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3. 10:00

 

2017.04.03. 10:00

 

잠시 그를 기억하다

“너는 경험해 봤니?”

도대체 뭘? 누군가 대뜸 이렇게 물으면 참 뜬금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질문 속 그 경험이 어떤 ‘장르’를 말하는지 헤아려 볼 것이다. 사실 <Are You Experienced?>는 지미 핸드릭스 익스피리언스(The Jimi Hendrix Experience)의 데뷔 앨범 제목이다. 지미 핸드릭스가 결성한 3인조 밴드 지미 핸드릭스 익스피리언스는 이 앨범으로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미국의 한 신문사는 이 밴드가 장차 미래를 흔들 것이라 평했다.

지미 핸드릭스가 미래를 뒤흔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대를 흔든 건 틀림없다. 공연 도중 기타를 마구 휘두르는가 하면 심지어 이빨로 기타줄을 물어뜯으며 연주를 했으니 왜 아니겠는가. 그런데 왜 밴드 이름이 하필 ‘익스피리언스’일까. 혹시 ‘이런 연주는 처음 들을 거다’ 식의 음악적 자신감의 발로에서 비롯된 작명? 아니면 일찍이 그가 겪었던 모든 경험이 결국 음악적 자양분으로 수렴되기 때문에? 뭐 해석은 구구할 수 있겠다. 하나 분명한 건 반세기가 더 지난 지금 들어도 그의 연주는 여전히 매혹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위대한’ 경험은 시대를 초월한다.

 

잠시 그 책을 떠올리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1970년대 중반 『소유냐 존재냐』를 발표했다. 프롬이 말하는 ‘소유’는 돈, 명예, 신분, 지식 등 과거에서부터 축적해 온 자산을 말한다. 반면에 ‘존재’는 충만한 삶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또한 ‘소유’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 걸쳐 있다. 집 한 칸 장만하기 위해, 또는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허리띠를 악착같이 졸라매며 아껴쓰고 저축하는 삶을 보라. 몸은 현재에 있지만 목표는 미래에 있다.

엄마들이 늘 얘기하는 게 바로 이거다.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언제 돈을 모으냐. 참아야 하느니라!” 하지만 ‘존재’는 바로 지금, 여기에 목표가 있다. 남과 다른 나만의 오리지널리티, 자유로움, 비판적 이성 등은 ‘존재’를 뒷받침하는 요소들이다.

옛날 어른들은 경험이 재산이라며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다. 이런 저런 경험을 많이 해 봐야 생각이 익어가는 가운데 지혜가 생기고, 연륜이 깊어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프롬이 말한 ‘존재’는 ‘경험’으로 치환해도 무방할 것 같다. ‘소유’는 ‘더 많이’를 추구하지만, ‘존재’는 ‘더 깊이’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잠시 저울질해 보다

조지프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는 『체험의 경제학』이란 책에서 “상품과 서비스 자체만으로는 더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며 ‘체험경제’ 이론을 주창했다. 요컨대 소비자에게 어떤 체험(경험)을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확실히 요즘 사람들은 제품 자체보다 경험에 더 무게중심을 두며, 소유보다는 경험에 더 투자한다.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그것이 내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지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 소비 시장에서 경험은 모든 경제 활동의 핵심’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한 경향은 경제가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면 ‘자아실현의 욕구에 해당되는 소비를 원한다’는 매슬로의 ‘욕구 5단계’에도 부합한다.

그런데 경험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때로는 피곤해진다. “거기가 참 좋대. 한번 가봐야겠다”와 “난 왜 몰랐지? 당장 가야겠어”는 동일한 ‘결심’이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느끼는 ‘존재감’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자신을 치장하기 위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경험은 부자연스럽다. 경험이 ‘수집’ 취미가 된다는 건, ‘더 깊이’를 추구하는 존재적 양식에서 ‘더 많이’를 추구하는 소유적 양식으로 변질된다는 얘기다.

뭐든 과유불급(過猶不及), 중도의 미학이 중요하다. 지미 핸드릭스만 해도 그렇다. ‘약물 경험’을 지나치게 한 탓에 채 서른이 되기도 전에 요절하지 않았던가. 지배당하는 경험이 아니라 지배하는 경험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2017.04.03. 10:00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된 유행어의 족보가 웰빙, 로하스, 킨포크에 이어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로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저장강박증이 있는 사람들(Hoarder)은 결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한 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이미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자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계점에서 시작된 대안적 생존양식

영미권과 일본에서 미니멀 라이프가 태동한 시점은 2010년경으로 유사하지만, 그 배경은 사뭇 다르다. 영미권에서는 “좋은 차에, 넓은 집, 명품을 소유했지만 더 많은 물건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는 공허함을 채울 수 없다”는 철학적 반성을 배경으로 한다. 반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란 자연재해를 겪으며 공포에 휩싸인 일본에서는 ‘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뜻의 ‘단사리(斷捨離)’란 유행어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미니멀 라이프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구체적 배경은 다르지만, 두 경우 모두 어떤 ‘한계’에 봉착한 시점에서 미니멀 라이프가 발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최근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해답을 공개하면 ①소유 개념의 변화와 ②저성장에 따른 지속적 장기불황, ③1인 가구 증가를 그 배경으로 꼽을 수 있겠다. 이 역시 한계에 부딪친 뒤의 선택이란 점에서 영미권이나 일본의 사례와 일맥상통한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현대인에게는 두 가지 생존양식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돈과 명예, 권력, 지식 등의 소유에 전념하는 ‘소유적(To Have)’ 양식이며, 다른 하나는 물질에 초연하면서 자유롭고 독립적 삶을 추구하는 ‘존재적(To Be)’ 양식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존재적 양식은 참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끊임없이 소유를 갈망하는 현대인들에겐 참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생존양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니멀 라이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물건 정리에서 시작된 미니멀 라이프

2~3년 전부터 우리 서점가에도 ‘심플’, ‘정리’, ‘버리기’ 등을 키워드로 하는 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수납의 기술’을 강조하는 책들이 위주였다가, 나중에는 ‘버리기의 기술’을 강조하는 쪽으로 심화되었다. 어느덧 스테디셀러가 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의 저자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명언까지 탄생시켰다. 미니멀 라이프가 지혜로운 버리기에서 시작됨을 말한 것이다.

