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6. 10:00

나는 최근 시간제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했다. 육류 소비를 일주일에 하루로 줄이면서 르네 스켈테마(Renée Scheltema)의 다큐멘터리 <Normal is Over>를 보게 됐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2068년 내 딸들에게는 새로운 행성이 필요하게 될 거라는 짜증스러운 사실을 깨달았다(부디 엘론 머스크와 그라임스의 화성은 아니길 바란다).

사라지는 기업들

많은 사람이 1년의 여행 계획, 2년에 걸친 커리어 목표를 세운다. 10년짜리 집 보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때때로 뭔가에 자극받아 자리에서 일어나(고맙다 얘들아) 단기적 목표보다는 더 먼 미래를 내다볼 때가 있다. 정말 심각하게 고민한다. 50년 후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런데 왜 글로벌 브랜드, 기업, 에이전시 등 인간보다 수명이 긴 기업들은 근시안적으로 행동하는 걸까?

1995년에 선정된 포춘 500대 기업의 88%가 사라졌다. 지금 속도로는 S & P 500대 기업의 50%가 50년에 걸쳐 사라질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은 중독이라 할 만큼 항상 앞을 내다보려 한다. 전월 대비, 전기 대비, 전년 대비 할 것 없이 비교한다. 우리는 브랜드가 사업을 진전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으나, 단기 계획에 사로잡혀 장기적 계획에 대해선 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로벌 트렌드 조사 기관 WGSN이 유명 패션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 기업의 4분의 1 미만이 향후 10년 이상 자사 전략에 대한 확신이 있었으며, 혁신의 부재가 장수의 가장 큰 위협이었다.

혁신은 단기 이윤 목표라는 제단에서 희생되고 있다. 때때로 그 정도가 심해 뒤처진 기업들은 그냥 넘어지고 만다. 혁신은 스타트업의 DNA다. 반면 긴 역사를 지닌 브랜드들은 처음의 기세를 이어가며 넉넉한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또 신중을 기하며 운영비를 감축해 이윤 폭을 유지하려 한다. 그렇게 쇠락의 사이클이 시작된다. 코닥, 블록버스터, 울월스가 어떻게 됐나? 사진, 영화, 쇼핑이 죽은 게 아니다. 그냥 변한 거다.

얼마 전에는 혁신 문화 양성을 주제로 한 워크숍에도 참가했다. 기존 사업 예산과 실험 및 혁신 관련 예산의 비율을 정하라고 했더니 비율이 90:8:2로 나왔다. 즉 예산의 2%만이 실패에 할당됐다는 얘기다.

“기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결국 시대의 혁신을 주도하고 스스로를 혁신해
승리를 거머쥐는 것은 용기 있는 자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모두가 기술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다. CMO의 평균 수명은 3년이다. 물론 많은 CMO가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는 임기 동안 최대한 많은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결국 남는 건 기업 수익이나 명성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실컷 띄워 놓기만 한 단기 캠페인이다. 동시에 임기 동안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최신 기술을 도입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참으로 균형 잡기가 힘들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결책, 있기는 할까?

2068년에서 시작해서 과거로 거슬러 가 보자. 물론 브랜드에 영향을 주는 트렌드나 변화를 모두 알고 있다면 다음 엘론 머스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리고 엘론 머스크도)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는 있다.

브랜드는 수십 년을 내다보며
비전을 정의해야 한다.
영감이 필요하다면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보라.”

파타고니아와 이케아가 좋은 예다. 파타고니아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불필요한 해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사업을 통해 우리를 직격하는 환경 위기의 해결책을 개발하고 이행한다. 이케아는 어떠한 방식이든 간에 고객에게 더 나은 일상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금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이들의 전략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고객에게 최고의 더 나은 일상을 선사해 줄 수 있는 영역을 볼 수 있는 이케아의 능력은 감탄스럽지 않은가. 이케아가 꿈꾸는 생활 공간은 마치 인간의 움직임과 한 몸이 된 듯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살기 좋으며, 유용하다. 과연 달성 가능한 것일까?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비전이고,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비전에 따라 노력하게 하면 된다.

이케아와 파타고니아는 인간의 수명을 넘어서는 시대를 초월한 브랜드 전략을 갖고 있다. 비전에 따른 전략은 5년이 지나면 탁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도달하고 싶은 목표를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 그 목표가 잘 보이지 않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위를 보고, 목표 대비 현황을 점검하고, 정점에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건 조직의 몫이다.

▲ 뉴욕타임스에 실린 파타고니아 광고 Ⓒ patagonia.wpengine.com

▲ 2019년 이케아 카탈로그 <Holiday Essentials Guide> 편 Ⓒ onlinecatalog.ikea-usa.com

 이런 비전을 수립하고 전략을 살아 숨 쉬는 계획으로 유지함으로써 단기 목표는 마구잡이가 아닌, 실제로 미래로 이어지는 뭔가가 되는 것이다. 1년에 한 번 연간 계획을 점검할 때 10년 후, 20년 후, 50년 후를 내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위로 향하기

결국 조직이 공동의 목표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많은 기업이 월간, 분기별 보고서에서 벗어나 더 먼 미래를 보고, 조직을 하나로 묶어주고,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는 브랜드를 수립해야 한다.

즉 기업에게 공동체 역할을
부여하는 진정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줄 진실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맞게 나아가고 있는지 매년 점검해야 한다.

엘론 머스크의 50년 계획은 화성에 제대로 기능하는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내 계획은 우리가 현재 지구의 1.5배만큼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의하고 조금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그러면 화성으로 이주할 필요도 없다. 좀 더 전문가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브랜드를 계속 나아가게 해야 한다. 부시고, 만들고, 실험하고, 실패해서. 그러면 우리의 클라이언트는 2068년에도 존재할 것이다.

▲ <Normal Is Over> Official Trailer 영상

 * 이 글은 <AW360>에 게재된 글입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URL 공유 인쇄 목록

소셜로그인 카카오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