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6. 09:30

2018년 칸 라이언즈가 끝나고 우리는 회사에서 다시 만났다. 여느 때처럼 각자의 팀에서 현업에 열중하다가도 서로를 보면 칸에서 보낸 일주일, 특히 영 라이언즈 한국 대표로 컴피티션에 참가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라 실없이 웃는다. 한국 대표로 선발됐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 손꼽아 기다리며 이것저것 알아보고 준비했지만, 실제 경험은 출발 전 우리 머릿속 상상을 한참 뛰어넘을 정도로 강렬했다. 그 경험을 전한다.

#브리프

우리에게 주어진 브리프는 여성 인권, 특히 더욱 사각 지대에 놓인 가난한 계층의 여성 또는 제3 세계 국가 여성들의 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모바일 앱인 ‘Global Citizen’의 캠페인을 홍보하는 60초짜리 비디오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아진: 영 라이언즈 컴피티션뿐만 아니라, 꽤 많은 수의 칸 프로그램들이 평등을 주제로 하고 있었다. 인권에 관한 세미나들, 구글의 성 소수자 파티, 걸스라운지 등 “혹시 올해 컴피티션 주제가 평등일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칸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힌트를 주고 있었다.

재윤: 실제로 우리 삶 속에서 고민하던 문제이기도 해서 더더욱 필름 브리프가 반가웠다. 한국 문화권에 살고 있는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두라는 것을 느꼈다. 영 라이언즈를 포함해 칸 라이언즈 전반에서 다 같이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여성 인권이나 성 평등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라는 것을 실감했다.

#비디오 제작

우리가 참가한 필름 부문 컴피티션은 총 5일간의 광고제 기간 중 셋째 날부터 넷째 날에 걸쳐 총 30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각국의 팀들이 개별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부스가 가벽을 사이에 두고 마련됐다. 또한 영상 제작을 위한 도구로 아이맥, 짐벌, 갤럭시 S9+가 한 대씩 주어졌다.

아진: 44개 팀이면 비슷한 결과물이 몇 개쯤 나올 법도 하다. 사실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지어 생각했다. 아무래도 부스가 붙어 있다 보니 지나다니면서 경쟁자들의 모니터를 흘끔 봤는데, 신기할 만큼 제각각인 생각들이 부스를 따라 이어졌다.

재윤: 주어진 시간도, 여건도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제한된 영역 안에서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을 찾아간다는 게 어렵고도 재미있었다. 영상 제작하는 과정에서 소품이나 배우 등 어쩔 수 없이 도움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었을 때, 칸 라이언즈 참관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얻은 선의와 응원도 잊을 수 없다.

#발표와 시상

발표는 마지막 날 점심 즈음, 바로 그 전날까지 치열하게 작업하던 바로 그 공간에서 이뤄졌다. 브론즈, 실버, 골드의 우승 팀 작업을 함께 감상하고, 간단한 시상이 이어졌다.

아진: 우리는 모두 ‘영 라이언즈 경쟁자’라는 이름으로 만났다. 상을 거머쥔 건 3팀뿐이었지만, 수상까지의 공식적인 일정이 끝난 후 누구 하나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가 겪은 우여곡절, 수상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같은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대화가 무르익을 때쯤 문득 ‘모두가 진심을 다해 즐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하고 싶기’ 때문에 하는 사람들과 함께였다.

재윤: 정말 그랬다. 단지 그 컴피티션 공간이 아니더라도 해변이나 파티, 세미나 등 칸 라이언즈의 모든 공간에서 영 라이언즈라는 이름표는 서로에게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는 통로였다. 동시대에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주니어들을 실제로 만나 함께 작업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큰 자극이 됐다. 서로의 컴피티션을 응원해 주고, 우승자에게는 축하를 건네고, 각자의 생활과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연을 이어가는 경험을 이곳이 아니었더라면 어떻게 가질 수 있었을까?

#여운

아주 큰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것 같았다. 낯선 곳에서 새로이 만난 친구들과 일주일 만에 원래 알던 것처럼 친근하게 포옹하고 웃고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어쩌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마음만은 든든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다음 생각을 그리고 있을 테니까. 진심으로, 영 라이언즈가 될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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