이런 책들은 공통적으로 구입할 물건의 리스트 대신 버릴 물건의 리스트와 당위성을 메모하라고 권한다. 버리기, 즉 소유물을 덜어낸다는 행위에는 철학적 색채가 짙게 배어 있기도 하다. 무소유(無所有) 정신이나 붓다의 “가진 것이 많으면 걱정도 많다”는 식의 교훈이 이면에 깔려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버리기의 미학은 무소유의 실천이라기보다 새로운 구매를 위한 자기합리화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즉 새로운 것을 사서 소유하고 싶은 구매 욕망의 다른 표현이란 얘기다. 흥미로운 것은 적극적으로 버리는 행위를 통해 ‘최소한의 삶’을 지향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줄이는 삶’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쏘카. 기성 세대와 다른 소유 개념을 갖고 있는 젊은 세대는 공유경제에 적극적이다. Ⓒsocar.kr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는 행위는 과잉된 삶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이 선택한 ‘소유 개념의 변화’다. 이 같은 변화가 급속도로 전개된 데에는 소유에 대한 강박이 이전 세대보다 덜한 젊은 세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집 한 채는 가져야 삶의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하는 이전 세대와 달리 결핍을 체험하지 못한 요즘 젊은 세대들은 집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단지 주거의 개념으로 바라본다. ‘집은 사는[買] 것이 아니라 사는[住] 곳’이라는 어느 건설회사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일상을 영위하는 경험적 공간으로 집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동차 역시 리스나 렌탈 방식을 선호하고, 때로는 카셰어링 등을 통해 합리성을 추구하기도 한다.

 

다양한 경험 욕구, 인스턴트 소비를 부르다

미니멀 라이프의 또 다른 양상인 ‘인스턴트 소비’는 지속되는 저성장 및 1인 가구의 증가, 전월세 증가라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그동안 인스턴트 소비의 주된 대상은 화장품이나 의류, 또는 생활용품 같은 일상적 제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가구나 인테리어 용품, 심지어 가전제품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방송 프로그램도 ‘쿡방’에 이어 인테리어를 다루는 ‘집방’을 선보이고 있다.

요즘 인스턴트 소비의 대표주자는 패스트 퍼니처(Fast Furniture)이다. 패스트 퍼니처는 패스트 패션에서 파생한 말로, 저렴하게 사서 사용하다가 부담 없이 버리는 가구를 말한다. 기성세대들은 열두 자 자개장롱을 마르고 닳도록 윤기 나게 닦아가며 평생을 사용했지만, 요즘 같으면 눈이 휘둥그레져서 “왜?” 하고 의아해할 법한 일이다.

▲ 이케아의 DIY가구는 소비자들에게 가구를 ‘경험’하게 한다. Ⓒikea.com

비록 집은 내 소유가 아니더라도 내가 거주하는 공간만큼은 오롯이 내 소유. 해마다, 철마다 내가 만끽하고 싶은 스타일로 공간을 꾸미고 싶은 욕구는 고가의 가구나 인테리어 용품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다양한 스타일의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저렴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의 패스트 퍼니처가 안성맞춤이다. 국내 진출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는 완제품이 아니라 DIY가구를 주로 취급한다. DIY가구 열풍도 가구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경험’하고자 하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가질 것인가, 누릴 것인가

소비자들이 적당히 쓰다가 후회 없이 버릴 수 있는 인스턴트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하루에도 수백 종의 새로운 아이템이 쏟아지는 환경 때문이다. 또한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적극적 취향과도 관련이 있다. 때문에 이제는 기업이 제품의 교체 시기나 수요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 그 시기와 수요를 결정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히 물질적 풍요를 줄이고, 고매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그보다는 다른 차원의 경험에 대한 갈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은 급기야 ‘경험’을 상품으로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능동적으로 소비할 준비가 돼 있다.

‘소유(所有)’의 ‘소’에는 ‘가지다’, ‘얼마’라는 뜻이 있으며 ‘향유(享有)’의 ‘향’은 ‘누리다’라는 뜻과 함께 ‘잔치’라는 의미가 있다. 가질 것인가 누릴 것인가. 이는 결국 정량화할 수 있는 ‘얼마짜리’ 소비에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잔칫상처럼 풍성하고 다양한 경험의 가치에 무게중심을 둘 것인지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2017.04.03. 10:00

브랜닉 마케팅(Brannic Marketing)은 브랜드(Brand)와 피크닉(Picnic)을 결합한 합성어로,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강요하지 않는 브랜드 경험이나 공간, 매장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들에게 그 공간이 돈 쓰는 곳이 아니라 즐기는 곳으로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경험이자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에겐 가장 마케팅 효과가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점은 책 읽는 즐거움을 팔고, 가전매장은 키덜트의 놀이터가 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책을 파는 곳이라기보단 독서하는 즐거움과 경험을 파는 곳이다. 도심 빌딩숲 속의 거대한 도서관 같기도 한데, 백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대형 원목 테이블이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 동네 책방이 부활하고 있는데, 이 또한 엄밀히 말하면 책만 파는 영세 서점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한 경험 공간이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는 게 오프라인 서점의 방향이다.

일렉트로마트는 이마트표 가전매장이다. 기존의 가전과 IT 완구를 결합한 형태인데, 키덜트족 2030 남자들의 놀이터에 가깝다. 2015년 6월 첫 등장한 이래 2016년 말까지 1년 반 만에 10개 매장으로 확장됐다. 일렉트로마트가 기존 가전매장과 다른 가장 큰 차별성은 오프라인의 강화, 제품에 대한 체험과 경험치를 높여주는 것이다. 기존 가전매장이 온라인 쇼핑몰을 강화하는 것과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일렉트로마트의 성장에 따라 타사 가전매장도 체험의 비중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 성인 남성을 타깃으로 즐거운 놀이 공간을 만들어낸 일렉트로마트 Ⓒhttp://m.electromart.kr

그런가 하면 한남동에 만든 주류 전문 매장 와인앤모어는 일렉트로마트의 술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남동은 20여 개의 클래식바, 칵테일 바가 밀집해 있어 트렌드에 민감한 애주가들의 핫플레이스이기도 한데, 이곳에 애주가를 위한 놀이터의 개념으로 주류 전문 매장을 만든 것이다. 샴페인, 스파클링와인은 250가지 이상으로 국내 와인 매장 중 최다 구색을 갖췄고,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혼술족을 겨냥한 제품 라인업도 강화됐다. 홈칵테일 용품과 와인잔 등 각종 글래스웨어와 국내외 주류 관련 서적도 판다. 다양한 수입 맥주도 갖췄다. 이쯤 되면 와인과 맥주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재미있는 놀이터가 아닐 수 없다.

