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4. 18:00

에코 마케팅은 제품에 친환경 콘셉트를 부여하는 전통적 방식에서부터 적극적 환경 보존 캠페인을 전개하며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적 삶을 제안하는 형태까지 다양하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VR 같은 첨단 테크놀로지를 통해 에코 마케팅을 구현하기도 한다. 에코 마케팅의 현황을 비롯해 에코 마케팅에 성공하기 위한 핵심 조건을 짚어 본다.

 

에코 지능을 기반으로 한 IT 기업의 신사옥 프로젝트

미국의 경영학자 대니얼 골먼은 앞으로 에코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미래 경제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기서 에코 지능은 ‘소비자 자신의 소비와 생산 활동이 지구 환경에 미칠 영향 전반을 파악할 줄 아는 예민하고 현명한 통찰력’을 말한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며, 에코 지능을 얼마나 가졌는가는 이제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기업의 에코 지능을 새로운 사업 전략에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활발히 전개되는 분야는 구글의 사례에서 보듯 친환경 사옥 신축 프로젝트다. 구글은 사옥에 사용되는 모든 전력을 재생 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했으며, 특히 구조물 사이에 나무와 정원, 카페, 자전거 도로 등이 들어서게 함으로써 건축물과 자연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등 환경 친화적 콘셉트를 구현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기존의 움직이지 못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움직일 수 있는 블록 형태의 조립식 건축물로 설계한 점이다. 이러한 창의적 발상은 신사옥을 단순한 사무 공간으로만 보지 않는 에코 지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2018년 완공 예정인 구글의 신사옥은 친환경 콘셉트로 지어질 계획이다.

 

리사이클링을 실천하는 기업들 

제조업 등 전통적인 굴뚝 산업에서도 에코 마케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휴대폰 제조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기존 폐기물을 회수하여 재자원화율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38만 톤의 폐제품을 회수했으며, 폐기물에서 유용한 물질을 회수해 원재료로 다시 이용하는 리사이클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에코 비즈니스 열풍은 기업이 아닌 소비자 차원에서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뜨겁다. 할인 매장에서 빈번히 과도한 포장지를 접하게 되지만, 정작 대부분의 포장지는 재활용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분해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골칫거리이다.

제일기획 독일법인은 슈퍼마켓 체인 에데카(Edeka)와 생분해성 비닐 봉지 ‘피드잇백(FEEDitBAG)’을 만들어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 비닐 봉지는 10주 후 완전히 분해될 뿐 아니라 안에 씨앗이 들어 있어 과일이나 채소를 기를 수 있다. 에데카는 피드잇백 비닐 봉지를 사용함으로써 월 15~20만 개의 플라스틱백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례로 일본의 한 무인양품 매장에서는 티셔츠 등 의류 제품을 비닐 포장 대신 친환경 소재인 끈으로 묶어 진열함으로써 포장지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제일기획 독일법인이 슈퍼마켓 체인 에데카와 진행한 피드잇백 캠페인

 

환경 캠페인으로 공공성을 추구하다

친환경 캠페인을 추구하는 기업 사례도 늘고 있다. 모범 사례로 음악 전문 기업인 MTV를 꼽을 수 있다. 2012년 브라질에서 주최한 한 음악 공연장에서 MTV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기타 피크를 즉석에서 제작해 관객들에게 나눠 줬다. 완전히 분해되는 데 50년 이상 걸리는 각종 환경오염 물질 배출 대상(신용카드)을 MTV만의 기업 가치(음악)와 결합된 재활용물(기타 피크)로 변환시킴으로써 MTV에 대한 긍정적 공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또 2009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건물 에스컬레이터에 설치한 피아노 계단은 사람들이 전기 절약 캠페인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유도한 폭스바겐의 또 다른 에코 비즈니스 사례다.

국내 사례로는 2017년 5월 최초로 VR을 활용한 견본주택용 카탈로그를 제작한 롯데건설을 들 수 있다. 통상 종이 카탈로그는 마케팅 효과에 비해 남겨진 환경적인 부채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볼 때 첨단 IT 테크놀로지의 증강현실을 활용한 견본주택 카탈로그야말로 에코 비즈니스의 출발점이라 할 만하다.

뷰티업계에서는 통상 제품에 친환경 이미지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아모레퍼시픽은 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2014년부터 <Love the Earth> 생태습지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친환경적 삶을 제안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프리메라는 생태습지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primera.co.kr

 

소비자에게 친환경적 삶을 제안하는 기업

에코 비즈니스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들에겐 공통점이 발견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에코 지능을 보유한 최고경영자가 있고, 관심 정책 분야로 단기적인 이윤 추구보다는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적 삶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친환경 기업의 브랜드 호감도나 신뢰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간주되고, 더 비싼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한편 소비자는 기업의 그린워싱(Geenwashing)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는 겉으로는 친환경 정책이나 그린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친환경성이 높지 않거나 오히려 환경 파괴에 일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일례로 2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홍보비를 투자해 친환경 이미지를 쌓았던 한 석유기업은 2010년 발생한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로 137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은 물론 환경 파괴 기업으로 낙인 찍혔다.

그린워싱의 문제점은 해당 기업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린워싱 기업이나 제품이 결국은 진짜 친환경 제품을 시장에서 밀어내도록 조장함으로써 결국에는 친환경 기업이 가장 먼저 경쟁력을 잃게 되는 위험성이 도사린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고 상생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더 높은 에코 지능을 가져야 한다.

 

장기적 시각이 관건

비닐 쇼핑백보다는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행동에서부터 다소 비싸더라도 가격이 아닌 환경 관련 비용을 챙길 때 비로소 깨어 있는 소비자가 된다. 이들 소비자들이야말로 에코 지능이 높아 기업 혁신을 독려하는 시장 압력자로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거나 가격이 비쌀수록 품질이 좋은 브랜드일 거라는 생각이 고정관념이라는 사고를 할 때 에코지능은 높아진다.

또 기업은 토요타와 포드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환경 생태계를 보는 시각에서 토요타는 최종 생산물인 자동차의 하이브리드 기술에 투자한 반면, 포드는 생산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환경 친화적인 공장에 투자했다. 그 결과 토요타는 포드를 제치고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게 됐다.

 

토요타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기술에 투자해 시장을 선점했다. Ⓒ토요타코리아

결국 가격이나 품질 못지않게 부적절한 생산 요소를 사용하거나 생태계를 위협할 때 부정적인 감정이 유발되도록 에코 지능을 높인다면 세상을 바꾸는 숨어 있는 소비 심리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단기적 이득에 먼저 눈을 돌리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라 할지라도 환경만큼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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