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ep ㅣ ‘트렌드’가 아니라 ‘트랜스’를 읽어라 | 제일기획 블로그
2017.01.04. 10:00

브랜딩에 대한 담론은 포화 상태다. 그렇다고 브랜딩의 중요성을 소홀히 할 수 있을까? 브랜딩은 단순히 수많은 마케팅 기법 중 하나가 아니라 마케팅의 본질에 가깝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마음에 어떠한 인식을 심어주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트랜스 시대에는 기업이 기민하게 변화를 수용함으로써 소비자의 니즈를 넘어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따라서 트랜스 시대의 브랜딩 전략은 트랜스 현상을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변화’는 변화를 표현하기에 부족한 단어

우리는 변화가 굉장히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정확히 30년 전에 교수가 돼 강단에 서기 시작했는데, 그 사이 우리나라는 후진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들게 됐고 삶의 행태와 가치관 또한 크게 바뀌었다. 경영과 마케팅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과거에는 미국이나 일본의 이른바 ‘Best Practice’를 따라 하기만 했다면 이제는 IT강국답게 한국이 혁신을 주도하기도 한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휴대폰과 인터넷의 결합, TV와 쇼핑의 결합이 불과 얼마 전 일어난 일인데도 먼 옛날부터 그랬던 것처럼 당연시한다. 이제 이런 이종결합이 더는 새롭지 않다. 이런 시대에 ‘변화’라는 단어는 복잡 미묘한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변화라는 말을 대체할 수 있는 뭔가 다른 개념이 필요하다.

 

융합과 통섭을 넘어서는 개념, 트랜스

한국 사회, 경영, 그리고 마케팅은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고 있다. 변형은 영어로 ‘Transform’이라고 번역되는데, 이 단어의 접두사인 ‘Trans’는 라틴어에서 온 말로 ‘저편’, ‘~을 건너서’라는 뜻을 가졌다. 트랜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잘 설명한다.

지금은 모든 것이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서로 맞물리고 있는 시대이다. 각각의 영역에 속해 있던 요소들이 서로 깊숙하게 연결됨으로써 각각의 영역을 초월하고, 구체적인 움직임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한다. 이런 변화와 변형을 함축하는 개념이 바로 ‘트랜스’다. 그래서 트랜스는 단순히 서로 섞이는 융합이나 통섭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트랜스를 접두사로 하는 단어들, 예컨대 전이(Transfer), 수송(Transport), 초월(Transcend) 등과 같은 말들은 우리가 어떻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시사한다. 변화는 강한 바람과 같다. 그 바람을 억제하기는 힘들지만 그 바람을 잘 활용한다면 에너지, 물체 또는 사람의 전이, 수송 또는 초월이 가능하다. 트랜스 마케팅의 핵심 철학은 무엇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를 수용하면서, 이를 유용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변화를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

그런데 기업이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말만큼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❶기업의 규모가 지나치게 클 경우 변화를 위해 바꿔야 하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처럼 회사 직원이 수십만 명에 달하는 경우 그들 모두에게 변화를 요구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따라서 조직이 클수록 혁신을 수용하는 문화와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또한 변화의 신호가 약하게(Weak Signal) 왔을 때에도 그 잠재적 여파를 조기에 감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트래킹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❷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는 현재 성과에 대한 만족과 과신 때문이다. 잘 알려진 ‘원숭이의 덫’처럼 많은 기업이나 사람들은 생사를 가르는 변화 앞에서도 먹이만 움켜쥐고, 나중에 어떤 뒷감당을 해야 하는지 직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때로는 생존이나 성장을 위해 내려놓기 싫은 것도 포기하고, 과감히 변신할 줄 알아야 한다. 바꿔 말해 <겨울왕국> 노래처럼 ‘Let it go!’ 해야 한다.

 

생존과 미래에 대한 비전, ‘2F VSA’ 로드맵

트랜스 브랜딩은 기존 브랜딩 방식보다 더 변화에 적합하고 확장된 커뮤니케이션으로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해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다. 빛이 프리즘을 거치며 다양한 색으로 굴절되는 것처럼 기존의 패턴이 어떤 매개체를 통해 초경험적 패턴으로 표현되는 것을 ‘트랜징(Transing, 변형성)’이라 한다. 즉 트랜징은 트랜스 현상에 대한 작동 원리라 할 수 있다.

▲ 대표적인 트랜스 브랜딩 사례인 구글 크롬. 다양한 기기 환경에서 일관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크롬은 현재 웹브라우저 점유율 1위이다. 사용자 중심 철학을 시장에서 증명한 셈이다. 