소비자의 놀이터가 되면, 거기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에 따라 소비도 이어진다. 서점이 책만 팔지 않고, 주류 매장이 술만 팔지 않는 시대다. 매력적인 경험을 파는 브랜드 공간에선 무엇이든 더 확장시켜서 팔 수도 있다. 편집 매장의 전방위적 확산이 되기도 한다. 바야흐로 특정 물건이 아니라 경험과 취향을 파는 시대다.

 

명품 패션 브랜드들은 왜 카페를 만들었을까?

에르메스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뉴욕과 서울 청담동에 있다. 청담동에는 에르메스뿐 아니라 디올의 카페도 있다. 모두 명품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안에 카페가 있는데, 비싼 명품 패션에 비해 만 원대로도 즐길 먹거리를 판다. 구찌가 상하이에 레스토랑을 열고, 버버리는 런던에 카페를 열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밀라노나 칸 등에 레스토랑과 카페를 열었다. 샤넬과 불가리, 던힐도 마찬가지다.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다. 이들 브랜드는 물건을 사러 매장에 가는 게 아니라 경험과 체험을 사러 가도록 만든다.

▲ 상하이의 유명 쇼핑몰 IAPM에 자리 잡은 구찌 레스토랑 Ⓒiapm.com.cn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오픈 초기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했는데, 주로 강조한 것들은 먹는 것이었다. 700여 개 글로벌 브랜드가 입점한 백화점임을 자랑하면서 뉴욕의 이탈리안 식료품점인 Eataly, 코펜하겐의 쥬스가게 Joe & The Juice, 고급 마카롱인 Pierre Herme를 얘기했다. 그밖에도 전 세계 핫플레이스의 각종 먹거리들을 가져왔다. 그 결과 순식간에 판교 인근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고, 해외 직구도 급증하는 시대에 오프라인 백화점의 무기는 즐거운 체험의 놀이터이자 데이트코스, 약속 장소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대 규모의 식품관과 다양한 디저트, 유명 먹거리를 잔뜩 포진시킨 이유다. 일상의 작은 사치가 되는 디저트와 먹거리들을 통해 매일, 혹은 자주 백화점에 들르게 한다. 온라인으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게 바로 이런 현실에서의 먹는 즐거움이다. 백화점마다 고급식품관을 꾸미고, 유명 카페나 레스토랑을 푸드코트에 유치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스포츠 브랜드는 마라톤대회를 열고, 카페는 연구소를 차린다?

마라톤 대회를 열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는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아식스, 데상트, 푸마 등 수십곳이다. 전문적인 마라토너들을 위한 대회가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축제 같은 행사다. 2030들이 주로 참가하고, 6 대 4 정도로 여성 참가자가 더 많기도 하다. 유명 마라톤 대회는 참가 신청 시작과 동시에 바로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연예인들도 참가하고, 마라톤 대회가 끝나면 인기 가수의 미니 콘서트나 일렉트로닉 댄스 파티를 열기도 한다. 참가비는 대개 3~8만 원 정도지만, 수만 명씩 참여해도 적자다. 마라톤 대회당 줄잡아 20~20억 원 정도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운동하는 즐거움과 체험을 파는 것이 중요해서다. 트레이닝복 패션쇼를 방불케 할 정도로 참가자들은 멋진 트레이닝복을 입고 멋진 운동화를 신고 온다. 마라톤의 목적이 기록도 아니고 승부도 아니다. 그냥 신나게 즐길 뿐이다. 자신이 체험한 매력적 스포츠의 경험이 곧 그 스포츠 브랜드에 대한 기억이 되고, 그것이 충성 고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 <Nike Women Victory Tour 2016> 영상. 나이키는 해마다 여성 하프마라톤 대회를 열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는 5월에 대회가 열린다 ⒸNikeWomen

이디아 커피랩, 루소랩 등 커피전문점이 LAB을 각기 만들었다. 카페가 무슨 연구소일까 싶겠지만, 체험 기반의 고급 매장이다. 고가의 전문 장비들을 매장에 비치해 두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을 배치해 고객과 소통한다. 이제 커피전문점이란 업의 핵심도 커피라는 상품을 파는 것에서 체험과 문화의 공간을 통해 프리미엄 있는 스페셜한 커피 공간으로 가고 있다.

 

신세계는 왜 테마파크 및 야구장과 경쟁하는가?

“유통업체의 경쟁 상대는 에버랜드 같은 테마파크 또는 야구장이다.” 이 말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한 말이다. 더 이상 유통업은 쇼핑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신세계가 스타필드 하남과 이마트타운 등 복합쇼핑몰에 집중한 것도, 이마트는 라이프쉐어(Lifeshare) 기업이라며 경쟁사와의 마켓쉐어(Market Share) 경쟁보다는 소비자가 가진 라이프 스타일을 더 많이 해석해서 소비자의 일상을 더 많이 점유하려고 하는 것도 정용진 부회장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방향이다.

▲ 신세계그룹의 신개념 쇼핑테마파크 스타필드 하남 Ⓒ신세계그룹

도심에 백화점이나 쇼핑몰 지을 공간은 더 이상 없다. 결국 외곽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사업 확장을 할 수 있는데, 과거처럼 쇼핑만 하는 공간으로는 외곽까지 사람들을 끌어낼 수 없다. 결국 쇼핑과 레저, 일상의 모든 소비와 라이프 스타일의 욕구들이 총집합된 복합쇼핑몰이 승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스타필드 하남은 규모로 보나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다양한 경험의 콘텐츠로 보나 브랜닉 마케팅을 가장 잘 담아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스타필드 하남은 한마디로 재미있는 쇼핑 테마파크다. 특히 어른들을 위한 거대 놀이터다. 한동안 타임쉐어(Time Share)도 주창되며 소비자의 24시간을 어떻게 점유할 것인가를 노렸지만, 결국은 소비자의 일상 동선과 라이프 스타일을 어떻게 점유하고 활용할 것인가라는 라이프쉐어가 핵심이 됐다. 결국 소비자의 욕망, 그들이 누리고자 하는 체험이자 경험을 얼마나 많이 채워주느냐가 승부가 될 수밖에 없다. 브랜닉 마케팅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김용섭은 트렌드 인사이트와 비즈니스 크리에이티비티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다. 저서로 『라이프트렌드 2017 : 적당한 불편』 등이 있다.

