전체 직구 물량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다 점차 소비자들은 신발, 유아용품,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 특정 상품군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카테고리 킬러나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으나 독특한 상품을 판매하는 중소형 쇼핑몰로 이용 사이트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패션, 인테리어와 식기 등은 유럽으로 실제 지역적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있다.

직구 사이트의 근거지를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 4개 권역으로 크게 나눠보면, 아직까지도 직구의 중심은 미국(56%)이다. 하지만 작년 대비 올해 검색 증가율로 환산해 보자면, 이제는 중국(285%)으로 그 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그래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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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직구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는 현 상황에서 본 센터는 제일기획의 Search-Shop-Share 모델로 ‘마누라 빼고 다 판다’, ‘직구의 끝판왕’이라는 시쳇말로 표현되는 중국 A사와 T사로의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고자 한다.

 

Search: 사이트별 검색과 접속 트렌드의 변화

해외 직구 트렌드 변화를 살피기 위해 2016년 4월과 6개월 전인 2015년 11월 두 시점에서 미국 주요 온라인 쇼핑업체인 A사와 E사, 중국 주요 온라인 쇼핑업체인 A사와 T사 4개 사이트에 접속한 적이 있는 소비자를 비교해 봤다. 상시 프로모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A사의 경우 블랙프라이데이 시즌보다 약 40.7%가량 사용자가 감소한 데 비해 중국 A사는 지난 11월보다 단 7.2%만이 감소해 대규모 프로모션이나 계절 이슈가 없이도 일정 수의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래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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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자수 현황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지표는 앱을 통한 접속 비율이다. 중국 A사의 앱을 통한 접속자는 전체 접속자의 52.8%로 다른 3개의 사이트 평균인 7.2%를 크게 상회한다. 소비자의 정보 탐색과 구매의 주요 기기가 모바일로 변이하면서 앱 접속률은 리테일러의 성패를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는데, 모바일 앱으로 접속했다는 사실을 통해 앱 설치와 등록 및 실행이라는 일련의 행위를 거치며 일종의 단골 충성도(Patronage)가 형성됐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Shop: 소비자 프로파일 및 구매 행동 비교

미국 A사와 E사, 중국 A사와 T사에서는 소비자들 프로파일의 차이도 발견됐다. 원래 직구는 여성의 영역(53.6%)이었다. 그러나 중국 A사와 T사에는 오히려 남성 소비자(55.3%)들이 더 많이 접속했고, 성별과 연령을 교차해 본다면 30~40대 남성이 이러한 차이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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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e: 구매 후기 버즈 연관어의 비교

소비자가 정보 탐색을 포함한 구매 전반에 대한 평가를 남긴 SNS 버즈를 분석했을 때 미국 A사, E사에서는 대형 TV와 시계 등 상대적으로 고가이거나, 이유식 등 신뢰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는 상품들 위주로 품질에 대한 후기가 공유되고 있었다. 반면 중국 A사, T사에서는 액션캠, 이어폰, 외장 배터리 등 간단한 디지털 아이템 등이 주로 리뷰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도 중국 A사, T사에서 소비자들은 신뢰가 필요한 상품보다는 중국산, 중국발이라도 기꺼이 별다른 위험을 크게 느낄 필요가 없는 소모품들을 주로 구매했음을 의미한다. 배송이 불안정한 중국 사이트이지만, 가격 또한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못먹어도 Go’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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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사, T사에서 구입한 제품들은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상품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재미의 추구가 직구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지금까지 직구는 유통구조상 과도하게 책정된 국내 판매가에 대한 반발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2세대 직구는 생활에 필수적인 아이템이라기보다는 액세서리로 기능하거나 셀프웨딩 촬영을 위한 드레스 등 적은 지출로도 일상의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상품들의 구매로 변모하고 있다. 직구 1세대와 2세대가 추구하는 지점이 다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중국 A사, T사가 판매 중인 신기하고, 재미있는 데다가 저렴하기까지 한 아이템들 때문에 소비자들은 모든 불안과 불편을 잊은 채 구매를 결정할까? 실생활에 꼭 필요치 않은 싼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소비는 한정된 자원 내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 의사결정이다. 그리고 거래의 이행 완료 시점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는 온라인 쇼핑의 특성이 여기에 결합되면, 구매한 상품이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게 되는 그 순간까지도 소비자는 거래 이행 여부에 대한 조바심을 계속 느끼게 된다. 특히나 지금까지의 중국산과 중국발은 여러 모로 못미더운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소비자들은 구매 시점에 임박했거나 배송을 기다리는 기간 동안 배송과 관련된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검색하며 조바심과 우려를 드러낸다. 이러한 검색 행동은 미국 A사, E사에서 구매한 소비자들과 비교해 중국 A사, T사에서 두드러진다. 이들 중국 사이트는 배송 자체가 느리고, 가끔 배송 자체가 되지 않기도 하며, 불량품이 배송되기도 한다. 이런 소비자 경험들은 여전히 중국 사이트를 불신의 영역에 남겨둔다. 이와 같은 불편, 그리고 불편을 넘어선 불신은 소비자들이 중국 사이트를 통한 해외 직구를 꺼리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중국 A사, T사에서는 이와 같은 소비자의 불안과 불신을 보완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그래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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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리테일 시장에 미치는 영향

