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5. 10:00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익히 아는 대로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맹자는 홀어머니 손에서 자랐는데요, 공동묘지 근처에서 살다 보니 어린 맹자가 허구한 날 장례 치르는 놀이를 했다지요. 그래서 시장 근처로 이사를 했더니 이번에는 장사 놀이를 하더랍니다. 그다음엔 서당 근처로 집을 옮겼는데 그제야 글을 읽기 시작했다네요.

맹모삼천지교는 교육에 있어서 환경이 매우 중요함을 함의하고 있는데요, 마케팅적인 견지에서 보면 어떤 공간이 지니고 있는 오리지널리티가 명확할 때 그곳에 머무르는 사람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만약 맹자의 어머니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나대지로 이사를 했다면 맹자는 무얼 하고 놀았을까요? 멍 때리기?

『통섭』의 저자 에드워드 윌슨은 학문과 지식의 경계를 뛰어넘어 지식의 대통합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지금은 기존에 상정된 역할과 기능을 넘어 경계를 허물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라는 뜻이겠죠. 이런 어젠다는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리테일숍을 비롯해 브랜드와 소비자의 교감이 이뤄지는 ‘공간’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역할을 넘어, 소비자에게 새롭고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공간 자체가 ‘미디어’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공간이 미디어로서 그 역할을 오롯이 수행해 낼 수 있을까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바이럴되는 공간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동묘지든 시장이든 서당이든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공간 속에 녹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Cheil』 매거진은 지난호에서 ‘Converge’라는 키워드로, 소비자들을 모이게 하는 힘을 ‘재미’에 초점을 맞춰 살펴봤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Construct’를 통해 브랜드가 공감 경험을 구축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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