2017.04.03. 10:00

“새로운 경험이 좋은 경험이냐고? 글쎄⋯. 새로움이 유용한 툴이기는 하다. 사람들은 식상하면 관심이 없으니까. 그런데 튀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항상성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오래 타도 질리지 않는 자동차처럼.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새로움을 논하기 전에, 즉 ‘How’를 논하기 전에 ‘Why’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것!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지, 아니면 익숙하면서 따뜻한 경험을 제공할지는 그 다음 문제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소개한다면?

엑스포는 모든 전시, 이벤트의 꽃이다. 또한 국가 브랜드가 경연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2010년 상해엑스포 한국관 프로젝트가 기억난다. 설치미술가 강익중, 건축가 조민석 등과 컬래버레이션해 거대한 한글 자모로 전시관을 지었다. 당시 약 200개 국가가 상해엑스포에 참가했는데 우리가 2등상을 받았다.

2013 밀라노 가구박람회도 기억난다. 밀라노 가구박람회는 이제 단순히 ‘가구’를 넘어 ‘디자인’을 얘기하는 문화예술의 장이 됐다. 특히 메인 박람회장 밖에서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푸어리 살로네’는 전시 규모와 참여 업체 면에서 오히려 메인 박람회를 능가한다. 우리는 푸오리 살로네에서 삼성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참여형 전시를 선보였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다가 스마트폰을 페어링시켜 작품 자체를 바꿔버리게 했는데, 뜨거운 호응을 얻어 3등에 해당하는 ‘WOW’상을 받았다.

 

경험 마케팅을 잘 활용한 사례를 꼽는다면?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진행했던 <Inspiring Journey>라는 캠페인이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화학 소재 전문기업으로, 자신들이 생산하는 소재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다. 우리는 소재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고,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어 띄우는 ‘디지털 시드 월(Digital Seed Wall)’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했다.

특히 서을호 작가와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는데, 서을호 작가는 <Inspiring Journey>의 메인 작품인 ‘4해비타츠’를 제작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스펀본드 부직포를 사람 형상으로 수백 장 재단한 뒤 공중에 겹겹이 매달아 입체적 공간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레드닷 커뮤니케이션 전시디자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나갈 때까지 일회성 소재가 입체적 공간으로 변신하는 놀라운 경험을 통해 코오롱이라는 브랜드와 감성적 연계가 형성되는 ‘관람객 여정(Visitor Journey)’을 만들어낸 캠페인이었다.

▲ ‘4해비타츠’ 부분 Ⓒblog.kolon.com

 

소비자 경험은 기업에게 중요한 화두이다. 그 이유가 뭘까?

전 세계적으로 1년 동안 출시되는 브랜드가 3만 개라고 한다. 하루에 약 100개 꼴이니 엄청난 숫자다. 게다가 지금은 국경 없는 세상이 아닌가. 전 세계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게 녹록치 않게 됐다. 전통적인 마케팅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또한 기술이 평준화됐기 때문에 기술력을 내세우며 차별화시키는 전략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소비자에게 있다. 과거에는 ‘합리’와 ‘이성’을 동원해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소비자는 ‘감정’과 ‘직관’에 기반한 소비 행태를 보인다. 따라서 과거에는 소비자의 머리를 이해시키는 ‘설득의 기술’이 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애의 기술’이 필요하다. 나이키가 운동화의 성능을 드러내 놓고 광고하던가? 아니다. 마라톤대회 같은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가 브랜드와 공유할 수 있는 경험 제공을 우선시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험 마케팅이 부상한다. 소비자와 브랜드의 감성적 연대(Emotional Bonding)가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 경험을 제고하는 크리에이티브에서 전제돼야 할 요소가 있다면?

스타벅스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은 스타벅스에 단지 커피만 마시러 가지 않는다.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또 영화를 보면서 여유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집도, 회사도 아닌 제3의 공간을 서드 플레이스(Third Place)라고 하는데, 서드 플레이스에서 중요한 점은 여유를 누리고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스토어만 해도 그렇다. 전 세계에 약 500여 개가 포진돼 있는 애플스토어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숍’이 아니라 브랜드 마니아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런 서드 플레이스는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꾸준히 브랜드 로열티를 높인다. 그러니 재방문율이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떠들썩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소비자와 인터랙션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단발적, 표피적 경험이라면 로열티로 연결되기 어렵다. 로열티를 축적하는 경험 마케팅은 눈앞의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으로 진행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거나 안 한다. 때로는 자신의 생각이 뭔지 잘 모를 때도 있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크리에이터는 그 ‘말’의 내면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의 이면을 파악해야,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소비자에게 좋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How)’가 아니라 ‘왜(Why)’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어떻게’만 고민하는 크리에이터는 스킬은 늘어날 수 있어도 내공은 결코 늘지 않는다. ‘왜’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목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떻게’는 목적을 먼저 명확히 규정한 후 찾으면 된다.

 

경험 마케팅을 진행할 때 효율적인 방법론이 있다면?

글 쓰는 사람과 그림 그리는 사람만 있으면 광고가 가능하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엔 어림도 없다. 오감을 전부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간, 음식, 음악, 조명 등 각 장르의 협업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의 협업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잘 성사되면 퀄리티 높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내가 속해 있는 BE 본부에는 8개 CD팀이 있는데, 저마다 주 특기가 다르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걸친 종합적(Multidisciplinary) 접근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두 번째, 디지털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내가 말하는 ‘디지털’이란 광의의 의미로, 현실 세상과 대비되는 디지털 경험의 총체를 가리킨다. 디지털 세상과 현실 세상을 결합하는 경험 마케팅이 앞으로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싸움의 법칙’이 될 것이다.

세 번째, 자신의 업무 영역을 좁은 테두리 안에 가두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내게 “하는 일이 뭐냐”고 물을 때 “전시 일을 한다”고 답한다면 그건 스스로의 가능성을 축소하는 셈이다. “경험을 디자인한다”고 대답하라. 사실 그것이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이고, 또 그렇게 생각해야 실제로 사람들의 삶과 경험을 더 잘 ‘디자인’할 수 있다.

2017.04.03. 10:00

이 달의 주제 ‘Own X Experience’와 관련된 신조어 및 관련 개념에 대한 소개.

