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5. 10:00

올해 소비자들의 일상을 규정하는 핵심 트렌드는 무엇일까? 의식주 각 분야에서 예상되는 대표적 이슈를 하나씩 살펴보자.

그동안 남성성, 여성성을 강조했던 젠더 마케팅 전략이 많았다. 남성용 화장품에선 ‘For Men’, ‘For Homme’ 같은 문구가 반드시 들어갔었고 블루, 그레이, 블랙 같은 컬러로 패키지를 만들었다. 반면 여성용 화장품에선 핑크, 레드 컬러와 꽃무늬가 패키지에 많이 적용됐다. 마치 여자가 남자 화장품을 바르면 큰일 나고, 남자도 여자 화장품을 바르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패션에서도 남성복과 여성복은 넘나들 수 없는 경계가 있었고, 남자 옷을 여자가 입거나 여자 옷을 남자가 입는 것은 금기였다. 하지만 이젠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란 관성에 의존하는 젠더 마케팅이 오히려 금기가 될 기세다. 젠더리스, 젠더 뉴트럴이 화두가 되면서 패션업계와 뷰티업계가 바뀌고 있다.

구찌는 남성 컬렉션과 여성 컬렉션으로 나눠져 있던 패션쇼를 통합하고, 컬렉션에서도 성 중립적인 제품을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는 마크 제이콥스도 마찬가지다. 루이비통은 아예 남성이 여성의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광고에 사용했다. 알렉산더 왕은 2018년 캠페인 광고에선 모델을 빼고 옷과 슬로건만 보여 줬다.


▲ 구찌 2019 봄/여름 패션쇼 Ⓒ gucci.com

럭셔리 패션 브랜드건 SPA 브랜드건 더 이상 성별 고정관념을 고집할 수 없게 됐다. 패션쇼에서도 확실히 남녀 경계가 무너졌고, 남녀 구분을 없앤 통합 컬렉션을 하는 것이 대세다.
아울러 기존의 패션 산업은 성별, 인종별, 체형별 구분과 외모 지상주의, 그리고 성 상품화를 당연시했다. 사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가진 여성성, 남성성은 뷰티업계와 패션업계가 상품화시킨 이미지에 가깝다. 이제 그들이 그것을 버리고 있다. 자신의 외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바디 포지티브’라는 태도가 패션과 뷰티 전반에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팔등신 미녀를 내세워 마케팅하던 빅토리아 시크릿은 위기에 빠졌고, 평범한 몸매의 사람들을 모델로 내세우며 잡티나 주름을 보정도 하지 않는 에어리는 성장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있고, 그들이 패션과 뷰티를 받아들이는 태도도 변했다.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은 단일한 기원을 뜻한다. 이 말을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분야가 커피다. 싱글 오리진 커피는 단일한 국가나 농장에서 생산된 단일한 품종의 커피콩을 의미한다. 커피를 마실 때 국가는 물론 농장, 생산자 이름까지 따지기도 하는데, 이는 그만큼 한 가지만의 순수한 맛과 고유한 맛에 주목해서다.
우리가 와인을 마실 때 당연히 생산지와 품종 등을 따졌던 것은 각기 고유의 맛이 가진 차이를 알기 때문이고, 그런 차이는 상품 가치의 차이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의 취향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이런 자각에서 비롯돼 커피와 초콜릿도 와인처럼 생산지와 품종을 구분하며 소비하기 시작했다. 과일과 채소도 그렇고, 심지어 쌀도 마찬가지다. 싱글 오리진을 따질 먹거리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 품종별, 생산지별로 쌀을 구매할 수 있는 동네 정미소. 쌀도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시대가 됐다. Ⓒ 동네 정미소 페이스북

취향 심화 시대 소비자들이 가진 가장 중요한 소비 트렌드가 바로 싱글 오리진이다. 그야말로 싱글 오리진의 역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싱글 오리진에 눈뜬 사람들이 바꿀 일상과 비즈니스를 주목해야 한다. 최근에 사람들이 싱글 오리진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이유는 남과 다른 자기만의 취향을 자각하고, 드러내며, 공유하려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싱글 오리진은 육식 소비에서도 변화를 일으킨다. 소고기에는 무려 39개 부위가 있다고 한다. 등심, 안심, 갈비 정도만 알고 먹던 이들이 업진살, 제비추리, 살치살, 부채살, 토시살, 치맛살, 우설 등 특수 부위에 관심을 가진다. 과거엔 몰라서도 못 먹었고, 굳이 이렇게 세분화시키지도 않았다. 하지만 미식 문화가 확산되고 취향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면서 달라졌다. 구분이 세분화되는 먹거리일수록 ‘고급화’의 증거이자 우리의 취향이 반영된 소비라는 의미다.

가구업계, 리빙업계, 패션업계, 유통업계가 모두 노리는 시장이 바로 생활 소품 시장이다. 가구는 자주 바꾸기 어렵다. 크고 비싼 것들도 많은 데다 한번 사면 평생 쓸 수 있는 것도 많다. 반면 생활 소품들은 다르다. 수시로 바꿀 수 있다. 가구보단 상대적으로 소모품의 속성도 강하고,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소비되는 품목이기도 하다.
계절에 따라서도 바꾸고, 기분 전환 때문에라도 바꿀 수 있다. 마치 옷을 갈아입듯 집 안 인테리어를 바꾸는 셈인데, 확실히 국내 홈퍼니싱 시장이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성장했고, 그중에서도 인테리어 소품 영역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인테리어 장식품을 비롯해 조명, 커튼 같은 각종 패브릭 제품, 욕실용품, 주방용품, 캔들이나 디퓨저, 식물 화분 등 집 안을 구성하는 모든 제품들이 다 인테리어 소품이자 생활 소품에 포함된다.


▲ 무지 제품으로만 꾸며진 베이징 무지호텔(좌)과 이케아 제품으로만 꾸며진
알름홀트 이케아 호텔(우). Ⓒ hotel.muji.com / Ⓒ ikeahotell.se

SNS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랜선 집들이를 당연히 여긴다. 멋지게 꾸민 자신의 집 인테리어를 드러내는 것이 이젠 멋진 옷 입고 좋은 자동차 타는 것만큼 중요해진 과시가 됐다. 이제 인테리어는 모두에게 필수가 됐고, 생활 소품 소비는 일상적인 소비이자 라이프스타일 취향의 바로미터이다.
그래서 생활 소품 시장을 잡으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전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이러다 보니 국내외 리빙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의 성장세를 주목하며 뛰어들었고, 규모를 계속 키우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서비스에서도 리빙과 생활 소품을 중요하게 취급하게 만들었다.
생활 소품 시장이 커지면, 이는 다시 가구 시장에 영향을 준다. 생활 소품 소비를 통해 취향과 안목을 계속 높여 가는 경험치를 쌓는 소비자가 결국은 가구에서도 자신의 취향과 안목을 구현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이는 고급 가구 시장의 대중화와 성장세로 이어질 것이다. 부자의 전유물 같던 프리미엄급 독일 자동차들이 이미 보편적 소비재로 자리 잡은 것처럼, 부자들의 물건 같던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고급 가구들도 같은 수순을 밟는 중이다.

*필자 김용섭은 트렌드 인사이트와 비즈니스 크리에이티비티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이다. 최근 『라이프 트렌드 2019』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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