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3. 14:00

2016년 하반기 가장 활발하게 논의된 혁신 기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챗봇(Chatbot). 최근 금융권이나 커머스를 비롯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 중요한 분야에서 효과적 고객 관리와 매출 증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점점 부상하는 챗봇 열풍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진영은 유권자들과 활발한 인터랙션을 하기 위해 ‘드럼프봇(Drumpf Bot)’이라는 챗봇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챗봇은 지난해 초만 해도 머신러닝과 딥러닝, VR만큼 각광받는 키워드가 아니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CNN, 1-800-Flowers 등 대형 브랜드의 챗봇 운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업계에 영향을 미칠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게 됐다. 마크 저커버그는 챗봇이 “5년간 페이스북의 중심이 될 것”이라 강조했으며, 페이스북 외에도 라인, 텔레그램, 키크 등의 메신저 플랫폼도 테스트에 박차를 가했다.

음성 인식 스피커 ‘누구’를 선보인 SKT를 비롯해 여러 기업이 기존 고객 대면 채널을 보완하고 UX를 제고하기 위해 챗봇을 도입하고 있다. 자동화 채팅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 중 하나인 AI의 수준이 정교해지면서 챗봇의 정확도와 신속성도 제고돼, 이제는 단지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추천하고 사용자의 의도까지 분석할 수 있는 챗봇의 등장 또한 흥미로운 변화다.

▲ 미국 경선 때 눈길을 끌었던 ‘드럼프봇’ Ⓒchathuman.net

 

챗봇을 고도화하는 AI 테크놀로지

챗봇을 구현하는 데 꼭 인공지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용자의 명령(Input)에 특정 답변(Output)을 제공하도록 규칙을 설계함으로써 간단한 챗봇을 구현할 수 있다. 은행, 통신사, 카드사, 항공사 등 신속한 고객 응대가 중요한 회사들이 활용해 온 자동응답기(ARS)도 챗봇의 일종으로 볼 수 있으며, 독일에서 상용화된 ‘왓츠앱 택시’도 규칙으로 설계된 채팅 인터페이스에 기반한 서비스다. 왓츠앱 채팅창에서 사용자가 현재 위치를 전송하고 특정한 질문에 응답하면 택시가 호출된다.

▲ 독일에서 이용 중인 ‘왓츠앱 택시’ 서비스 ⒸTaxiDeutschland

그러나 AI를 도입할 경우 더 다양하고 개인화된 챗봇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대부분의 회사가 인공지능을 적용한 챗봇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적 대화를 이해하기 위한 자연어 처리, 마구잡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비정형 데이터 속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텍스트 마이닝, 상황을 이해해 맥락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상황인지기술 등을 기반으로 좀 더 ‘똑똑한’ 챗봇을 설계할 수 있다.

인공지능 챗봇 구축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페이스북은 개발자들을 위해 인공지능 엔진 ‘위트닷에이아이’를 제공하기도 했다. 챗봇과 관련해 영상 음성 처리를 위한 인공지능 시장의 규모는 올해 약 1650억 달러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신저

페이스북, 구글, 스카이프, 라인, 텐센트, 카카오 등 모바일 메신저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챗봇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사용자에게 맞춤형 서비스(Personalized Service)를 제공해 편리한 UX를 경험케 하고, 나아가 자사의 플랫폼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왓츠앱과 위챗, 바이버 사용자를 모두 합치면 약 30억 명에 달하며, 한국 시장 내 카카오톡의 한 달 평균 이용자는 4000만 명 이상이다. 이처럼 메신저에 대한 충성도가 타 앱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는 점을 활용, 사용자들이 타 서비스를 ‘매끄럽게(Seamless)’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구매, 결제 등 커머스 기능을 제공하는 왓츠앱 챗봇 Ⓒmedium.com

검색 엔진을 실행해 필요한 것을 직접 찾기보다 인공지능 챗봇에게 질문해 답을 얻어내는 방식이 보편화될 경우 메신저 위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링하다’를 ‘챗봇하다’라는 신조어가 대체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굳이 다른 앱이나 웹페이지로 이동할 필요 없이 메신저 내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된다면 고객의 구매 과정이 훨씬 단축되기 때문에, 많은 브랜드가 챗봇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개인별 맞춤 상품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챗봇을 설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화형 상거래로 구매 경험 제고

우버, 버버리, 타코벨, 도미노, 아이슬랜드에어, KPM에어 등 여러 브랜드가 매출 진작을 위해 챗봇을 사용 중이다. 타코벨과 도미노 챗봇을 활용해 사용자는 간편하게 음식을 주문하고, 아이슬랜드에어의 챗봇과 대화하며 항공편을 검색 및 예약한다. 한편 메신저 서비스 ‘킥’은 대화형 상거래를 지원하는 봇숍(Bot Shop)을 운영 중이다.

