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5. 13:00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1인칭 대명사에는 ‘나’와 ‘저’가 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는 대명사로는 ‘본인’이 있죠. 하지만 일상적 대화에서 이 단어가 1인칭으로 등장하는 빈도는 매우 낮습니다.

그 외에 여(余), 오(吾), 과인, 짐, 소인 등이 1인칭 대명사입니다. ‘여’나 ‘오’는 지금은 쓰지 않는 죽은말이고, 과인과 짐, 소인은 신분 사회에서 쓰던 말이니 현대의 일상어라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요즘에도 농담조로 말할 때는 이런 낱말들을 가끔 쓰곤 하지만….

이렇게 보니,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1인칭 대명사의 종류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반면에 너, 자네, 그대, 당신, 귀하, 어르신 등 2인칭 대명사는 그보다 많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오랫동안 나 자신보다 타인과의 관계를 더 중시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2인칭 대명사가 더 많은 게 아닐까요?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가 않죠.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바로 ‘나’입니다.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소설의 시점 기억하시나요? 화자가 소설 속에 등장해 이야기를 들려주면 1인칭 시점이고, 등장하지 않으면 3인칭 시점이라고 배웠죠. 1인칭 시점은 다시 ‘주인공 시점’과 ‘관찰자 시점’으로 나뉩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은 내가 주인공인 만큼 내 감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됩니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은 화자가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관찰해 서술하는 것이니 인물들의 내면을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소설에서 시점은 저마다 목적과 효과가 다릅니다. 어떤 시점을 택하든 그거야 작가 마음이겠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소비자들이 다른 누군가를 위한 서비스와 제품이 아니라 나를 위한 서비스와 제품을 원하기 때문이죠. 점점 더 구체적으로, 디테일하게, 그리고 강렬하게!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그에 맞는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와 제품이 다인 가구에게도 인기를 얻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각 개인의 니즈를, 즉 1인칭 니즈를 잘 파악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제는 ‘1인 가구’가 아니라 이를 포괄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방향 설정을 전환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소설의 시점 얘기를 다시 해 보면 화자가 등장인물의 깊은 속까지 샅샅이 살펴서 서술하는 ‘전지적 시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기업이 가져야 할 시점입니다.

『Cheil』 매거진은 지난 8월호에서 ‘Console’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9월호에는 과거보다 훨씬 더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기업이 ‘전지적 시점’으로 다가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냈습니다. 바야흐로 지금은 1인칭을 위한, 1인칭에 의한 시대이므로….

페이스북 트위터 URL 공유 인쇄 목록

소셜로그인 카카오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