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3. 10:00

과거, 심리학에 기반을 둔 ‘직감’이 마케팅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데이터’가 고객의 취향을 저격하며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소비자 데이터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해 활용하면 소비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환경에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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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우리 곁에 다가온 빅데이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리학에 기반을 둔 마케팅 전략이 판을 좌우하는 대세였다. 인간의 욕망을 꿰뚫는 심리학 원리는 마케터의 바이블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용한 데이터 범위가 확대되고 기술이 혁신된 데다가 스마트폰 사용으로 개인 단위의 데이터 결합이 용이해지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물론 과거에도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에도 소비자 조사나 유통 데이터, 시청률 조사 같은 ‘데이터’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다만 기술적 한계로 개인 단위의 데이터를 결합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심리학을 빌려 ‘감(感)’을 한껏 끌어올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위치 정보와 거래 정보, 구매 패턴 등 고객의 동의 아래 수집된 접근 가능한 테라바이트급 이상의 정보, 즉 빅데이터가 있다. 이는 마케터가 사전 세팅한 인과 관계만을 알려주는 조사 기반 정보와 달리 소비자의 언행 모두를 포함하는 날 것 그대로의 정보다. 이 빅데이터 중 필요한 데이터를 정교화해서 마케팅에 적확하게 활용하는 방법이 바로 빅데이터 마케팅이다.

‘시(詩)는 인생을 뚫어보는 송곳’이란 황동규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심리학 기반을 뛰어넘어 빅데이터로 진화한 데이터 주도 마케팅이야말로 ‘소비자의 마음을 뚫어보는 송곳’이 아닐까. 고객의 소비 패턴과 선호도, 정보 등을 분석해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빅데이터 마케팅은 전형적인 타깃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이 빅데이터 마케팅의 관건은 ‘데이터 스모그’ 속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가공해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큐레이션(Curation)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와 달리 데이터의 생성 규모와 주기가 짧아지고, 문자뿐 아니라 영상과 이미지를 포함하는 방대해진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해서 불과 2년 전인 2014년 대한상공회의소는 ‘빅데이터 활용 현황과 정책 과제 연구보고서’에서 국내 기업 500개 사를 대상으로 빅데이터 활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81.6%가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적 진보와 함께 빅데이터의 문턱이 낮아지고, ‘공공재’의 성격을 띠는 등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를테면 네이버의 빅데이터 포털 ‘데이터랩(Data Lab)’ 같은 플랫폼에서 일반인도 쉽게 데이터를 검색 · 분석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한편 공공 부문에서도 데이터 활용과 개방은 이제 일반화됐다. 정부 3.0을 기치로 각 부처와 기관이 빅데이터를 통해 행정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심야 시간대 유동 인구와 통화 데이터를 분석해 시행한 서울시의 ‘올빼미 버스’는 대표적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막연하기만 했던 빅데이터의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 데이터 경영에 나서다

빅데이터 마케팅은 각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빅데이터 활용의 긴 역사를 가진 아마존을 보자. 독서의 취향은 제각기 다르지만, 한 사람의 취향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추리소설 마니아의 독서 목록이 쉽게 변치 않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존은 고객의 도서 구매 데이터는 물론 검색 자료까지 분석해, 추가 구매 도서를 추천하는 시스템으로 효과를 본 케이스다.

‘취향의 보수성’을 공략한 건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는 개인이 선호하는 동영상 채널을 구성할 수 있는 개별 홈페이지를 제공, 개인별로 동영상 이용 데이터가 축적되면 이 정보를 SNS나 인적 네트워크 정보와 연계해 다양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스페인의 패스트 패션 업체 자라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신 패션 트렌드를 즉시 반영함은 물론 단기간에 다양한 품목을 소량 생산하는 스피드 전략을 내세워, 상품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매장별 적정 재고를 산출하는 방식을 취했다.

