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5. 10:00

제일기획을 ‘모교(母校)’와 다름없다고 말한 유승철 교수는 미국 통신원으로 사보의 일면을 담당하던 시절이 자신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또한 브랜드 저널리즘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광고 산업의 플래그십인 제일기획 사보가 창의적 역발상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학자적 조언을 건넸다.

 

제일기획이 모교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첫 직장이었던 제일기획 미디어본부에서 3년 근무하다가 같은 팀 입사 동기의 적극적 권유로 유학을 떠나게 됐습니다. 회사에서는 주로 SP미디어 업무를 담당했는데, 유학 가 보니 디지털 사이니지와 뉴미디어 마케팅이 조명받고 있어서 회사에서 얻었던 실무 경험이 학업에 큰 도움이 됐죠. 사실 저는 학부에서 신문방송학이나 광고홍보학이 아니라 심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광고/PR에 대한 훈련은 대부분 제일기획에서 받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일기획은 저에게 제 업에 대한 학습의 기회를 준 ‘학교’였고, 의도치 않게 대학 강단에 서게 된 출발점이기도 했죠. 그래서 저는 제일기획을 모교라고 생각하고 소중한 기회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사보를 처음 접하신 게 입사 이후인가요?

사보의 존재를 안 건 학부 1학년 때였는데, 자주 들렀던 중앙도서관 정기간행물실에서 그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잡지가 바로 제일기획 사보였어요. 광고/PR이나 마케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수 ‘텍스트’였죠. 저는 심리학 전공이었지만 미디어 분야에 관심이 많아 열심히 찾아 읽었습니다. 유학 시절에도 사보와 인연이 계속 이어졌어요. 제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약 5년 동안 제일기획 해외 통신원 역할을 했거든요. 저는 통신원으로서 광고/PR과 관련된 미국 시장의 정치·경제·사회적 이슈를 다양하게 다뤘고, 개인적 관심사였던 인터랙티브 미디어 관련 소식을 자주 전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여러 사보에서 청탁을 받아 원고를 기고했는데, 제일기획 사보가 단연 돋보였습니다. 오랜 지령(誌齡)이 갖는 무게감 때문인지 구성이나 콘텐츠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거든요. ‘사보스럽지 않은 사보’라는 독특한 편집 스타일과 콘텐츠 구성력은 제일기획 사보만이 가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통신원 역할이 개인적으로 도움이 된 부분이 있나요?

다른 학생들은 시험과 논문 마감에 쫓겼지만, 저는 기사 마감일이라는 또 하나의 데드라인 덕분에 항시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유학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또 학교에서는 주로 이론 중심의 아카데믹한 수업이 이뤄지는데, 저는 현장 흐름을 주시하는 통신원 역할을 하다 보니 실용적인 측면을 놓치지 않고 이론과 실제가 결합된 공부가 가능했습니다. 그 외에도 제일기획 사보라는 플래그십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명예로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근무했던 탓에 회사에 기여도가 높았다고 할 수는 없는데, 오히려 통신원으로 일하면서 회사에 대한 남다른 연대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이 저를 기억해 줘서 더욱 좋았죠.

 

보다 많은 독자와 접점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이 유효할까요?

요즘 소비자에게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죠. 사보가 더 많은 독자와 만나려면 인터랙티브를 일으킬 수 있는 독특한 기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인터랙티브의 본질은 사실 테크놀로지적 형식과 방법에 있는 게 아닙니다. 매체 성격(Media Personality)에 따라 콘텐츠 경험이 달라지는 것이죠. 발행 부수가 한정돼 있는 종이 사보는 오히려 독자들에게 한정판 소유라는 촉감적 즐거움을 누리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광고인이 제일기획 사보를 받아 보려고 회사 로비에서 기다리던 학생 시절의 설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접점을 갖는다는 얘기는 요즘 소비자 환경에서는 많은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많은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전하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면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상승 작용은 독자와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브랜드 저널리즘적 관점에서 기업 사보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고,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소통이 주 역할인 커뮤니케이션 회사에게 사보는 기업의 철학과 능력을 내외부에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채널입니다. 사보는 회사 내 구성원에 대한 조직 커뮤니케이션 기능도 있고, 외부 독자들에게 특정 영역에서 전문적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도 있죠. 이와 더불어 사보는 회사의 PR 효과가 큰 매체입니다. 그런데 PR을 어떤 관점으로 진행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지금은 신문 같은 올드 미디어도 VR저널리즘과 같은 시도를 통해 새로운 자생력을 확보하려는 디지털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이렇게 누구나 디지털을 외치는 요즘 시대에 오히려 역발상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최근 들어 다시 인쇄 사보들이 발행되는 사례가 있는데 그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URL 공유 인쇄 목록

소셜로그인 카카오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