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제작의 밤_안상헌 프로] 의자로 태어나 광고회사에서 살아가기란

    안녕하세요? 저는 ‘의자’입니다. 직장에 다닌다고 하면 다들 저 ‘의자’ 하나씩은 가지고 계실 겁니다. 특히 광고 회사, 특히 제작팀에   있는 저 ‘의자’는 다양한 기능을 합니다. 우선 어느 직종보다 엉덩이에 땀이 나도록 지속되는 심야·철야 회의 기능이 있고요. 회의 시간이   다가올 때 앉기만 하면 급행으로 아이디어가 나오는 급아이데이션 기능도 있고요.     피곤할 땐 침대 기능도 하고, 때론 심기가 불편할 땐 발로 차도 별 저항 없는 화풀이 기능도 하고, 광고 촬영이 많은 날엔 혼자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지키미 기능도 합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큰 리뷰 자리에서 알맹이 없는 회의를 묵묵히 지켜보는 ‘의견 없이 자리 채우기(?)’  라는 특별한 기능도 가끔 하곤 합니다. 무게로 보나 생김새로 보나 저 위에 분명 사람이 앉아 있는데 영혼이 없는 그런 거 말이에요.      저만큼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고통과 희열을 아는 존재도 아마 없을 겁니다. 광고회사 의자 삼 년 이상이면 반크리에이터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죠. 늦은 밤 까지 아이디어가 안 나올 때는 저까지 덩달아 두 어깨와 네 다리가 묵직해지니까요. 알고 보면 저의 역사는 참으로 거룩해서 원래 앉기 위한 가구라기보다는 권위의 상징으로 고대 이집트 왕좌에서 시작되었답니다. 그때는 거의 왕만이 저 위에   앉을 수 있었고 일반 백성은 저 없이 앉아서 생활했다고 합니다. 그 때 광고회사가 있었다면 팀장님들만 저 위에 앉고 나머지 스태프들은   앉아서 회의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처럼 의자가 대중화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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