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8. 11:20

성공적인 신제품 론칭 이후 후속 캠페인을 준비할 때는 고민이 많아진다. 새로운 이야기를 하자니 연관성이 없고, 기존 이야기를 이어가기엔 지루하기 때문이다. 부라더#소다 2차 캠페인은 기존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독특한 방법을 선택했다. 부라더#소다의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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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템의 끝

부라더#소다는 2015년 대표 희귀템이다. 화이트와인 베이스의 국내 최초 탄산주로서 술을 못 마시는 사람, 취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극한 환영을 받았다. 또한 국내 최초로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아닌, ‘술 못 마시는 사람’을 위한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많은 경쟁사가 탄산주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딸기, 복숭아, 사과 등 다양한 맛에 캔, 페트, 병 등 용기도 다양해졌다. 이제 부라더#소다는 희귀템이 아니라 ‘원 오브 탄산주’가 된 것이다. 급격한 유행과 다양한 동종 제품 등장은 지난해 주류계를 뒤흔들었던 과일소주 시장과 흡사해 보였다. 같은 흐름이라면 탄산주 시장 역시 호기심으로 마시는 한때의 유행으로 지나가 버릴 것만 같았다. 화려한 등장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부라더#소다는 다른 제품들과 차별성을 가지면서 탄산주 시장을 견고하게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마디로 다른 탄산주에 없는, 그리고 다른 주류에는 없는 부라더#소다만의 확고한 정체성이 필요했다.

 

# 그대로? 새롭게?

부라더#소다의 콘셉트는 ‘나를 위한 술’이다. 타인과의 술자리에서 원하지 않게 마시는 술이 아닌, 내가 즐기고 싶은 만큼 마시는 술이라는 의미이다. 1차 캠페인 광고는 제품의 콘셉트에 맞춰 독특하게 제작됐다. 광고는 구구절절하게 ‘나를 위한 술’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보는 사람이 자연스레 느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액션과 대사로 만들어졌고, 나를 봐달라고 외치는 광고들 사이에서 여백의 미를 뽐냈다. 그러나 2차 캠페인에 앞서 고민이 시작됐다. 클라이언트와 우리 모두 1차 캠페인의 콘셉트와 톤앤매너 유지에 동의했다. 그러나 같은 그림, 같은 이야기만 한다면 소비자들은 기존 광고와 차별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또한 같은 스토리 라인만으로 부라더#소다의 정체성이 더 견고해질 것인가 역시 의문이었다.

 

# 왜 저러지?

수차례 제작 아이디어가 펼쳐진 회의 중 한 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기존 광고에서도 하연수 씨가 독특한 행동을 계속하니까, 그 연장선상에서 외계와 교신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실타래가 풀리듯 이야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 광고를 봤다면 모델 하연수의 행동에 ‘왜 저러지?’라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옆구르기를 하고, 콩콩이를 타고, 우주선 장남감에 손을 흔드는가. 그녀는 진정 ‘외계 소녀’인 것인가? 우리는 2차 캠페인을 통해 이상한 행동의 이유를 알려주기로 했다. 이전 광고의 궁금증을 풀어주면서, 콘셉트인 ‘나를 위한 술’을 더욱 강하게 알리는 이야기, 바로 최근 영화들에서나 봄직한 ‘프리퀄(Prequel)’ 방식을 선택했다.

 

# 별에서 온 그녀

광고 속 하연수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주변에서 ‘왜 저러지?’라고 느낄 만한 독특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기존 세대의 일방적인 가치관을 탈피하고 싶어 한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모습을 이해하거나 인정하기보다 ‘쟤는 4차원이야’라고 이상한 눈길을 던질 뿐이다. 우리는 그들의 이상한 모습을 특별하게 만들기로 결심했다. 바로 부라더#소다의 콘셉트처럼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모습’으로 말이다.

그들은 어린왕자와 같은 ‘외계인’이다. 세상을 지구인과 다른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그들의 행동을 이상하게만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외롭다. 그들이 외롭지 않을 때는 부라더#소다를 마시는 순간. 잠시 나만의 별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이렇게 부라더#소다 2차 캠페인은 각자의 별, 각자의 삶을 인정하는 ‘지금 나만의 별’ 이야기로 시작됐다.

 

# 지금 나만의 별, 부라더#소다

2차 캠페인이 시작되기 전, 우리는 1차 캠페인의 영상을 편집해 2차 캠페인의 티징 광고를 만들었다. 1차 캠페인 광고에서 그저 장난감인 줄 알았던 우주선이 부라더#소다의 로고를 빔으로 뿜어내고, 하연수는 외계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티징 광고 공개 2주 뒤, 부라더#소다와 하연수의 비밀을 알리는 매니페스토 영상에서부터 2차 캠페인은 시작됐다.