피지털 콘텐츠(Phygital Contents)

 

포모증후군

 

사토리족

 

 

2017.04.03. 10:00

메이크업의 역사는 ‘쿠션’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쿠션은 전 세계 여성들의 화장 패턴을 바꿔 놓았다.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은 물론 휴대하기도 편리하고 수정 화장도 쉽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에서 진행한 조사에 의하면, 쿠션을 사용한 후로 여성들이 사용하는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의 개수가 평균 2.2개에서 1.7개로 줄어들었으며, 화장 시간도 평균 13분에서 7분으로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 쿠션 홍수

쿠션이 여성들의 화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제품이 되면서 국내 브랜드뿐 아니라 세계적 브랜드에서도 쿠션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1브랜드 1쿠션’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쿠션들이 포진돼 있는 쿠션의 홍수 시대. 소비자들은 그중 어떤 쿠션을 골라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최초로 쿠션 카테고리를 만든 아모레퍼시픽이 쿠션 오리지널 기업으로서 새로운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자 <쿠션의 진실>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다.

 

# 쿠션의 진실

예쁜 케이스나 유명 브랜드 로고 등에 혹해서 쿠션을 구매한 경험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쓰는 이 작은 쿠션 안에 사람들이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엄청난 기술력이 숨어 있다는 사실. 이번 <쿠션의 진실> 캠페인을 통해 쿠션을 단순히 액세서리로만 바라봤던 소비자들에게 기술력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작은 쿠션 안에 무슨 기술력이냐”며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모레퍼시픽에는 쿠션만을 연구하는 C-Lab(Cushion Laboratory)이 있다. 오로지 쿠션 제품만을 위해 많은 사람이 1년 365일 연구한다는 건 그 누구도 상상해 본 적 없을 것이다. 하지만 C-lab의 연구원들은 실제로 쿠션의 진화를 위해 “정말 그렇게까지 할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정교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이렇게 열정적, 전문적으로 쿠션을 연구하는 C-lab 연구원들의 면모를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쿠션 전문가라는 의미의 ‘쿠셔니스트 (Cushionist)’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아모레퍼시픽 쿠셔니스트들의 쿠션에 대한 철학과 쿠션에 숨은 기술을 소비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영상에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 뷰티 실험 영상

백문이 불여일견! 쿠션 안에 숨겨진 기술을 아무리 백 마디 말로 설명한다고 해도, 눈으로 한번 확인하는 것만큼 확실한 건 없다. 그래서 실험실 속 연구원과 로봇 팔이 주인공이 돼 제품을 이야기하는, 뷰티 실험 영상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작년 11월, 쿠셔니스트들이 강풍기 바람을 이겨내고 땀을 뻘뻘 흘리며 흰 가루를 뒤집어쓰는 등 좀 황당한 실험을 하는 모습을 위트 있게 담아낸 티저 영상을 온에어하며 <쿠션의 진실> 캠페인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영상 곳곳에 쿠션을 배치해 영상 속에 등장하는 쿠션의 개수를 맞히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소비자들이 반복해 영상을 돌려보고, 자발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캠페인 10일 만에 2만 건의 참여가 이뤄지는 등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 <쿠션의 진실> 티저 영상

▲ <쿠션의 진실> 티징 이벤트

티저 영상 이후, 쿠션 속 숨겨진 기술을 알리는 <쿠션의 진실> 본편 영상들이 순차적으로 온에어되었다. 좋은 쿠션의 조건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은 ‘균일성’, ‘지속성’, ‘피부 효능’이라는 진실에 주목했다. <쿠션의 진실> 1차 ‘균일성 편’에서는 로봇 팔을 활용해 담지체를 수백 회씩 찍는 실험을 통해 내용물이 균일하게 발려 나오는 쿠션의 성능을 보여줬다.

<쿠션의 진실> 2차 ‘지속성 편’에서는 춥고 습하고 더운 극한의 상황 속에서 전구에 찍은 아모레퍼시픽 쿠션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재미 요소에만 치우치지 않고 온도, 습도 등 광고에 등장하는 실험 환경을 실제 아모레퍼시픽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테스트 조건에 맞추고, 실험을 위한 산업용 로봇을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하는 등 객관성을 높여 영상의 신뢰도를 제고시켰다.

▲ <쿠션의 진실> 균일성 편 영상

▲ <쿠션의 진실> 지속성 편 영상

 

# 화장품 광고의 트렌드를 바꾸다

미녀 스타들이 장악하고 있는 화장품 광고 시장에서 흰색 가운을 입은 남자와 로봇이 주인공이 된 이번 <쿠션의 진실> 영상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모델보다 제품의 기술력을 더 부각시키고자 했던 전략이 유효했던 것.

영상을 본 소비자들은 “아모레퍼시픽 쿠션이 이렇게 많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니 놀라워요”, “하나의 쿠션을 위해 이렇게 많은 공이 들어가는지 몰랐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으며, 티저 영상부터 <쿠션의 진실> 1차, 2차 영상들은 2017년 2월 기준, 누적 18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대망의 <쿠션의 진실> 3차가 4월에 밝혀지니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2017.04.03. 10:00

영화 <아이언 맨> 시리즈를 보면, 일정 관리부터 정보 검색까지 필요한 건 뭐든 척척 알아서 해주는 비서 ‘자비스’가 무척 갖고 싶어진다. 특히 밤 늦은 시간 불 끄러 가기 귀찮을 때, 리모콘이 없는데 채널을 돌리고 싶을 때 우리에게는 ‘자비스’가 무척 필요해진다. 영화 속, 상상 속 인공지능 이야기, 사실 지금도 가능하다. 바로 ‘기가지니’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인공지능 대격전!

2017년은 바야흐로 ‘인공지능’ 시대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MWC, CES 등 첨단 기술 대결의 장에서 각자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출시하며 인공지능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인공지능 비서 시장의 기존 강자 아마존은 ‘에코닷’이라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인공지능 비서를 소개했고, 구글은 ‘구글홈’이라는 검색 서비스 기반의 AI 제품을 만들어냈다. 국내에서는 KT와 SK텔레콤, 네이버가 저마다 인공지능 제품을 론칭하며, 새로운 인공지능 라이프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다.

 

새롭지만 익숙한 그대, 인공지능

클라이언트로부터 기가지니에 대한 광고 제작 요청을 받았다. 대단했다. TV 화면을 통해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라니! 취향에 맞는 콘텐츠 추천은 물론 사용자 기분에 어울리는 음악 재생, 영상 통화, IoT 연동까지 가능하다.