오퍼레이터(Operator)와 메지(Mezi)는 ‘개인화된 쇼핑 어시스턴트’를 지향한다. 이런 커머스 챗봇은 관련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할 뿐만 아니라, 고객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맞춤형 추천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예컨대 사용자가 “예쁜 모자?”라고 질문을 던지면, 챗봇은 선호 가격대나 색상, 소재 등 상세 정보를 요청하고 그에 따라 고객이 선호할 만한 모자들을 추천하는 식이다.

▲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호텔을 예약하는 메지 챗봇 Ⓒmezi.com

▲ 개인화된 쇼핑 어시스턴트를 지향하는 메지 ⒸChris & Chris on Chatbots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고 모바일 쇼핑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도 쉽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챗봇 쇼핑 솔루션이 확산되는 중이다. 인터파크가 제공하는 ‘톡집사’는 사용자의 질문에 자동적으로 응답하며 적절한 프로모션 쿠폰을 발송한다. CJ오쇼핑의 ‘톡주문’은 카카오톡 플랫폼 내에서 상품 선택부터 최종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소비자의 상황, 맥락과 성향을 얼마나 잘 이해해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챗봇 커머스의 핵심 경쟁력이 될 듯하다.

 

텍스트와 음성을 이해하는 가상비서 솔루션

애플 시리, MS의 코타나 같은 서비스는 이른바 ‘가상비서(VPA, Virtual Personal Assistant)’ 솔루션이라 불린다. VPA는 메신저에서 텍스트를 활용해 사용자와 인터랙션하기보다는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하는 데 무게중심을 둔다. 또한 특정 목적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챗봇(페이스북의 1-800-Flowers 챗봇을 비롯한 커머스 챗봇은 구매 과정을 단축하고 매출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과는 달리 사용자의 질문에 폭넓은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VPA 역시 사용자에게 맞춤형 UX를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형태의 챗봇으로 간주할 수 있다.

스마트폰 VPA 솔루션 시장은 유독 경쟁이 치열해 애플이 지속적으로 시리를 업그레이드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S보이스를, 구글은 어시스턴트를 강화하고 있다. MS의 코타나도 약진 중이다. 사용자가 “어젯밤 작성한 PPT 파일을 XX에게 보내줘”라고 지시할 경우, 코타나는 사용자가 언급한 PPT가 어떤 파일인지 파악하기 위해 작성 시간과 데이터 유형을 크로스 매칭하고, XX가 누구인지 파악해 명령을 수행한다.

사용자의 스케줄을 미리 파악하고 스카이프로 호텔의 클라이언트 담당 봇과 예약을 진행할 수도 있다. 즉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강조했듯이, VPA는 다른 플랫폼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플랫폼으로서의 대화(Conversations as a Platform)’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챗봇의 가능성

<아이언맨>의 자비스, <그녀>의 사만다 등 챗봇이 영화 속 인공지능들처럼 자연스럽게 인간과 대화할 정도로 기반 기술이 발달한 것은 아니다. MS의 인공지능 테이는 인종 차별 및 폭력적 표현을 사용해 공분을 샀다. 그러나 챗봇의 활용 가능성 및 중요성에 있어 공감대는 형성된 듯하다.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자신의 니즈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가 축적될수록 사용자에 대해 학습을 진행한 챗봇이 더욱 맞춤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들은 마치 전담 비서를 고용하고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문제적 발언으로 서비스가 중단된 테이 Ⓒtheverge.com by James Vincent

▲ 중국 MS가 개발, 서비스 중인 ‘샤오이스’ Ⓒslashgear.com by Chris Burns

지금도 챗봇 관련 시장은 빠른 속도로 팽창 중이다. 중국 MS에서 서비스 중인 ‘샤오이스’ 챗봇은 SNS의 데이터베이스와 감정 분석에 기반해 대답을 제공하기 때문에 마치 실제 사람이 대답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가상 친구(Virtual Pal) 역할까지 해 주고 있다.

챗봇이 더욱 발달할 경우 사용자의 재무 정보와 SNS 정보, 개인적 관심사에서부터 전체적 시장 동향까지 학습한 챗봇이 사용자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사티아 나델라의 말처럼 “모든 비즈니스, 모든 제품과 모든 서비스가 인간의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세상”이 기대되는 가운데, 앞으로 얼마나 더 자연스럽게 인간과 대화를 진행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챗봇이 등장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하다.

페이스북 트위터 URL 공유 인쇄 목록

소셜로그인 카카오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