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와 경찰의 합동 작전 | 제일기획 블로그  
2018.07.16. 09:30

‘스탑 다운로드킬’ 프로젝트를 소개하기 전에 미리 고백하자면 국내 파일공유 사이트들에서 많은 불법 몰카 동영상들을 다운로드해 시청했다. 유통구조 파악과 수위 조절을 위한 레퍼런스가 목적이었지만, 사무실에서 해당 영상들을 보는 것은 그리 마음 편한 일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몰카 촬영 범죄는 10년간 15배가 증가해 2016년에는 5,185건에 이르렀다. 증가하는 양뿐 아니라, 피해 여성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매우 심각한 범죄다.

한 번 웹상에 업로드된 영상을 지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영상은 지속적으로 복제되어 유통되며 기하급수적으로 퍼져 나간다. 피해자는 사설 삭제 업체를 찾지만 계속 삭제하는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행여 피해자의 신변이 노출될 경우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은 차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러다, 몰카 피해자에게 전화하면 자살했다는 가족들의 대답이 돌아온다. (중앙일보 2017.8.5 기사)

그저 화장실에 갔을 뿐인데, 옷을 갈아입었을 뿐인데, 지하철을 갈아탔을 뿐인데. 영원히 고통받는 피해자가 된다.

몰카를 시청하는 것, 바로 ‘다운로드킬’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똑똑한데 잘 생기기까지 한 강승리 카피라이터가 처음 몰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을 때, 문제의 심각성과 시의성에는 공감하나 몰카를 직접 찾는 솔루션은 현실적으로 실행이 불가능에 가까운 방법이었다. 수많은 공중 화장실이나 탈의실을 특정할 수 없을뿐더러, 몰카 별로 기술적인 방법이 달라 모든 종류의 몰카를 잡아낼 수 있는 탐지기도 현재까지는 없다. 게다가 서울시에서 1년간 6만 곳의 서울시내 화장실과 탈의실을 적외선 탐지기로 수색했으나, 적발한 몰카의 개수는 하나도 없었다. (예방 차원에서는 유의미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내 파일공유 사이트들에는 국내에서 촬영된 몰카는 계속 올라오고, 사람들은 돈을 주고 구매한다. 그렇게 또 올라오고, 구매하고, 올라오고, 구매하고…. 가만. 팔기 때문에 사는 것인가? 아니면 사는 사람이 있기에 파는 것인가?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를 보면 몰카 범죄를 개인의 일탈이나 호기심 범죄로 바라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수요와 공급의 시장논리에 의해 반복되는 블랙마켓 범죄다. 일례로 2015년 워터파크 몰카 사건 역시, 여자 피의자가 돈을 목적으로 여자 탈의실을 불법 촬영하여 유포시킨 사건이었다. 역시 돈은 무섭다.

또한 당시 법과 제재 대책을 들여다보면 몰래카메라 공급자에 대한 대책은 다양했다. ‘다중이용시설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 일제점검 / 위장형 불법 카메라 등 불법 기기 유통행위 단속 / 스마트폰 등 직접 촬영 범죄 다발구역과 시간대 집중 단속 / 몰카 촬영 적발 시 거주지 압수수색, 추가 범행 단속 등’. 하지만 몰래카메라 수요자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했다. 현행 디지털 성범죄 법은 불법 촬영자와 유포자만 처벌할 뿐, 몰카를 시청하고 소지하는 것에 대한 처벌하지 못한다. 법의 테두리 외에도, 수요자에 대한 계도적 접근마저도 전혀 없었다.

슬프게도, 몰카를 보는 것이 범죄행위라기보다는 특정 야동 장르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몰카를 죄의식 없이 소비하는 사람들을 향해, ‘스탑 다운로드킬’은 시작되었다.

▲<Stop Downloadkill>캠페인 영상

 

조심스러운 촬영장

먼저 몰카 소비자들이 초반에 몰입할 수 있도록 철저히 몰카 포맷의 상이 필요했다. 즉, 몰카를 찍어야 했다. 따라서 모델들의 신상이 노출되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촬영된 분량은 현장에서, 편집 후, 온에어 전, 세 번에 걸쳐 모델들에게 보여주며 노출의 수위를 조절했다. 경찰과 함께 몰카를 촬영하는 아이러니한 촬영이었다.

가짜 몰카를 업로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썸네일 이미지도 필요했다. 민감한 촬영인 만큼 모니터링도 쉽지 않았다. 팀에 여자가 있었어야 했는데, 후회해도 소용없다.

