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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레시피

콘셉트, 니치 브랜드에게 배워라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2017년 써 켄싱턴(Sir Kensington’s)이라는 소스 업체를 인수했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써 켄싱턴의 케첩과 마요네즈는 유기농 슈퍼마켓 홀푸드의 최고 인기 품목으로 꼽힌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프리미엄 밀키트의 필수품이기도 하다. 미식가나 젊은 층 사이에서는 전통 케첩 브랜드 하인즈, 헬만의 고가 라인보다 선호돼 세계 곳곳의 프리미엄 식품 유통 시장에서 팬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 sirkensingtons.com 써 켄싱턴은 2000년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던 스콧 노튼(Scott Norton)과 마크 라마단(Mark Ramadan)의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햄버거, 감자튀김에 따라 나오는 케첩은 왜 모두 하인즈일까? 시리얼, 감자칩만 하더라도 수많은 브랜드와 종류가 있는데 케첩은 왜 대안이 없을까? 이런 질문 끝에 ‘메인 메뉴의 보조가 아닌, 한 끼 식사의 개성 있는 주인공이 될 만한 케첩’이란 콘셉트가 만들어졌다. Ⓒ sirkensingtons.com 기본 전략은 하인즈의 정반대 포지셔닝이었다. 하인즈가 맥도날드나 여느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무난한 케첩이라면, 써 켄싱턴은 까다롭고 세련된 브랜드를 지향했다. 두 사람은 아파트 주방에서 직접 레시피 개발에 몰두했다. 이렇게 해서 인공 색소와 감미료, 유전자 변형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단맛이 강하지 않은 친환경 케첩이 탄생했다. 또 미국적인 하인즈에 반해 영국적인 이미지를 추구했다. ‘켄싱턴경’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유다. 패키지도 차별화했다. 상표명 위주로 된 하인즈의 용기 디자인과 달리 중절모를 쓴 신사를 그려 넣었다. 음식은…

인생, 무상(人生務想)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배우는 브랜드 정의

브랜드 성공을 좌우하는 ‘정의’ 서로 엇갈린 개념 정의 때문에 인간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고, 정치나 경영의 협상 테이블에서 대화가 결렬되는 모습도 곧잘 볼 수 있다. 중요한 대화에서 서로 동일한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그것이 각자 다른 내용을 의미하는 동어이의(同語異意)나 혹은 다른 용어들을 사용하지만 같은 내용을 의미하는 이어동의(異語同意)라면 대화가 진척되기 어렵다. 그래서 토의와 대화 전 중요한 용어를 서두에서 구체적으로 먼저 정의하고 서로 협의하는 게 필요하다. 정의는 마케팅에서도 브랜드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문제다. 마케팅 실패 사례의 70%가 브랜드 콘셉트를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간결하고 명확히 정의하지 못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마케팅에서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내용은 브랜드 콘셉트를 정확하게 서술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콘셉트를 잘 정의하는 방법 정의 문제가 원활한 소통과 대화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다룬 철학자가 있는데,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이다. 마케팅에서 “이 브랜드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은 철학에서 “이것의 실체(substance)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과 같다. 실체는 다른 무엇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마케팅에서 대표적 실체는 ‘이 브랜드’ 혹은 ‘저 브랜드’로 지칭할 수 있는 개별 브랜드이다. 그렇다면 실체[브랜드]는 어떻게 서술할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변증론』에서 이 실체를 서술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는 술어에 해당하는 속성들로 실체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여기에서 속성이란 사물의 개별적 성질을 나타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