기존 통신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제품! 스마트폰 이후 통신 시장에는 8년이 넘도록 획기적인 신규 카테고리 제품이 사실상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기가지니의 출시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캠페인 기획 단계에 접어 들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꽤나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우선 유사 서비스가 많았다. 해외에서 이미 500만 대가 넘게 팔린 아마존 에코부터 구글홈, 젠하이저의 제품들이 나와 있었고,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우리보다 한 발 앞서 광고를 집행한 상황이었다. 더불어 ‘인공지능 비서’는 사실 익숙하지만 낯선 카테고리였다.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나랑은 상관 없을 것 같은 느낌’을 확실히 날려줄 새로움이 필요했다. 기가지니가 타사 제품과 차별화될 수 있는 콘셉트의 발굴, 소비자의 니즈를 일깨워 줄 수 있는 새로움의 발굴이 우리의 숙제였다.

▲ 인공지능 TV의 특장점은 정보를 화상으로 바로 출력해준다는 것

 

비서가 아닌 TV가 되자

기가지니가 타사 제품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TV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비서가 아닌 TV가 되어야 했다. 경쟁사의 서비스가 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만 소통하는 것과 달리, 기가지니는 TV를 통해 보면서 대화할 수 있다. ‘보인다’는 단순한 제품 속성이 아니다. 경험의 차원을 달리하는 KBF(Key buying factor)로의 가능성이 있었다.

예를 들어, 보여주는 인공지능은 버스가 언제 오는지 지루하게 읊지 않고, 바로 화상으로 출력한다. 정보 검색을 할 때도 듣기 평가처럼 귀기울여 들을 필요 없이 순식간에 이미지와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즉 소통의 속도가 다르다. 우리는 이 점에 착안해서 제품 콘셉트를 ‘인공지능 TV’로 정했다. 수많은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중 하나가 아니라, 눈으로 보고 대화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인공지능 TV’로 기가지니를 고객의 인식 속에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 영상 통화, 교통, 콘텐츠 추천, 음식 배달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기가지니

 

인공지능 TV, 더 친숙하게, 더 가까이

‘TV와의 인터랙션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자체의 낯섦을 해소하고, 소비자와 마음의 거리를 좁히자.’ 이는 우리가 재해석한 과제였다. 힘을 빼고 싶었다. 딱딱한 기술 상품인 만큼 고객의 마음에 들어가려면 기술보다는 생활과 사람에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새로 나오는 제품인 만큼 상세한 설명이 없으면 광고 자체의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해야 했다.

그래서 목적에 따라 채널을 분리했다. 콘텐츠 추천, 음악, 영상 통화, 검색, 음식 배달, 지도, 교통, 감성 대화 등 10개가 넘는 생소하고도 다양한 기능은 언론 홍보 영상과 매뉴얼 영상 4편을 통해 소화했고, 공략 타깃에 밀착하기 위한 콘텐츠 중심의 소재는 온라인 채널에 집중하기로 했다. 더불어 신기술 론칭을 대담하게 알리고, 기술 리더십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는 TV광고도 2편 제작해 론칭했다. 제작 기간은? 약 한 달에 불과했다.

▲ TV 광고 론칭 편

▲ TV 광고 본편

 

광고가 아닌 콘텐츠, 제품이 아닌 이야기

캠페인 히트의 사활은 온라인 영상에 달려 있었다. 무려 10개의 소재를 제작했다. 범람하는 자극적인 영상들 속에서 광고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세일즈 메시지보다는 ‘피식’할 수 있는 공감가는 상황의 발굴과 이야기의 힘이 필요했다. ‘기가지니가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의 생활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서 우리는 2주가 넘도록 주변의 사람이란 사람은 다 만나고 다니며 관찰 일기를 찍었다. 꼬마 아이, 중고등학생, 대학생, 부부, 할아버지, 할머니…. 그들과의 폭넓은 인터뷰를 통해 고객들이 기가지니를 쓰면서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상황을 찾고 또 찾았다. 우리의 삶 속에서 기가지니가 자연스럽게 쓰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소비자들이 마음을 열 것 아닌가.

결국 짝사랑하던 오빠 집에 놀러온 여학생, 바쁘게 살기로 결심한 신입사원, 스페인 요리에 도전하는 신혼부부 등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최적의 주인공을 발견했고, 위트가 넘치는 기가지니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결과는? 성공적!

 

바이럴 광고 콘텐츠의 역할

온에어 후 한 달도 안 돼 온라인에서만 1700만의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초도 물량이 소진돼 공급이 부족한 상황. “영화 좀 추천해 줘 지니야”라는 오빠의 말에 “오빠가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라고 답하는 귀여운 ‘박진희’ 학생을 보고 수많은 ‘진희’들을 태그하는 댓글이 백여 개 이상 달렸다. 터져나오는 방귀를 숨기기 위해 기가지니를 통해 음악을 트는 새댁과 이를 간파하고 공기청정기를 켜는 남편의 모습에 소비자들은 “우리 이야기 같다”며 공감했다.

기가지니 바이럴 캠페인의 성공은 신제품이 고객에게 ‘My Brand’로 자리 잡으려면, 결국 ‘나와 상관있는 이야기’가 핵심임을 알려주었다. 생소한 제품 스팩과 기능을 알려주기보다는 공감가는 상황과 웃음으로 제품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 그것이 바이럴 광고 콘텐츠의 역할이라는 점을 다시금 배울 수 있었다.

광고를 제작하기 전까지 솔직히 인공지능 TV는 내게도 먼 이야기였다. 하지만 제품을 이해하고 공감가는 상황을 발굴해 가는 과정에서 인공지능 TV는 언젠가 스마트폰처럼 우리의 생활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을 예감했다. 이번 기가지니 캠페인을 통해 인공지능을 한결 친숙하게 대중에게 소개한 것 같아 작전은 성공이다. 차기 캠페인부터는 ‘기가지니가 인공지능 TV로서 줄 수 있는 차별적 가치’를 통해 바뀌어가는 우리의 일상을 보여주려고 한다. “기가지니, 심심해!”라고 외치면, TV에서 온갖 재미있는 것들이 나올 테니 기대하시라!