▲ 매니페스토 영상. 

소다별에서 지구로 불시착한 하연수. 지구엔 밤하늘 별만큼 사람들이 많지만 그녀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다. ‘지구인들은 나보고 4차원이래, 난 그냥 외계인인데….’ 외로운 지구 생활을 견딜 수 있는 건, 고양이로 위장해 연수와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와 소다별과 교신할 때 별에서 보내주는 부라더#소다 덕분. ‘혼자만의 시간을 외로워하지 마. 잠깐 나의 별로 돌아간 시간일 수 있어.’ 잠시 나의 별로 돌아가는 시간 나는 소다, 부라더#소다.

바이럴 영상이 공개된 날 저녁, 4개의 본편 광고가 방송을 타기 시작했다. 광고는 여전히 소다만의 컬러와 여백의 미, 신비스러운 음악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더욱 독특해졌다. 하연수는 머리띠를 교신용 안테나처럼 쓰고, 스탠드 전등으로 소다별과 교신한다. 드럼세탁기를 통해 부라더#소다를 전송받는가 하면, 고양이(사실 하연수의 할머니 외계인)는 ‘소’를 ‘소다’로 바꾸기도 한다. 이렇게 일상에서 아주 소소하게 마주하는 사물과 동작들이 가지는 특별함. 이것이 부라더#소다가 이야기하는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술’이다.

▲ 본편 광고.

 

# 부라더#소다 출몰!

1차 캠페인에 이어 지속적으로 유지된 광고의 톤앤매너와 기존보다 더 강해진 독특한 이야기는 삽시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1차 캠페인과 마찬가지로 광고의 독특한 행동들은 ‘움짤’이 돼 퍼졌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광고 스토리와 같이 부라더#소다를 독특하게 마시는 인증 사진들을 SNS에 게재했다. 외계인 동지가 많아지는 순간이었다. 우리 역시 영상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았다. 우리 일상에 부라더#소다를 출몰시키기 시작했다. 먼저 주점에는 부라더#소다가 입고됐음을 알리는 ‘소다 출몰 지역’ 심벌을 만들어 부착했다. 이제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지 않아도, 주점 앞에서 부라더#소다가 입점됐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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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라더#소다가 입고됐음을 알리는 ‘소다 출몰 지역’ 심벌.

또한 야외 활동 시즌인 만큼 외부 곳곳에 부라더#소다를 출몰시켰다. 캠핑 페스티벌, DJ 뮤직 페스티벌, 각종 공연장에 부라더#소다와 민트 컬러를 출몰시켰다. 모델 하연수는 야구장 시구 행사로 대표 외계인 출몰을 보여줬다. 그리고 신촌 물총 축제에는 대형 우주선과 수백 명의 민트족들이 출몰했다. 매일 매일 SNS에는 사방 곳곳에서 출몰하는 부라더#소다 인증샷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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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라더#소다 프로모션 현장.

 

# 각자의 별, 각자의 삶

‘광고에 철학을 담는다’라고 말한다면 웃을지도 모른다. 제품을 팔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철학이라니. 게다가 소주도 아닌 알코올 3%의 탄산주에 철학이라니…. 하지만 부라더#소다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1 우리가 자주 언급한 단어는 아이러니하게 ‘철학’이었다. 클라이언트와 우리는 ‘어떻게 술을 더 많이 팔 것인가’보다 ‘술을 마실 때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해 자주 대화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우리가 살면서 결정하는 매 순간 순간의 선택, 그게 바로 자신의 철학이다. 그러니 매 순간 선택되는 제품에도 당연히 그 제품만의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인터넷에서 부라더#소다 광고 리뷰를 검색하면 자주 볼 수 있는 말이 있다. ‘광고가 불친절하다. 제품 설명을 이렇게 하지 않다니!’ 맞는 이야기다. 이렇게 제품 이야기를 하지 않는 광고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쩌면 ‘더 나은, 더 좋은’ 제품이라고 알려주기보다 이 제품을 만났을 때 달라지는 우리의 삶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만일 소비자들이 부라더#소다를 ‘알코올 3% 화이트와인 베이스 탄산주’로 기억하기보다 각자의 삶을 인정하는 사람들을 위한, 바로 ‘나를 위한 술’로 느끼고 행동한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광고에 철학을 담았다’고 살짝 이야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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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장미 says:

    제일기획이 광주에도 있나요?

  2. Soy Kim says:

    우왕..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었다닝..

    1. 제일기획 says:

      매거진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