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5. 10:00

‘언팩(Unpack)’ 프로젝트는 전 세계인을 상대로 브랜드의 대표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는 상징성이 있는 행사다. 삼성전자의 언팩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유종희 ECD로부터 BE(Brand Experience) 마케팅의 핵심과 함께 진행상의 어려움과 보람에 대해 들어 봤다.

 

갤럭시 노트8 언팩 프로젝트로 애드페스트, D & AD, 뉴욕페스티벌 등 세계적 광고제에서 수상하셨는데, 어떤 점이 수상에 주효했다고 자평하시는지요?

소수의 캠페인만이 유수의 해외 광고제에서 선택받는다는 점에서 수상은 누구한테나 기분 좋은 일입니다. 갤럭시 노트8 언팩이 심사위원들로부터 크게 주목받았던 건, 평면적으로 진행되는 여타의 제품 발표회들과 달리 관객들의 착시 현상을 활용해 3D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들을 선보인 점 때문일 겁니다. 3D 효과는 비단 심사위원들뿐 아니라 실제 현장을 방문한 참관객분들에게도 이머시브한 경험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삼성 갤럭시 노트8 언팩 영상

 

3면 LED 스크린 등 3D 효과를 내기 위한 준비 작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3D 효과를 연출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일이 처음이라서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지가 미지수인 동시에 어려움이었죠. 특히 현장 참관객들의 시선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또 언팩 같은 경우 약 5,000명의 미디어 관계자와 파트너들이 현장에 오지만, 그와 동시에 전 세계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보는 분들도 5,000만 명 이상이거든요. 다시 말해, 시각적 차이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장 참관객’과 ‘중계되는 카메라’란 두 가지 시선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거죠.

그 두 가지 시선에 콘텐츠를 어떻게 최적화하고 극대화해서 이머시브하게 보일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협력 업체에 의뢰해 미니어처까지 만들면서 장기간 시뮬레이션을 했어요. 3면의 마름모꼴 스크린을 만들어, 모든 콘텐츠들을 치밀하게 점검하면서 카메라 앵글까지 확인하고 수정하는 고단한 작업에 품이 많이 들었죠. 그런 수고들이 수상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고,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언팩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서 가장 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언팩 이벤트의 핵심은 뉴스 밸류의 창출입니다. 한 기업의 대표 제품이 전 세계에 첫선을 보이는 자리이다 보니, 소비자 대상의 일반적 행사와는 차별점이 있죠. 아무래도 인포메이션과 기술적 우위성 등에 대한 발표가 우선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전달된 메시지로 미디어나 파트너들이 뉴스를 생산하게끔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면서도 재미있게 보여줄 것인가가 항상 고민이죠.

언팩 행사는 겉으로 보면 1시간 남짓의 단순한 행사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제공하는 메시지가 뉴스 생산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그렇게 생산된 뉴스가 소비자들에게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런 메시지의 수위 조절을 어떻게 할지 등을 복합적으로 계산해야 됩니다.

 

해마다 언팩 행사를 진행하시다 보면, 그에 따른 부담감도 클 텐데요?

언팩은 매우 어려운 프로젝트입니다. 모든 이벤트가 일회성으로 끝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해 나가는 게 저희의 중요한 미션이죠. 몇 달씩 준비하고, 아무리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하더라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 변수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돌출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

또한 언팩은 매년 삼성전자의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는 플랫폼으로서 연속성을 가져야 하면서 동시에 개별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이고 제품만의 차별적 우위를 강조해야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연속성에 조금 더 무게중심을 둘 때도 있고, 개별 제품이 갖는 뉴스 밸류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연속성과 개별성, 이 두 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하는 게 언팩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ATL과 차별되는 BE만의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전략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항상 팀원들에게 “ATL의 크리에이티브가 ‘눈길’을 끄는 것이라면, BE의 크리에이티브는 ‘발길’을 사로잡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크리에이티브의 본질은 같지만 주어진 상황과 미디어 툴이 다르기 때문에 목적성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제 방식대로 강조하는 셈이죠.

ATL의 크리에이티브는 불특정한 대중을 향해 메시지를 발산하고 ‘What’이나 ‘How’가 강조되는 구조를 갖는 반면, 한정되고 명확한 타깃에게 브랜드 체험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 내는 BE의 크리에이티브는 ‘Why’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BE의 경우 행사가 됐든 전시가 됐든, 참관객이 공간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어느 순간에 무엇을 봐야 하고 어떤 반응을 유도해서 브랜드에 대한 공감을 갖고 나가게 해야 한다는 치밀한 계산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눈길 대신 발길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겁니다.

 

BE의 경우 다양한 직종의 파트너들과 협업을 해야 합니다. 성공적인 협업을 위한 리더십의 원칙이 있다면요?

저희 팀은 국내외 여타 광고사의 인력들과 차별화된 크리에이티브를 펼치는 팀입니다. 이번 갤럭시 노트8 언팩 프로젝트를 통해 그런 위치로 더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지 않나 싶습니다. 언팩은 콘텐츠를 만드는 팀뿐 아니라 이벤트 진행을 담당하는 분들, 공간을 디자인하는 분들, 디지털 솔루션을 실현하는 분 등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지면을 통해 그분들과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고 또 여러 가지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BE는 협업이 전제되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죠. 언팩의 경우, 협력사까지 합치면 수백 명의 스페셜리스트가 모여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이견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도출해야 완성이 가능한 작업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언팩은 이미 역사가 축적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프로젝트라 그런 부분이 유기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들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인터뷰 말미에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지금 드리는 말씀은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저 자신에 대한 당부이기도 합니다. 최근 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어려워서인지,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일에 대한 의미나 가치를 낮춰 보거나 다소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어요. 그래서 우리 업(業)에 대한 가치나 의미를 소중하게 여기고, 지금보다 더 품격 있게 일했으면 합니다. 저 또한 조직 내에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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