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5. 10:00

잠시 잠깐 유행을 타다 수명을 다하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뽐내며 인류 역사에 기록되는 물건도 있다. 소비자를 사로잡은 메가 히트 상품은 시대를 초월하는 인류 보편적 콘셉트가 무엇인지를 말해 준다.

부츠와 고무가 만났을 때

나폴레옹을 꺾은 영국의 전쟁 영웅 웰링턴 장군의 이름을 딴 ‘웰링턴 부츠’는 이 세상 모든 장화의 원형이다. 비올 때 신는 장화나 패션 피플의 통부츠 등이 웰링턴 부츠의 초기 디자인을 거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죽 재질을 ‘고무’ 재질로 바꾸는 순간, 장군의 신발은 농부와 건설 노동자들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초기의 웰링턴 부츠는 상업용 고무 제조법을 발견한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에게 특허를 구매한 기업가 하이럼 허친슨(Hiram Hutchinson)의 회사에서 생산됐다. 나무를 깎은 신발을 신고 진흙탕 속에서 일했던 당시의 농부와 노동자들이 환호성을 터뜨린 건 당연지사.

너에게 평평함을 허하노라

슈퍼마켓이나 햄버거 가게에서 볼 수 있는 밑바닥이 평평한 종이 봉투가 세상에 처음 나온 시기는 남북전쟁 직후였다. 이 번뜩이는 생활의 지혜는 ‘시대’와 ‘여성’이라는 한계로 인해 난산 끝에 간신히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 종이 봉투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던 마거릿 엘로이즈 나이트(Margaret E. Knight)는 물건을 많이 담을 수 있는 봉투를 만들기 위해 종이를 접어 붙이는 기계를 발명했는데, 이 기계의 설계안을 훔쳐간 사람과 특허권 분쟁을 겪어야 했으며, 무학의 여성 노동자란 이유로 홀대받아야 했다. 하지만 1871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왕실 명예 메달을 받은 마거릿은 2년 후 특허권을 돌려받았으며, 이후 수십 개의 특허를 취득한 여성 발명가 반열에 올랐다.

바늘로 시간을 봤다니 실화 맞아?

시계는 기원전 4천 년 전부터 시작된 역사를 가진 인류의 오랜 발명품 중 하나. 이후 기술 발전에 힘입어 1364년 최초의 기계식 시계가 탄생됐고, 최초의 휴대용 시계인 회중시계는 1510년에, 또 최초의 기계식 손목 시계는 1904년에 탄생됐다. 하지만 이런 시계 발달사에 있어 가장 혁명적인 사건은 누가 뭐래도 디지털 시계의 등장. 1973년 미국 해밀턴사에 의해 액정 표시 방식의 시계가 개발되면서, 시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세계로 양분됐다. 태어나면서부터 시계 바늘이 사라진 시계만 봐 온 요즘 아이들은 아날로그 시계로 시간을 볼 줄 모른다는 말이 있는데 농담일까 팩트일까.

칭기즈칸 병사들의 전투 식량

건조는 식품을 보관해 온 인류의 오랜 방식이다. 그렇게 만든 오래된 건조 식품 중 하나가 우유의 수분을 증발시켜 가루로 만든 분유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기록에도 나오고, 칭기즈칸의 병사들이 분유를 휴대하고 다녔다는 13~14세기 여행가 마르코 폴로의 증언도 있는 걸 보면 분유의 역사도 유구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분유를 처음으로 발명한 사람은 러시아 의사 오지프 크리체프스키였으며, 1855년 영국의 그림웨이드가 분유의 상품화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1965년이 돼서야 본격적 생산이 이뤄졌다. 만약 분유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여성들의 사회 진출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느려졌을 것이다.

핸드백 속에 안착하다

해초에서 추출한 붉은 염료에 황화수은이나 브롬 같은 독성 물질을 섞어 자급자족했던 원시적 립스틱은 심각한 질병과 죽음까지도 불사해야 사용할 수 있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립스틱을 바른 여성을 저주와 멸시의 대상으로 여겼으나, 로코코 시대엔 남성들도 탐스럽고 붉은 입술을 갖기 위해 립스틱을 발랐다. 하지만 지금의 스틱형 립스틱 용기가 개발되기 전까진 종이에 말아 엉성하게 보관해야 했기 때문에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다가 1871년 겔랑이 튜브형 용기의 립스틱을 개발했고, 1915년 모리스 레비가 금속 튜브형 케이스에 스틱형 모양의 내용물을 넣은 립스틱을 출시하면서 립스틱은 현재의 모습을 완성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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