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밑줄 긋기] 집착이 아름다운 이유

       나는 지난해 사내 행사로 진행됐던 ‘사일런트(Silent) 콘서트’ 포스터를 참 좋아한다. 관객들이 무선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콘서트라 타이틀이 ‘사일런트 콘서트’. 나는 이 독특한 콘서트를 알리는 포스터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사일런트’라는 콘셉트에 주목했다. 그래서 보일 듯 말 듯 오선지를 그려 넣고는 살짝 바니시(광택) 작업만 추가했다. 이 포스터는 멀리서 보면 그냥 빈 종이처럼 보인다.   나는 과제가 주어지면 통상적으로 나와 있는 답안은 일단 제쳐 놓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설령 결국은 일반적 방법으로 ‘유턴’하게 될지라도 쉬운 방법을 향해 ‘직진’하지는 않는다. 유니크한 솔루션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모든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풀어내려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만의 ‘유레카’를 고집하는 건 아니다. 커머셜 아트는 클라이언트라는 방정식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마치고 미국에서 첫 직장을 얻었을 때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내부에서는 다들 멋진 디자인이라고 좋아했지만, 정작 클라이언트가 시큰둥했던 것이다.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디자이너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망각하고, 자신의 디자인에 도취됐기 때문이다. 커머셜 아트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에 있는데 그걸 담아내지 못하는 디자인은 의미가 없다.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디자인이면 뭐 하는가, 상대방이 찾는 대답이 아닌 것을. 그런데도 고집을 부린다면 그건 고집이 아니라 아집이다. 스타일에 함몰되지 말아야…

퍼포먼스

[Tack Talk_김홍탁 프로] 생존에서 공존의 생태계로

  “사업에 성공해서 아주 큰 돈을 번 사람이 있다.   그는 낙후한 도심을 사들인 뒤, 거리를 단장하고, 공원과 공연장, 학교, 그리고 예쁜 아이스크림 가게도 만든다.   그리고는 이곳으로 젊은 창업가들을 불러 모은다. 사업 밑천을 투자하고, 일하고 생활할 공간도 제공한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바도 있다. 꿈꿔 온 혁신적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쳐 보라고 말이다. 원주민들에게는 무이자로 돈을 빌려 줘 작은 가게를 차릴 수 있도록 한다. 새로 온 창업가들과 원주민들이 어울려 삶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이 사람은 바로 세계 최대 온라인 신발 사이트 ‘자포스(Zappos)’의 창업자이자 CEO인 토니 셰이(39)이다. 현재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다운타운 프로젝트(Downtown Project)’. 그는 “세상을 뒤집는 혁신은 사람들이 같은 생활 공간에서 마주치고, 부대끼고, 나누고, 협업하는 가운데 절로 나오는 것”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모토도 ‘마주침(Collision), 협업(Collaboration), 공유(Sharing)’이다.    최근 읽은 기사 중 내 마음을 크게 흔들어 놓은 내용이다. ‘행복을 배달합니다(Delivering Happiness)’란 캐치프레이즈를 기업 철학으로 삼고 있는 토니 셰이(Tony Hsieh)는 2009년 회사를 아마존에 12억 달러(약 1조 3,500억 원)에 팔아 큰 돈을 벌었다. 그는 번 돈 가운데 3억 5,000만 달러(약 4,000억 원)의 사재를 털어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의 프레몬트 거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곳은 남쪽 카지노…

Cheil's up Ⅲ

「2020 뉴 셰프컬렉션」 완벽을 소유하다

2020 뉴 셰프컬렉션은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외관 디자인부터 기존 냉장고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제품이다. 특히 도어 패널은 밀레니얼 감각의 명품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유럽 소재 전문 업체와의 협업으로 소비자 취향에 맞춘 5가지 종류로 출시됐다. 이 중 최고급 패널인 ‘마레 블루(MARE BLUE)’는 명품 자동차 브랜드 마세라티 등 업계 최고의 업체들과 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금속 가공 장인 데카스텔리와 협업해 탄생했으며, 글로벌 가전 업체와의 협업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라 더욱 의미가 있는 제품이다. 또한 세부 기능으로는 냉장고 앞에 다가가면 반겨 주는 웰컴 라이팅, 내부를 더 넓어 보이게 하는 블랙글래스, 알아서 물을 채워 주는 오토 필 정수기, 일반 얼음과 칵테일 얼음까지 만들어 주는 오토 듀얼 아이스메이커 기능 등이 있다.   <2020 뉴 셰프컬렉션> 캠페인은 완전히 새로워진 외관, 내부 디자인과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프리미엄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 주는 것에 집중했다. 출시된 5가지 패널 중에서는 데카스텔리와 협업해 한정판으로 수제작한 ‘마레블루’와 스페인 발렌시아산 천연 세라믹으로 제작한 ‘세라블랙(CERA BLACK)’ 두 제품을 TV 광고의 메인 제품으로 선정했다. 영상 소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제작했다. ‘디자인’ 편과 ‘블랙글래스’ 편을 통해 제품의 외관 및 내부 디자인을 강조하고, ‘라이프’ 편을 통해서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프리미엄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 줌으로써 제품에 대한 선망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 이탈리아…

직접화법

브랜드와 소비자, 서로의 ‘관계’에 대해 묻다

이번 Spikes Asia에 대해 총평을 해 주신다면요? 총평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체류 일정이었지만, 언제나 위기 상황이 아닌 적이 없었던 업계의 현재를 확인하는 기회는 됐죠. 이를테면 뉴미디어의 대두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영역 확장으로 인한 경쟁 등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변화를 다시금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칸 라이언즈도 그런 변화에 대한 고민 때문에 ‘Advertising’ 대신 ‘Creativity’ 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꾼 거잖아요. 광고의 영역을 확장시키면서 동시에 광고의 힘을 회복해 보려는 시도가 이번 Spikes Asia에서도 여전히 보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의 큰 흐름이나 새로운 경향을 발견하셨는지요? 딱히 올해의 변화라기보다는 Advertising이 아닌 Creativity로 영역이 확대되면서 생겨난 최근 몇 년 간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고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영향력을 확인시켜 주는 작업들이 많았고, 또 그런 작품들이 상도 많이 받았어요. 예컨대 올해 대상 수상작인 <Palau Pledge> 캠페인은 관광객 수의 급증으로 생태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남태평양 팔라우 섬의 문제를 다룬 캠페인이었죠. 이런 식의 광고가 얼마나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런 영향력을 확인하는 작품들이 많았고, 이것이 일종의 경향이나 흐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2년에도 Spikes Asia에서 심사를 맡으셨는데, 당시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2012년에 제가 심사했던 부문은 ‘디지털 & 모바일’이었는데요, 당시엔 그것이 새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