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유머와 나쁜 유머 | 제일기획 블로그
2018.05.03. 15:00

기계의 마찰면을 줄이기 위해서는 윤활유가 필요하다. 소비자와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유머는 그런 윤활유 역할을 한다. 관건은 공감대 형성에 유용한 유머와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유머를 구별해야 한다는 점. 그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양날의 칼

유머는 사전적 의미로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을 의미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유머 감각이 풍부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는 세 살 먹은 아이들도 아는 사실이다. 기업이나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재치 있는 광고를 만들 줄 아는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는다. 미국의 전임 대통령 오바마가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도 그의 풍부한 유머 감각 덕분이었다.

그런데 누군가의 유머로 인해 우리가 웃었다고 해서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 웃음 뒤엔 친근감과 자신감을 갖게 하는 긍정적 측면도 존재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자괴감이나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머는 양날의 칼이다.

 

펀경영이 통하다

좀 더 이론적으로 접근해 보자. 직장에서 상사가 유머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부하 직원들의 직무 열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펀경영(Fun Management) 열풍을 만들어 낸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의 경영 전략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 43년간 흑자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직원들이 즐거워야 고객이 만족한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던 허브 켈러허는 직원들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기업이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펀경영에 관심을 갖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웃음 강사를 섭외해 유머 감각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는 걸까? 또는 변한 게 없다고 느끼는 걸까? 답은 바로 앞서 언급한 바처럼 우리가 ‘좋은 유머’와 ‘나쁜 유머’를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둘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실 유머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 유머를 누가, 언제,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말하는가에 따라 좋은 유머와 나쁜 유머가 갈리기 때문이다. 『유머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Humor)』의 저자이기도 한 로드 마틴(Rod Martin) 교수가 말하는 ‘친화성’과 ‘자기 고양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주 웃는 사람의 유머

로드 마틴은 친화적 유머란 “자주 웃는 사람이 하는 유머”라며 그러니 “평소에 웃지 않는 사람이 하는 말은 유머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즉 스스로가 잘 웃으며,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진정한 유머를 구사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사람들이 자신을 우러러보거나 무서워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도 유머가 될 수 없다. 특정한 목적을 가졌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유머는 웃음을 유발시킬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우울감에 빠진 모든 사람에게 유머가 통할까? 그렇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헤어나올 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유머를 통해 다시 활기를 찾는다. 그럴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는 유머를 들려줘 봤자 오히려 어색한 분위기만 연출된다. 자기 고양적 유머는 그렇게 생산된다.

일상 속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만이 유머를 듣고 스스로 말한다. 그러니 거창하고 큰 무언가만 바라는 사람에게 유머는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화가 나는 상황에서 그 화를 참으려고 이를 악물기보다는 즐거운 일이나 이야기를 찾아서 화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유머 감각을 지닌 사람이다.

 

누가, 언제, 어떤 상황인지가 중요

아무리 유머가 필요한 상황이어도 피해야 하는 종류의 유머가 있다. 첫째가 타인의 실수를 놀리는 유머다. 이는 결코 유머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실수를 저지른 사람은 이미 상당히 당황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황한 사람은 타인의 웃음을 비아냥으로 받아들인다. 결코 좋은 기억이 될 수 없다.

타인이 아닌 자신을 비하하거나 놀림감을 만들어 버리는 유머는 하더라도 아주 살짝만 해야 한다. 이런 유머를 계속하게 되면 말하는 사람도, 들으며 웃었던 사람도 그 장소를 떠난 이후 이유를 알 수 없는 침울함과 미안함을 각자 느끼게 된다.

우리는 어떤 유머가 재미있고 즐거운 이유가 그 유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똑같은 유머를 구사해도 전달자와 상황이 달라져서 실패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유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상황을 고려한 매우 정교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펀마케팅에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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