2017.04.03. 10:00

KT 기가지니 론칭 편_TV광고  

 

KT 기가지니 본편 _ TV광고

 

KT 라인키즈폰2 _ 디지털

 

이베이코리아 G마켓 ‘브랜드를 다담다’ 메인 편 _ TV광고

 

이베이코리아 G마켓 ‘브랜드를 다담다’ 슈퍼브랜드딜 배스킨라빈스 편 _ 디지털

 

이베이코리아 G마켓 ‘브랜드를 다담다’ 슈퍼브랜드딜 샘소나이트 편 _ TV광고

 

이베이코리아 G마켓 ‘브랜드를 다담다’ 슈퍼브랜드딜 미녀와야수 편 _ 디지털

 

네시삼십삼분 영웅 시즌3 업데이트 이순신 편 _ TV광고

 

네시삼십삼분 영웅 시즌4 업데이트 황진이 편 _ TV광고

 

네파 SS 프리모션 편 _ TV광고

 

버거킹 영킹스낵 편 _ TV광고

 

버거킹 버거킹 X 산이 ‘내가 너가’ _ Music Video

 

버거킹 영킹스낵 _ 인쇄광고

 

동서식품 모카골드 요즘은 이렇게 탑니다 A 편 _ TV광고

 

동서식품 모카골드 요즘은 이렇게 탑니다 B 편 _ TV광고

 

매일유업 BIO 블루베리드링킹 편 _ TV광고

 

매일유업 상하치즈 더블업 치즈 편 _ TV광고

 

매일유업 상하치즈 더블업 토스트 편 _ TV광고

 

삼천리자전거 산신령 편 _ 디지털

 

삼천리자전거 엔진업 편 _ 디지털

 

한국지엠 쉐보레 ALL NEW CRUZE 미드나잇 데이트 편 _ TV광고

 

한국지엠 쉐보레 ALL NEW CRUZE 윈터 챌린지 편 _ TV광고

 

오비맥주 카스 후레쉬 New Bottle _ 옥외광고

 

삼성증권 초밀착투자관리 디지털 고객관리 편 _ 디지털

 

삼성증권 초밀착투자관리 편리한 계좌개설 편 _ 디지털

 

삼성증권 초밀착투자관리 수수료 무료 편 _ 디지털

 

삼성전자 삼성 노트북 9 Always 대용량 배터리 편 _ 인쇄광고

 

삼성전자 삼성 노트북 9Always 충전 편 _ 인쇄광고

 

삼성전자 플렉스워시 _ TV광고

 

삼성전자 갤럭시 완성이자 새로운 시작 편 _ TV광고

 

샘소나이트 Samsonite Magpie _ 리테일 [홍콩법인]

 

MTR Courtesy Campaign _옥외광고 [홍콩법인]

 

삼성전자 Galaxy C Pro Series 론칭 _ 인쇄광고 [홍콩법인]

 

삼성전자 Corp Citizen _ 디지털 [러시아법인]

 

삼성전자 SpaceMax _ 인쇄광고 [폴란드법인]

 

삼성전자 GALAXY J2 prime _ TV광고 [필리핀법인]

 

삼성전자 GALAXY A _ TV광고 [칠레법인]

 

삼성전자 GALAXY A LIVE _ 이벤트 [칠레법인]

 

삼성전자 GALAXY A _ 인쇄광고 [칠레법인]

2017.04.03. 10:00

풍운의 꿈을 안고 광고회사에 입사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애드페스트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한다. 하지만 보기 좋게 탈락. 그 후 청년은 태국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로부터 20년 후. 그 청년은 머리 희끗한 중년의 모습으로 다시 파타야 해변가에 나타난다. 바로 애드페스트의 심사위원이 돼서 말이다. “네가 감히 날 물먹였어?!”라는 눈빛으로. 애드페스트 20주년을 맞아 잠시 떠올려본 상상이다. 

 

애드페스트 20주년

아무것도 몰랐던 햇병아리가 어느새 광고계를 주름잡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됐을 시간. 700여 점 출품작으로 시작된 애드페스트가 3000여 점이 넘는 아시아 대표 광고제로 성장한 시간. 그 20년 동안 크리에이티브의 트렌드는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TV와 인쇄 중심의 ATL에서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으로, 그리고 다시 모바일 플랫폼으로. 과연 다음 바통을 넘겨받을 주자는 누구일까? 애드페스트 2017에 그 힌트가 있을까?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의 등장

애드페스트 2017의 테마는 ‘20 Years of Diversity’였다. 그야말로 다양한 카테고리 아래 다양한 크리에이티브가 펼쳐진 다양성의 향연이었다. 그중에도 역시 모바일을 활용한 광고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주목할 점은 모바일이 더 이상 뉴미디어가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로 다뤄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바로 새로운 언어를 쓰는 종족,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들이 광고의 주요 타깃으로 급부상한 까닭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 잠금해제 능력을 자동 탑재했다는 세대들. 그들에게 ‘Mobile’과 ‘Life’는 아마 같은 단어일지도 모른다.

바이럴 필름과 모바일 부문에서 나란히 골드를 수상한 <Native Mobile Music Video>가 그 단적인 예다. TV나 컴퓨터의 가로 중심 화면에서 벗어나 모바일의 세로 화면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는 그 내용 역시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영상통화를 넘나들며 모바일 라이프 자체를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만들어버렸다. 덕분에 가로 화면에 익숙한 늙은(?) 세대들은 의문의 1패를 당했다고 한다. 절대 내 얘기는 아니다.

▲ Native Mobile Music Video

다이렉트 부문에서 금상과 은상을 수상한 <Safe & Sound Music Player> 캠페인 역시 모바일 네이티브의 인사이트를 꿰뚫었다. 길에서 헤드폰을 즐겨 쓰는 태국 젊은이들에게 LMG 보험회사가 새로운 뮤직플레이어 앱을 선물했다. 위험한 찻길에 접근하면 저절로 사운드가 줄어들어서 바깥의 소음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위험하니까 보험에 가입하라는 말보다 새로운 뮤직플레이어를 권해주는 아이디어라니. 보험 영업사원 열 명보다 낫지 않은가?

▲ Safe & Sound Music Player

또 하나의 귀여운 아이디어는 NTT Docomo의 <Toilet Paper for Smartphones> 캠페인이다. 스마트폰의 세균은 화장실보다 5배나 많다. 그렇다 한들 우리 타깃들이 어디 스마트폰을 안 쓸 종족인가. 그래서 도코모는 나리타공항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닦는 조그만 두루마리 휴지를 달았다. 도코모의 공용 와이파이와 여행 가이드 앱 정보까지 적혀 있는 스마트폰 전용 휴지. “이것이 일본식 환대”라고 너스레 떠는 카피는 귀엽다 못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 Toilet Paper for Smartphones

‘설마 모바일이 내 카테고리까지 넘보겠어?’라며 여유를 부리던 아웃도어 부문조차 그랑프리를 모바일에게 빼앗겼다. 이쯤 되면 깡패 수준이다. 바로 호주관광청의 <Giga Selfie> 캠페인. 역시 여행 셀카를 빼놓지 않는 모바일 네이티브를 위한 아이디어다. 호주의 거대한 풍경도 찍고 싶고 자신의 셀카도 찍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큰 셀카를 찍게 해주는 것이다. 100m 밖에서 찍어주는 1기가짜리 빅 셀피(Big Selfie)라니, 그야말로 빅 아이디어(Big Idea)일 수 밖에.

