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1. 10:00

브랜딩, 브랜드 이미지, 브랜드 아이덴티티.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비슷하지 않은 이 단어들이 지향하는 공통점은 결국 브랜드와 소비자의 지속적 관계가 아닐까. 지난해 입사 20주년을 맞은 허재훈 CD에게 이 시대 브랜딩의 역할과 전략에 대해 물었다.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중요한 이유는?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와 감성적으로 연계하는 모든 활동이 브랜딩이다. 그중 ‘브랜드 이미지(Brand Image)’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모습이며,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발신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브랜드 이미지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반드시 부합하는 건 아니다. 브랜드 이미지와 브랜드 아이덴티티 간 차이를 최소화시켜 브랜드가 원하는 아이덴티티를 보여 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데, 그 간극이 너무 크거나 공통점이 없다면 아이덴티티 위기 상황(Identity Crisis)이라 할 수 있다. 그 차이를 줄이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브랜딩 작업을 하게 된다. 또한 브랜드 이미지와 브랜드 아이덴티티 간 차이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야말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브랜딩 전략에 있어서 전통적 방법론이 있다면?

인간이 외부로부터 정보를 입수하는 경로 중 70%가 시각을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게다가 요즘은 동영상 콘텐츠가 대세인 만큼 시각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비주얼 아이덴티티(VI, Visual Identity)는 전통적 브랜딩 방식이지만, 현재도, 그리고 향후에도 계속 유효한 전략이다. VI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코카콜라나 스타벅스처럼 오랜 시간 VI를 잘 수행해 온 기업들은 현재에도 여전히 파워브랜드다. 게다가 지금은 시각 콘텐츠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시대인 만큼 VI의 중요성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전략적 접근은 과거와 다소 상이할 수 있겠지만.

 

최근 부각되는 브랜딩 전략은 무엇인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변하지 않는 상수(常數)라 할 때 변수(變數)는 뭘까? 소비자와 미디어가 아닐까 싶다. 이 두 가지 변수로 인해 생긴 변화가 있다. 우선 소비자 측면의 변화를 보자.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이 브랜딩의 중심 무대가 됐던 시절에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일이 없었다. 그 시절에는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짓는 기준이 이러한 매체를 통해 접하는 광고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제 소비자는 다양해진 채널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지 스크랩할 수 있다. 그만큼 더 스마트해졌다.

이제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능동적으로 말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 브랜드와 소비자 간 정서적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개념이 강한 ‘아이덴티티’라는 말보다 소비자라는 변수를 염두에 둔 ‘브랜드 경험디자인’이란 말이 사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을 넘어 소비자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이 동시대의 화두가 된 것이다.

두 번째로 미디어와 접점의 변화이다. 요즘 소비자들의 주말을 선점하고 있는 건 누가 뭐래도 ‘리테일’이다. 가로수길에 팝업 스토어가 생기면 매장에 줄을 서서 들어가는 형국이다. 리테일이 테마파크나 영화관과 경쟁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기업들은 리테일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고, 소비자와 더 가깝게 교감할 수 있다.

리테일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는 다른 말로 바꾸면 ‘센서리(Sensory) 브랜딩’이 대두되고 있다는 뜻이다. 스타벅스에 가는 소비자들은 다른 곳에선 들을 수 없는 스타벅스만의 고유한 음악(청각 콘텐츠)을 제공받는다. 이솝에 가는 소비자들은 다른 곳에선 맡을 수 없는 이솝만의 고유한 향기(후각 콘텐츠)를 통해 이솝을 인식한다. 이처럼 청각, 후각, 미각 등 오감을 통해 브랜딩하는 전략이 바로 센서리 브랜딩이다. ‘징글’을 들으면 인텔이 떠오르고, ‘팡파르’를 들으면 20세기 폭스사가 떠오르는 것처럼 오감은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청각은 악보 형태로, 후각은 화학식으로 상표 등록이 인정되고 있다. 앞으로 센서리 브랜딩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브랜딩 전략 중 브랜드 보이스는 무엇인가?

흑인 힙스터와 백인 와스프(WASP)가 평상시 쓰는 단어는 유사할까? 말할 때 톤은 같을까? 둘은 분명히 구별될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 보이스(Brand Voice)’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말하는 방식을 규정짓는 것이다. 마케터들이 카피나 홍보 문구의 단어 하나에 그토록 고심하는 이유는 그 단어가 브랜드 성격과 잘 일치하는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최근 브랜드 보이스가 중요해진 이유는 미디어 환경과 긴밀히 연관된다. SNS를 필두로 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직접화법’으로 말해야 하는 상황을 야기했다. 소비자가 SNS에 올리는 질문에 브랜드가 즉각, 그리고 직접 답변을 달아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만약 SNS 담당자가 모든 질문에 동일한 답변을 형식적으로 올린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반면에 유사한 질문에도 챗봇을 이용한 것 같지 않게 서로 다른 단어와 문장을 구사하며 성심 성의껏 대응한다면 이때 소비자는 또 무슨 생각을 할까?

세련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가 식상한 카피를 구사하고 있다면 브랜드 이미지와 브랜드 아이덴티티 사이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래서 브랜드 보이스는 이제 중요한 브랜딩 방식이 됐다.

레드불의 경우 ‘Challenging, Dynamic, Engaging’이라는 브랜드 퍼스널리티 아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각의 채널마다 다른 전략을 활용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보이스의 중요성을 인식한 몇몇 브랜드에서는 오디언스에 맞는 보이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컨대 20~30대 여성이 오디언스인 대림미술관은 시적이며 서정적인 보이스를 선보인다. 또한 셀링(Selling) 메시지도 인게이징(Engaging)의 메시지로 치환해 소비자에게 소구한다.

 

브랜딩 전략에 있어 무엇보다 전제돼야 할 점이 있다면?

브랜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성이 있고, 비전과 신념이 있다. 앞서 말한 브랜드 보이스의 경우 오디언스, 채널, 브랜드를 알아야 한다는 몇 가지 고려 요소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규정이다. 즉 브랜드 퍼스널리티가 우선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보이스를 비롯해 브랜딩 작업이 탄탄하고 일관성 있게 진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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