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5. 10:00

이제 친환경이 아닌 필(必)환경 시대가 도래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필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바뀌고 있다. 소비자 안전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높아지고 미세먼지, 폭염, 혹한 등의 기상이변으로 인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더불어 기업들의 친환경 마케팅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과도한 소비주의를 반성하고 상업주의가 만들어 낸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줄이려는 이른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발생했던 재활용 플라스틱 분리 수거 대란은 소비자들의 환경 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발시켰고, 재활용 이전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최소화하자는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개념이 중요하게 대두했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로렌 싱어는 일상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줄이고 줄여서 3년 동안 모은 쓰레기가 16온스의 작은 유리병 하나를 채우는 정도에 불과한 모습을 보여 줬다. 이러한 운동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슈퍼마켓이나 마트 등에서 물건을 구매한 뒤 플라스틱 포장과 비닐 등을 그 자리에서 뜯어 매장에 버리고 오는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운동도 가세하고 있다.

▲로렌 싱어가 3년 동안 모은 쓰레기 Ⓒ 로렌싱어 페이스북(facebook.com/LaurenNicoleSinger)

▲로렌 싱어가 뉴욕에 오픈한 제로 웨이스트 매장 ‘패키지 프리’ Ⓒ 패키지프리 인스타그램(instagram.com/packagefreeshop)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매장 ‘오리지널 언페어팍트’ Ⓒ Rachel Lewis

제로 웨이스트와 프리사이클링의 소비 문화 확산은 소비자들과 최접점에 있는 유통업계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포장지 없는 슈퍼마켓인 ‘오리지널 언페어팍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회용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는 식료품 매장이 등장했다. 이 매장은 이에 더해 남은 식료품 재고를 버리지 않고 식재료로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그로서란트(Grocerant)를 운영하기도 한다.
일반 유통 기업들도 상품 포장에 에코 패키지를 적용해 비닐 테이프를 종이 테이프로 변경하고, 비닐 에어캡을 종이 완충재로 바꾸고 있다. 제품 포장, 라벨, 용기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은 이제 유통업계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패스트 패션은 자원 낭비와 환경 파괴의 상징처럼 비판받아 왔다. 패션 산업도 환경을 생각하는 이른바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 키워드가 주목받는다. 소재부터 제조 공정까지 친환경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생산된 패션 제품을 지칭한다.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H&M은 해마다 지속가능 보고서를 발표하고 친환경적 재료를 통해 의류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물 등의 자원 낭비가 심한 청바지 업계도 이제는 물 대신 레이저를 이용한 워싱 가공 기법을 통해 친환경 제조 공정을 정착시키려고 노력한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소재로 운동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 신발 한 켤레에는 평균 11개의 플라스틱 병이 재활용됐는데, 신발뿐 아니라 의류까지 확대해 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디다스가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운동화 ‘UltraBOOST Uncaged Parley’ Ⓒ adidas.com

미국에서 실리콘밸리 신발로 불리는 올버즈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성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신발은 친환경 제품을 표방한다. 양모에서 추출한 실, 사탕수수로 만든 깔창 등 친환경 공정을 통해 합성 소재를 사용할 때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60%나 적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뽑아낸 섬유를 소재로 만들기도 하는데, 나무를 밑동부터 다 자르는 대신 일부만 잘라 나무가 계속 자라게 하는 지속가능한 생산을 표방한다. 올버즈는 친환경 감성을 강조하며 출시 2년 만에 100만 켤레가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지속가능한 신발 브랜드를 선도하는 올버즈 Ⓒ Avocados and Coconuts

기업의 친환경 활동도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한층 더 창의적인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영국의 맥주회사 노던 몽크 브루(Northern Monk Brew)는 흠집 때문에 판매되지 못하는 크루아상과 배를 이용해 만든 ‘제로 웨이스트 맥주’를 출시했다.
영국의 토스트에일 맥주는 말 그대로 샌드위치 공장에서 버린 식빵의 가장자리 부분을 수거해서 수제 맥주를 생산한다. 창의적인 친환경을 실천하는 이들 기업을 가리켜 에코 크리에이터(Eco Creator)로 지칭한다. 이들 기업들은 친환경적인 아이디어로 창의적인 비즈니스 기회들을 다양하게 열어가고 있다.

 

미래 세대 고객인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사회적 정의(Social Justice)에 그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 2018년 포브스 조사에 의하면 밀레니얼 세대의 91% 이상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제품,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브랜드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에게 친환경 메시지로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는 2017년 겨울, 쓰레기 매립지에서 찍은 광고를 선보였다. 패션과 쓰레기의 조합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환경 오염에 대한 패션계의 경각심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The Winter 2017 Stella McCartney Campaign Film Ⓒ Stella McCartney

이제 기업들에겐 시장 환경과 소비자 의식 변화에 맞게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환경 이슈에 대응해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는 게 과제가 됐다. 이러한 전략은 이슈를 선점함은 물론 리브랜딩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친환경 브랜드를 표방하는 기업 파타고니아는 자사 재킷 광고를 하면서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진정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면 말입니다”라고 광고한다. 소비를 독려하는 기업이 오히려 쉽게 사서 버리지 말고 기존의 옷을 수선해서 오래 입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구호뿐인 친환경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서는 진심 어린 필환경 경영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진정성 있는 친환경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는 파타고니아 Ⓒpatagonia.com

*참고 자료: 『트렌드코리아 2019』

*필자 이준영은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상명대학교 소비자분석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이며, 저서로 『1코노미』, 『케미컬 라이프』, 『소비 트렌드의 이해와 분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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