▲ 패션 업체 자라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제품 개발에 최신 패션 트렌드를 즉각 반영한다. ⓒzara.com

농업, 제조, 의료, 금융, 물류 등 전 산업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는 혁신적인 기업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데이터를 잘 활용할 줄 아는 기업들이다. 농업의 몬산토, 제조의 제너럴일렉트릭, 의료의 미리아드, 핀테크의 트랜스퍼와이즈는 데이터를 축적 · 분석해서 소비 흐름을 예측하고 신상품을 개발한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데이터로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며 4차 산업 혁명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데이터 자본주의’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자본으로 치환되고 있는 데이터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은 어떤 것일까?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데이터가 상품이나 서비스로 언제 중요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데이터를 절대 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소한 데이터라도 대량으로 취합하고 분석하면 의미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정보기술(IT) 시대가 저물고 데이터기술(DT) 시대가 올 것이라 주장하며,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이터 기술로 인해 새로운 ‘계획 경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알리바바가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즈다를 인수한 건 단순히 매출 증대를 위해서가 아니다. 아시아의 생산-유통-소비 데이터를 자본으로 축적해 새로운 부를 창조하기 위해서다. 데이터가 자본이 된 지금, 이미 해외에서는 데이터를 거래하고 판매할 수 있는 데이터 마켓 플레이스와 데이터 브로커 기업이 시장을 형성했다.

▲빅데이터 마케팅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아마존은 고객의 취향을 파악해 맞춤형 제품을 추천한다

▲ 빅데이터 마케팅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아마존은 고객의 취향을 파악해 맞춤형 제품을 추천한다. ⓒamazon.com

정교한 취향 저격으로 콘텐츠 생산

빅데이터로 고객의 취향을 저격한 대표적 사례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를 꼽을 수 있다. 넷플릭스는 ‘플렉스 파일’이라는 정교한 프로그램을 활용, 이를 통해 다양한 마케팅 채널을 분석하고 가입자 한 명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 및 신규 가입자수, 매출, 탈퇴율 등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었다. 이렇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생한 작품이 바로 <하우스 오브 카드>다. 이 드라마는 실적 부진으로 기로에 선 넷플릭스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것으로, 사용자 빅데이터를 활용해 감독과 배우를 선정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감독과 배우에게 에미상 등 수상의 영광을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의 순이익을 설립 후 사상 최고치로 경신시켰다. 빅데이터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덕분이다.

스타벅스도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라는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 정보를 수집, 활용하고 있다.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는 고객 만족 강화를 위해 차별화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으로, 이 앱에 쌓인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활용한다. 일례로 스타벅스는 이 앱을 통해 커피를 마시는 사람 중 절반가량인 약 50%가 설탕을 넣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에 주목했다. 이후 스타벅스는 블랙커피를 설탕을 첨가한 제품과 첨가하지 않은 제품으로 구분하는 등 메뉴를 세분화했고, 소비자들의 호평에 힘입어 매출을 높일 수 있었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단순히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제품과 콘텐츠를 생산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넷플릭스는 배우 캐스팅, 신규 콘텐츠 제작 등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 넷플릭스는 배우 캐스팅, 신규 콘텐츠 제작 등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netflix.com

 

시장을 변화시키는 빅데이터 마케팅

한편 빅데이터 마케팅은 업종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합작으로 자동차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회사 ‘도요타 커넥티드’를 미국에 설립했다. 이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자동 운전 자동차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수집한 운전 데이터를 반영해 새로운 보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나이때문에 보험료가 높았던 운전자들도 저렴한 보험료를 낼 수 있다. 이렇게 도요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영역을 자동차 제조업에서 보험업까지 확장하고 있다.

▲도요타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삼아 제조업에서 보험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도요타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삼아 제조업에서 보험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shutterstock.com

빅데이터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사례는 무수히 많아졌다. 은행들이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적용하고,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들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선곡을 하는 것은 이제 아주 일반적 현상이 됐다. 기업의 입장에서 빅데이터 마케팅은 정밀한 타격이 가능한 유용한 전략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 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빅데이터로 인한 개인 정보와 사생활 노출 등의 문제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긴 하다. 국내의 경우 산업 현장마다 데이터 생산 및 수집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데다 개인정보 보호 등 각종 규제로 데이터 활용이 제한돼 있다는 난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데이터가 권력이자 자본이 될 것”이라는 30년 전 독일 <슈피겔>지의 예언이 적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탤 게 있다.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한 빅데이터 마케팅은 소비 트렌드와 시장을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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