생존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이에 맞는 적합한 트랜징을 설계하는 프레임워크가 ‘2F VSA’ 로드맵이다. 여기에서 2F는 ‘Flexible Fit’의 약자이고 VSA는 Vision, Strategy, 그리고 Action의 약자이다. 아래 다이어그램을 통해 나는 내가 추구하는 트랜징을 예시로 나타냈는데, 이처럼 트랜스 개념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입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Flexible과 Fit의 비율을 조율하라

지금부터 개인적인 얘기를 통해 ‘2F VSA’ 로드맵을 설명하겠다. 미래에 대한 나의 포부는 전문성을 더 다양화해 전달력과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이 점은 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는 오랫동안 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수많은 제자를 키웠고, 학술 논문과 저서를 통해 영향력을 학교 밖으로 넓혔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세계적인 플랫폼인 코세라에 인터넷 공개 강의(MOOC)를 여러 개 개설하면서 세계 곳곳의 외국 학생들에게도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트랜스 시대에 경영학이라는 테두리 하나만을 고수하는 것이 답답할 때가 많았다. 그러던 중 몇 년 전부터 트랜스 연구의 일환으로 ‘Trans Media Storytelling’을 접하게 됐고, 영상 매체의 영향력에 더 깊은 관심과 믿음을 갖게 됐다.

트랜징 프레임워크에서 Fit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지켜야 하는 전략을 의미하고, Flexible은 변신을 위해 새로이 추구해야 하는 부분을 뜻한다. 특정 기업이나 사람, 그리고 직면하는 변화의 여파에 따라 Flexible과 Fit의 비율이 다를 수밖에 없고, 변화로 인해 예상되는 임팩트가 크다면 Flexible 전략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크리에이티브의 승패? 결국 경영이 해답

나는 안정적인 직종에 종사하므로 Fit에 해당되는 교수직에 앞으로도 계속 전념하려고 한다. 그러나 Fit만 가지고 장기 비전을 성취할 수 없음을 인지하면서 Flexible의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고, 독립 단편 연출을 시도했다. 대학 시절 영화 감상 수업들을 수강하고 이후에 짧은 영화 제작 코스를 이수한 경험이 있었기에 단편 기획은 대수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연출을 하면서 아무리 짧은 단편일지라도 이에 수반되는 비용은 물론 제작에 필요한 전문 배우, 촬영 감독, 편집인, OST 작곡가 등 인력을 동원하고 감독하는 일이 너무나 어려운 도전임을 경험했다. 30년 동안 대학에서 광고론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크리에이티브 부분을 항상 강조해 왔으나, 그 기획과 구현 과정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 영화 연출을 하면서 몸소 체험한 것이다.

▲ <Call Coho> 촬영 현장

처음에는 영화 제작이 재미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면 이제는 제작하면서 겪는 여러 기획 단계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 내는 소통 과정에 크나큰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제작을 하면서 내가 오랫동안 가르친 ‘경영’의 진정한 의미를 찾았다.

광고를 비롯한 모든 크리에이티브 산업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겠지만, 승패는 결국 경영에 있다. 그 깨달음에 의거해 나는 소속 경영대학원에 단편영화 제작 코스를 개설했고, 그 과목을 통해 수강생들에게 크리에이티브의 개념 발굴과 구현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크리에이티브의 개념과 구현이 왜 같은 것이 아닌지, 그리고 둘 간의 괴리를 좁히려면 경영 전공에서 얻은 다양한 스킬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트랜스 시대의 브랜딩 전략

기업이나 사람 모두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변화가 독이 될 수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변화를 잘 수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❶우선 미래를 잘 설계하고, 동시에 현재 하고 있는 일 중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❷뿐만 아니라 때로는 장기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보유하지 않았지만 새로이 배양시켜야 할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 과정은 매우 어렵겠지만, 성과에 관계 없이 그 과정 자체로 나이나 단계에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브랜딩은 소비자의 입맛에 적응해야 함은 물론 새로운 수요 창출에도 골몰해야 한다. 때문에 브랜딩 현장에서 트랜스 현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한다면 세상의 트렌드를 새롭게 파악할 수 있다.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두 개 이상의 분야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메타 콘셉트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 이것이 바로 트랜스 시대를 사는 기업이 받아들여야 할 트랜스 브랜딩 전략이다. 트랜스 브랜딩은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시장과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포용하는 시도다.

*필자 소개
장대련은 하버드대학교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마케팅학회 회장이다. 최근 저서로는 『Mastering Noon Nopi』, 『트랜스 시대의 트랜스 브랜딩』, 『마케팅 서바이벌』 등이 있다. 시사적인 경영 이슈에 관해 Harvard Business Review Online에 블로깅 활동을 하고 있다. 독립 단편영화 <I, Profess>, <Call Coho>를 기획 및 감독했으며, <Call Coho>는 ‘Los Angeles Indie Film Festival Awards’에서 최우수 해외단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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