업로드 ID를 만들기 위해서 당연히 주민번호와 휴대전화 번호가 필요했다. 캠페인 후 매일 스팸전화와 문자가 부쩍 늘었다. ID가 차단될 때마다 아쉬운 부탁은 늘어갔다. 늘 우리 나쁜 사람들 아니라는 변명을 입에 달았다.

 

생각을 변화시키는 실험

2017년 10월, 부산지방경찰청과 제일기획은 불법 촬영 범죄(몰카 범죄) 근절을 위해 합동작전을 펼쳤다. 캠페인이라고 하기엔 실제 범죄의 접점에 닿아있었고, 다양한 수사기법이 응용되었다. 회의를 거듭할수록 마주 앉은 어깨의 무궁화가 많아졌다. 여러 법적인 검토를 거쳐 실행의 범위와 수위가 결정되었다.

▲ 캠페인을 함께한 부산지방경찰청의 경찰분들

부산경찰 홍보팀과 사이버수사대, 여러 보직의 경찰분들의 도움까지. 경찰들은 가짜 몰카를 업로드하고 관련 사이트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했다. 사이트 별 몰카의 유통량과 판매자들에 대한 예의 주시도 이루어졌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들이었다. 시간을 더할수록 총경님은 승리를 맘에 들어 해 서울로 보내지 않으려고 시도하셨다. 승리는 부산에서 아름다운 여경 분과 백년가약을 맺을 뻔했다.

두 달 동안, 불법 몰카가 거래되는 파일공유 사이트 23곳에 하루 170개씩 총 3,500편의 가짜 몰카를 업로드했다.

캠페인 기간 중 진짜 몰카인 줄 알고 가짜 몰카를 다운로드한 횟수는 51,399에 달했다. 그 숫자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국내 모든 지상파, 종편 뉴스와 BBC, Le monde, 알자지라 등 해외 언론에 소개되었다. 매체비 한 푼 없이 캠페인은 퍼져나갔다. 뉴스 뿐 아니라 추적60분, 어쩌다 어른 등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도 다루어졌다.

▲<Stop Downloadkill>캠페인 영문 보드

몰카를 찍는 행위뿐 아니라 시청자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500만의 SNS의 사람들의 반응과 함께 국회의원도 Stop Downloadkill 캠페인에 100% 동의한다고 밝혔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디지털 성범죄 시청자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공포스러운 장면과 경찰의 경고 메시지가 합쳐져 몰카 소비는 위축되었고, 캠페인 기간 동안 불법 몰카 유통량은 최대 21%까지 감소되었다.

부산경찰 역시 법적으로 처벌할수 없는 몰카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집행하는 것은 부담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해야 할 캠페인을 해야 한다는 용기로 부산경찰은 캠페인을 실행했다. 이후 캠페인이 호평과 관심이 이어졌고, 부산지방경찰청장님은 돼지국밥을 사주시며 우리에게 경찰 표창을 수여했다. (언젠가 경찰공무원에 지원한다면 임용 시 가산점이 있는 것 같다.)

요즘도 부산경찰은 함께 다른 캠페인을 하자고 안부를 물어본다.

 

그럼에도, 몰카 문제는 아직도 심각하다.

한 여성 NGO의 자발적인 참여로, 국내 파일공유 사이트들에 가짜 몰카들이 업로드되고 있다. 월급도 없이, 오랜 기간 활동하는 대단한 분들이다. 지면을 빌어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한번 올라온 불법 몰카가 삭제되지 않듯, 우리가 만든 가짜 몰카도 삭제되지 않는다. 그렇게 캠페인은 자생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캠페인이 촉매가 되어 몰카 범죄에 희생되는 피해자들이 줄어들기를 희망한다.

스탑 다운로드킬은, 작전인지 실험인지 광고인지 경계가 모호한 캠페인이었다. 하지만 경찰과 제일기획, 제작과 AE, 홍보팀, PM, 법무팀, 고마운 외부 스텝까지, 서로의 팀웍만은 선명했던 캠페인이었다. 서로를 신뢰했고 존중 했으며 모자란 부분을 서로 메꾸려 노력했던 경험이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URL 공유 인쇄 목록

소셜로그인 카카오 네이버

  1. wnsg**** says:

    사회적인 문제를 이런 방법과 아이디어로 개선하고 많은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장을 열어 주신 것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