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9. 15:10

제일기획에서는 매해 12월 말이면 회사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제일러 한 명을 선정해 ‘BIP(Best Excellent Person)’를 시상한다. ‘2017 BIP’로 선정된 신태호 CD를 만나, 지난해 경쟁 PT에서 높은 승률을 거둔 비결과 현장에서 보내는 ‘오늘’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PT는 원하는 걸 얻어 내기 위한 ‘설득의 기술’이 필요한데, 가족도 설득하기 어려운 세상에 그렇게 승률이 높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프로이듯 클라이언트들 역시 그 이상의 공력을 가진 분들입니다. 그러니 저희가 아무리 억지로 설득하고, 또 온갖 기교를 부린다고 해서 되겠습니까? PT란 클라이언트에게 설득이 아닌 확신을 주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도록 AP(Account Planner)가 확실한 인사이트로 앞을 잘 열어 주고, 크리에이터가 든든히 뒤를 받쳐 주면 아귀가 맞아 확신으로 완결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마도 그런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이 좋은 승률의 요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만 저희 팀은 브랜드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소신껏 이거다 싶은 걸 제시해야만, 클라이언트들 역시 공감한다는 믿음 정도는 갖고 있습니다. 즉 설득의 기술이나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 진정성이 답인 거죠. 본질은 클라이언트를 여하히 설득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정말 해당 제품을 사랑하고, 그래서 이런 캠페인을 했을 때 브랜드가 살아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인 거죠.

 

클라이언트의 공감을 끌어내는 방식은 그렇다고 해도 준비 단계에서 내부 갈등을 풀기 위한 조율의 과정도 있을 텐데,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어떤 원칙을 갖고 있나요?

포기가 빠릅니다. 자존심 싸움에서 이긴다고 PT에서도 이긴다는 법칙은 없기 때문이죠. 확실한 위닝 아이디어가 없을 때는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내가 잘났다고 다투기 시작하면 끝이 없죠. 우리가 팀을 이루는 이유는 상대방이 나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닌가요? 해서 팀원들에게서 좋은 의견이 나오면, 제 의견을 관철시키기보다 수용하는 쪽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포기가 빠르죠. 제가 팀장의 권한을 내세우며 우길 하등의 이유가 없어요.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인지 아닌지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잘 알고 있으니까요.

 

목표를 정한 뒤 그것을 향해 끌고 가는 게 아니라 큰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뜻이네요. 지난해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캠페인이 있다면요?

우선 지난해 경쟁 PT를 통해 수주한 신세계 프라퍼티의 스타필드 쇼핑몰 광고가 떠오릅니다. 이 캠페인은 저희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특별한 수정 없이 원본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특히 스타필드 하남의 PT 때 고양점 오픈까지 감안해서 미리 제안을 드렸는데, 1년 후 실제로 고양점이 오픈할 때 그때 냈던 아이디어를 베이스로 연이어 진행을 하게 된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 스타필드 고양 ‘티저’ 편

그리고 KT 바이럴 영상을 찍게 됐는데, 그때 저희 팀원이 워낙 탄탄한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보자마자 모두 “이거다!” 생각했고, 역시나 클라이언트도 흔쾌히 동의했죠. 더욱이 “2탄을 기대한다”, “다음 에피소드가 궁금하다”는 긍정적 댓글이 계속 이어져, 원래 예정에 없었던 후속편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대내외적으로 호응이 좋았던 캠페인이기도 했고, 좋은 건 누구나 알아보는 법이란 진리를 새삼 느낀 캠페인이어서 기억에 남네요.

▲ KT Y주니어 ‘불멸의 데이터 요금제’ 편

많은 직업군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합니다. AI가 사람을 일터에서 밀어내는 시대에 광고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기술 발전의 단계에 따른 매체나 환경의 변화는 이전부터 지속돼 왔습니다. 지면 광고에서 라디오 광고로, 라디오에서 다시 TV로 시대의 큰 흐름이 넘어갈 때마다 “누가 신문을 보겠나”, “누가 라디오를 듣겠나” 회의가 쏟아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 신문을 읽고 라디오도 듣습니다.

핵심은 사람과 같이 호흡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계가 아무리 많은 영역을 담당하게 되더라도 크리에이티브만큼은 대신할 수 없지 않을까요? 지난 역사의 경험에 비춰볼 때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갖춘다면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도 충분히 생존하리라 봅니다.

‘상상력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 생존법이란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CD님은 상상력의 근육을 키우거나 혹은 퇴화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혼자 상황극을 많이 하는 편이죠. 예를 들어 ‘내가 복권에 당첨된다면 뭘 할 것인가’만으로도 복권을 마킹하는 순간부터 결말까지 수많은 상황극이 가능하죠. 그리고 주로 제가 수시로 접하는 한 장의 그림이나 지나가는 영상, 오래된 외국 잡지의 디자인 요소 등을 통해 어떤 요소를 이렇게 대입해 보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해요. 그게 현장에서 연결고리가 되어 딱 맞아떨어질 때가 있어요.

 

CD님이 생각하는 성공한 캠페인과 실패한 캠페인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성공한 캠페인은 “그 광고 내가 만들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캠페인이죠. 예컨대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배웠던 스크래치 기법은 위에 덮은 색을 긁어 내면 안에 있던 본래의 형체와 컬러가 드러나는데요, 성공한 캠페인은 스케치북 바탕에 그려져 있던 오브제들이 남김 없이 드러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반면에 그대로 감추고 싶어서 아무도 덧칠을 긁어내려 하지 않는 캠페인이 실패한 캠페인이겠죠.

 

끝으로 이 인터뷰를 보게 될 제일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가까운 미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저를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또 저 사람은 뭘 해서 BIP를 받았을까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겠죠. 외람된 말씀이지만, 솔직히 저도 제가 왜 상을 받았는지 의문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인데 말이죠.

한 가지, 일부러 티내지 않아도 알아봐 주는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란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지금 힘들어도 포기하거나 낙담하지 말라고, 묵묵히 소임을 다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가까운 미래의 계획은 가족과 함께 내 생의 첫 디즈니랜드에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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