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밑줄 긋기_지현탁 프로] 지금 반짝하지 말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제목이기도 한 이 질문을 내게 던져보면, 내 대답은 이렇다. 나는 ‘재미’로 산다.   돌이켜보니 20년 넘게 내가 AE로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재미였던 것 같다. 광고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AE는 매우 역동적이고  능동적인 속성을 지녔다. 그러한 속성이 내 적성과도 잘 맞았고, 그래서 내게 일은 재미와 동의이음어였다. 또한 클라이언트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며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이전까지 관심도, 지식도 없던 분야를 공부하며  내 세계가 확장돼 가는 희열을 맛보는 것. 이건 꽤 괜찮은 경험이다. 하긴 필로소피(Philosophy)란 말의 어원도 지식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이 아니던가. 그러고 보면 나도 필로소피한 인간의 범주에 드는 걸까.    광고일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보람 때문이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던 나는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며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 맥락에서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내가 자부심을 느끼는 게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어 K2와 카스, 갤럭시 같은 작업이 그렇다. K2는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아웃도어 브랜드를 메이저 브랜드로 부상시키며 시장까지 넓혔던 프로젝트이다. 배우 이민호와 2NE1 산다라 박이 모델로 나왔던 카스 후레쉬는 젊은 층에 어필하며 당시 2위였던 브랜드를 1위로 끌어올렸다.   2006년 TV 전파를 탔던 삼성에버랜드 패션의 갤럭시 광고는 내게 조금 더 각별하다.  이 광고는 피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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