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5. 13:00

요즘 눈에 띄는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기 위해 Answer 9팀의 조한상 팀장과 마주 앉았다. 그런데 그는 대뜸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트렌드에 대한 오해와 오류를 지적하면서 “브랜드는 트렌드를 따라가며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대신 삶의 방식을 먼저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렌드에 대한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일반적으로 트렌드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는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트렌드라고 규정하고 이슈화하는 것은 일종의 강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동안 ‘럭셔리’가 굉장한 트렌드라도 되는 것처럼 얘기됐는데, 사실 인류 역사상 성공과 풍요에 대한 열망이 없었던 적은 없었죠. 또 다른 예로 요즘 회자되는 소확행이나 킨포크(Kinfork), 휘게(Hygge) 이런 것들은 모두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고 더불어 사는 삶을 중시하는 패턴인데, 이 역시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언제나 있어 왔던 경향입니다.

그럼에도 트렌드란 이름으로 기존 현상을 새로운 가치마냥 포장하고 개념화해서 세일즈 포인트로 삼는 것은 낡은 방식이고 레드오션의 영역입니다. 그런 방식의 비즈니스는 이제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좀 더 덧붙이자면, 인간의 욕망은 순환 구조 속에서 동일하기도 하고 상반되기도 하죠. 어떤 시대에는 A라는 욕망이 조금 더 앞서는 대신 B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그런가 하면 어떤 시대에는 B가 다시 중요해지고 A가 내려갑니다. 따라서 어떤 현상을 분석해 이름 붙이는 것이 트렌드의 오류이고요. 새로운 삶의 장르들을 먼저 제안할 수 있어야만 그것이 진정한 트렌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트렌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요?

우리 모두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만, 누구도 명확한 답이 없잖아요. 때문에 브랜드가 사람들의 감춰진 욕망 속에서 어떤 가치를 찾아 “이렇게 살아 보는 것은 어때요?”라는 새로운 삶의 장르들을 제안해야 합니다. 수면 위에 올라와 있는 현상, 대중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수면 아래에 있는 큰 흐름을 읽어 내서 어떤 삶의 방식을 대중에게 먼저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트렌드와 비즈니스가 한 다리 건너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장르에 대한 기업의 선제안’ 그 자체가 그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발신하는 삶의 장르는 소비자에게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아니면 기피할 것인가를 판단하게 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휘게라는 삶의 방식을 제안했을 때 대중은 사치하고 과소비하는 삶보다 가족과 소소한 행복을 나누는 삶이 더 멋지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지금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동소이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면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요, 남과 무엇을 더 다르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자체가 큰 틀에서 볼 때 고만고만한 경쟁력일 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기업이 제안한 삶의 장르에 대해 소비자들이 편향성을 갖게 할 수 있느냐의 여부,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말씀을 소비자의 로열티를 끌어내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예를 들어 할리데이비슨이 ‘Freedom of a Road’ 같은 편향성을 만든 것처럼 일반적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만끽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제안함으로써 하나의 트렌드가 생기고, 로열티가 생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많은 브랜드가 아직까지는 주도적으로 어떤 가치를 발견하려는 용기가 부족한 것 같아요. 이미 벌어진 현상에서만 안정적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때문에 블루오션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거죠.

‘브랜드(Brand)’의 어원이 노예의 소유권을 증명하기 위한 ‘화인(火印, brandr)’에서 나왔잖아요. 자기 재산의 독점적 소유권을 강조하는 게 브랜드의 원천인 거죠. 그 독점적 소유권을 바탕으로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효율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수직적 시스템에 의해 현재의 비즈니스 구조가 만들어졌고요.

하지만 세상이 변했죠. 대중문화나 스포츠, 정치를 한번 보세요. 사람들은 BTS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예요. 그들 스스로가 부여한 의미와 행위에 열광하는 거죠. 이제 스타와 팬들이 수평적 관계 속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죠. 성공한 정치인들도 유권자들과 수평적 관계를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이런 분야에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성공한 것 같은데, 유독 브랜드만 아직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하고 있어요. 수직적이고 근대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죠. 브랜드의 그런 낡은 패러다임을 깨는 것이 제가 속해 있는 Answer Company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솔루션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요?

어려운 문제인데요, 트렌드라는 것이 새로운 삶의 장르에 대한 제안이라고 할 때, 기업이 그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부터가 출발점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것을 ‘Taking Stand’라고 표현하는데,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특정 방향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예를 들어 동성애나 난민 문제 등 현재 논쟁이 되는 이슈들이 있잖아요. 저는 기업들이 그런 이슈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업이 명확한 목소리를 내면,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죠.

요컨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중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드러내는 삶의 방식이나 주장, 가치, 비전에 대중이 모이게 해야 해요. 물론 기업의 그런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겨날지도 모르죠. 브랜드들은 적을 가지고 싶어하지 않지만, 적을 가질 수 있어야 내 편도 가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적이 일정 정도 존재해야 상대적으로 로열티도 형성된다고 봅니다. 물론 일부러 안티를 만들 필요는 없겠지만, 그것이 두려워 브랜드가 스스로 어떠한 방향성도 갖지 않는 것은 미래 지향적이지 않은 선택입니다.

끝으로 브랜딩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근대적 이성 체계는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들을 다 변방으로 취급해서 주변부를 배제와 계몽의 대상으로 삼았어요. 서구의 관점에서 서구적이지 않은 다른 것들을 모두 그렇게 대했죠.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변방과의 커넥션을 만들지 않으면, 브랜드 자체로서의 힘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탈중심을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 브랜드의 가치, 로고와 서비스는 이렇게 딱 정해져 있다고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에서 파는 상품과 한국이나 서남아시아에서 파는 상품이 동일해야 한다는 확신은 곤란해요. 각 지역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그것들이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탈중심화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거죠. 기성에 반하는 개성이나 변방의 것에 가치를 두고, 어떻게 나의 중심과 연결시킬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것이 향후 브랜드가 살펴봐야 할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바로 그런 관점에서 마케팅 브랜딩을 어떻게 더 철학적 방식으로 살펴보고 접목시킬 수 있는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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