소비자들은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해외로 눈을 돌려 직구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백화점, 가전 전문점을 비롯한 국내 리테일러들은 해외 유명 브랜드 할인 행사를 기획하거나 기존 온라인 쇼핑몰 내에 해외 쇼핑 서비스를 입점시키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A사, T사를 필두로 한 중국발 직구 트렌드는 지금까지의 직구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기존 대응 방식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국내 소비자에 대한 사수가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협은 해외 직구의 첫 번째 타깃이 됐던 백화점, 가전 전문점, 유명 브랜드 리테일러뿐 아니라 그 타격이 적었던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등에서도 정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직구가 시도되는 상품군이 내구재로부터 생필품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구 품목의 변화는 국내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에서 유통되는 상품군들과 중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둘째, 소비자들을 직구에 돌입하게 했던 가장 큰 원인이 가격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중국의 가격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특히 기능과 스펙이 크게 차별되지 않는 상품군들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상품들을 통해 그 파워가 이미 증명됐다. 이는 국내 리테일러들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것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셋째, 직구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저렴한 가격은 직구의 기본 중 기본이 됐으며, 이외에도 독특함이나 재미 등 새로운 소비 가치들이 부각되고 있다. 중국 A사, T사에서는 여러 디지털 제품들, 독특하고 일상에 재미를 주는 아이템 등 상품별 구색이 넓기 때문에 국내 리테일러에 비해 소비자의 다각화된 니즈를 만족시킬 가능성이 높다.

 

다양하고 효과적인 전략적 대응 방안

중국 A사, T사를 앞세운 새로운 직구 트렌드는 국내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에서 이뤄지고 있는 소비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감, 가짜 및 짝퉁에 대한 불신, 배송 방식과 구매 후 서비스에 대한 불만 등 국내 리테일러들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만한 포인트들이 남아 있다.

먼저 가격 경쟁력을 넘어서는 품질 경쟁력이 요구된다. ‘가성비’라는 용어는 가격과 성능이 서로 상쇄되는 상태에서 가격적 우위의 손을 들어주는  데 사용된다. 뒤집어 생각하면 동일한 가격대라면 좋은 품질이 메리트일 수 있다는 말로, 두 가지 방향으로 풀어낼 수 있다. 원초적으로 품질을 향상시키거나 품질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제공해 상품을 신뢰의 영역에 위치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독일에서 이유식을 직구하고, 미국에서 영양제를 구매하는 것도 모두 품질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믿을 수 있는 품질의 상품 소싱이 전략의 한 축이 돼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편의성의 제고이다. 모바일이 구매의 주요 기기로 부상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상품을 찾고, 확인하고, 구매하고, 결제하는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 편의성의 가치가 다른 시기보다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 A사의 경우 쇼핑 앱을 통한 접속률이 기존 직구 사이트에 비해 월등한 수준인데, 이는 소비자 편의성에 기인한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국내에서도 상품 검색과 비교, 결제 등 소비자의 이탈이 나타날 수 있는 지점마다 끊김 없이 원활한 진행이 일어날 수 있도록 편의적 장치가 요청된다. 중국 A사는 방대한 상품군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에 주목하자면 국내 리테일러들은 상품 검색에 드는 시간과 품을 줄여 주고, 유사하거나 관련성이 있는 제품 묶음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편의를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국내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의 새로운 트렌드와 니즈를 읽어내고, 중국발 직구를 꺼리게 하는 방해 요인들을 파악해 다양하고 효과적인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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