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4. 14:00

세계자연기금 (WWF, World Wide Fund for Nature) 은 자연의 보존과 회복을 위해 각국의 민간이 협력하는 비영리 국제기구다. 1961년 스위스에서 창립돼 500만 명이 넘는 후원자와100개국 이상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며, 각국의 톱 에이전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한국에서는 제일기획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의미 있는 캠페인들을 진행하고 있다.

지구 지키기? 그건 바로 나의 일!

판다 로고로 잘 알려진 WWF의 주요 활동은 멸종 위기 호랑이 보호,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 철새 보금자리 보존 등 범지구적인 임무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일반 개인에게는 쉽게 ‘나의 일’처럼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WWF와 제일기획이 가장 중요시 여겼던 부분 중 하나는 ‘지구를 지키는 것 = 일상 생활에서 쉽게 행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먼 곳에서 답을 찾기보다는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 세계자연기금의 로고

 

트렌드가 아닌 습관으로서의 힐링

‘힐링’이라는 단어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도, 트렌드하지도 않다. 오히려 일상의 한 부분이 됐을 정도로 우리는 힐링을 습관처럼 소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필라테스, 요가와 같이 심신의 안정을 찾는 액티비티는 더 이상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새로운 트렌드가 아닌, 다분히 일상적인 액티비티가 됐다. 멋있어서도, 있어 보여서도 아닌 그저 나를 아끼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일시적인 트렌드로서 힐링을 바라보지 않고 다분히 일상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지구를 지키는 것도 마찬가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 일을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습관처럼 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것이 착한 일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 이미 식상해져 버린 힐링이라는 단어와 좀 식상해졌으면 좋겠는 ‘지구 지키기’를 접목시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요가와 전등 스위치

뻔한 단어 힐링. 그중에서도 흔한 ‘요가’를 캠페인의 핵심 아이템으로 잡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형적인 행동 양식에서 새로움이 탄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힐링 나이트 요가> 캠페인의 단초이다.

요가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나를 오프(OFF)하는 시간이다. 밝은 빛보다는 은은한 어둠이 어울리고, 무엇인가를 켜거나 작동시키기보다 꺼두고 멈추는 것이 어울린다. 우리가 휴식을 취하는 그 순간이 지구에게도  쉬는 시간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쉽게 말하면 어둠 속의 요가. 이것이 그렇게 특별한 아이디어인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요가 수업에서 이미 은은한 조명을 세팅하고 있고, 나이트 요가 또한 없던 개념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핵심은 ‘전등 스위치’에 있다. 우리는 익숙한 요가 동작의 끝에 전등 스위치를 끄는 단계를 추가해 흔함을 새로움으로 바꾸었다.

▲ <힐링 나이트 요가> 캠페인의 바이럴 영상.

 

영웅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지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전 국가 대표 리듬체조 선수인 신수지와 함께한 요가 영상은 도입 부분은 다분히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기-승-전-Switch Off’ 의 반전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별히 지구를 살려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고, 아파하고 고통 받는 동물들의 모습도 넣지 않았다. ‘지구를 살리자’라는 거룩한 메시지를 전하기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요가라는 액티비티의 사이 사이에 전등 스위치를 넣었을 뿐이다.

앞서 말했듯 그 이유는 단 하나다. 당신이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선의의 의도가 없을지라도 “요가할 때 전등 스위치를 한 번 끄고 해볼까? 재밌겠네”라는 생각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 평상시에 관심을 주지 않았던 스위치를 한 번쯤 다시 봐줬으면 하는 생각.

 

▲ <힐링 나이트 요가> 캠페인의 바이럴 영상.

요가 비디오로 사람들의 일상에 침투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는 사람들의 주말 여가 시간에도 침투하기로 했다. 노을이 아름답고 달이 참 밝은 어느 가을 저녁. 특별할 것도 없는 야외 요가 이벤트를 열었다. 다시 한 번 누군가는 말한다. “다른 브랜드에서도 야외 요가 이벤트 종종 하던데요?”

그래도 상관없다. 이벤트의 형태도 중요하지만, 비슷해 보이는 행사 속에서 어떤 새로운 경험과 메시지를 얻어갔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날 힐링 나이트 요가에 참여한 사람들은 단순히 요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나와 지구가 함께 쉬고 있다는 새로운 감정을 경험했다.

 

▲ 야외에서 실시한 <힐링 나이트 요가> 이벤트.

 

경험에서 오는 변화, Brand Experience의 힘

화장실에서, 건물 외벽에서, 공익광고에서, 다큐멘터리에서 우리는 하루에도 꽤 많이 ‘지구를 살리자’라는 메시지를 보게 된다. 일종의 설득이다. 이러이러한 이유가 있으니 지구를 지킵시다라는 호소. 지구를 지킨다거나 불우 이웃을 돕자라는 것은 설득과 설명이 필요치 않은 영역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당연히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지구가 살아나고 생명이 휴식을 취하는 그 느낌을 경험하는 것. 내가 요가를 하며 힐링을 하는 그 순간이 지구에게도 도움이 된다라는 것을 느끼는 놀라운 경험. 내 몸이 느끼고 경험하는 그 감정이 백 마디의 말이나 장황한 수치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아닐까?

스위치를 볼 때마다 요가가 떠오르고, 요가를 할 때마다 스위치가 떠오른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것으로 이미 캠페인의 목적은 달성한 것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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