▲ Giga Selfie

 

그럼에도 아이디어, 아이디어

그럼 모바일 네이티브를 위한 광고가 이번 애드페스트의 히어로였는가? 그건 아니다. 모바일과 전혀 상관없이 이번 애드페스트에서 큰 주목을 받은 작품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그랑프리, 골드, 실버를 쓰나미처럼 휩쓸어버린 <The Unusual Football Field> 캠페인이다. 집과 쓰레기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방콕 클롱 도이 지역의 자투리땅을 특별한 축구장으로 만든 것이다. 이 작고 삐뚤빼뚤한 축구장은 쓰레기로 채워졌던 쓸모 없는 공간을 아이들의 웃음과 즐거움과 땀으로 채워줬다. 태국 1위 부동산 개발회사 AP Thailand의 ‘공간이 삶을 바꾼다’라는 철학을 그대로 녹여낸 수작이었다.

특히 다른 나라에선 시도할 수 없는 오직 그들만의 로컬 인사이트였기 때문에 더욱 유니크하고 파워풀했을 것이다. Droga5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테드 로이어(Ted Royer) 역시 “로컬 인사이트 작품을 심사할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말했으니, 다시 되새겨본다. 로컬 인사이트의 힘.

▲ The Unusual Football Field

두 번째는 골드 2개와 실버 2개를 거머쥔 제일기획의 < HEATTECH Window> 캠페인이다. 이번 애드페스트에서 제일기획은 총 14개의 본상을 수상해 역대 최다 기록을 갱신했는데, 이 캠페인이 한몫 제대로 했다고나 할까. ‘히트텍이라는 옷처럼 히트텍 광고도 실제로 고객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줄 수 없을까?’라는 발상은 지금까지 해왔던 제품 따로 광고 따로의 관성적인 크리에이티브에 일침을 가했다. 작년 겨울에도 우리 집 창문에 붙였던 그 뽁뽁이였는데, 히트텍 로고만 하나 붙여서 이런 기막힌 아이디어를 만들어버리다니. 아…! 살살 배가 아픈 것은, 비밀이다.

▲ HEATTECH Window

 

광고쟁이들이 여전히 해야 할 일

모바일 네이티브들도 언젠가는 광고 타깃의 VIP석을 다음 세대에게 양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광고쟁이들은 하이에나처럼 또 다음 트렌드를 찾아 헤맬 것이다. VR 가상현실일까? AI 인공지능일까? Who knows? 중요한 것은, 그리고 다행인 것은, 크리에이티브의 본질은 20년 전에도, 지금에도, 먼 훗날에도 늘 똑같다는 것이다. 타깃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것. 시대적 유행을 따르지 않아도 뛰어난 인사이트 하나로 그랑프리와 골드를 거머쥔 위의 수상작들이 그 증거다.

그러니 광고인들이여, 어느 날 갑자기 영화 <콘택트>처럼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하게 되더라도, 그리고 그(것)들에게 신형 우주선을 광고해야 하는 위기에 닥치더라도, 우리는 늘 하던 일을 하면 되리라. 외계인 인사이트 찾기. 흠, 일단은 사람이 사람에게 광고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자위하며, 다음 번 광고제 참가자에게 더 뛰어난 크리에이티브 트렌드를 찾을 수 있는 기회을 넘긴다. 기쁘게 받아주시길.

 

2017.04.03. 10:00

입사 4년 차, 대리 1년 차. 날마다 새로운 도전이었던 신입사원 시절이 어렴풋해지기 시작할 때. 업무 흐름에 점차 능숙해지고, 어쩌면 능숙해지고 있다고 착각할 때. 그럴 때 영로터스라는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누구에게나 통하는 아이디어

입사 동기이자 같이 여행까지 다니는 절친한 친구 정민희 프로와 함께하게 돼 더 들떴고 또 든든했다. 늘 합이 잘 맞는 우리였기에 이번에도 충분히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일단 한국의 시린 겨울을 벗어나 파타야의 강렬한 햇살을 맞는 것만으로 좋았다. 툭툭을 탈 때 자칫 방심하면 도로로 굴러떨어질 것 같은 그 허술함조차 스릴 있었다. 우리는 생애 첫 광고제를 즐길 준비가 돼 있었다. 실상은 다음 날부터 에어컨 바람에 냉방병에 걸릴 뻔 했지만 말이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계속되는 세션에 파타야까지 와서 덜덜 떨어야만 했다.

차가운 공기와는 별개로 세션들은 매우 흥미로웠다. 애드페스트의 Co-chairman인 Sagar의 ‘9가지 감정에 대한 이론’에 대해 다른 나라 참가자들이 각자 들려준 이야기들이라든지, 제일기획 이경주 CD님의 ‘Weapon for the Everyday Creative’ 세션에서 잡코리아 광고 사례를 보고 그 자리에 있던 영로터스 참가자들 모두가 웃음이 터져버린 건 꽤나 놀라운 경험이었다. 지역에 특화돼 있다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이 사실은 대부분 보편적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 좋은 생각들은 역시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통하기 마련이다.

 

과제가 주어지다

세션 내에서 의견을 나누고 점심,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영로터스 참가자들은 서로 빠르게 가까워졌다. 업종, 나이, 문화권까지 비슷하니 이질감도 없었다. 이름과 소속만 알고 나면 이미 오랜 친구 사이처럼 친근해졌다. 특히 아시아권 참가자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생각보다 꽤 높았다. K-pop, 드라마, 간단한 한국어까지 건네오며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다들 하나같이 “가지마~”라는 말을 알고 있었는데, 한국 드라마에 그 대사가 자주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얼마나 신파적인가. 어쨌든 정작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K-culture의 덕을 본 순간이었다.

셋째 날, 크리에이티브 브리프가 발표됐다. 광고해야 할 대상은 ‘애드페스트’ 그 자체. ‘Create with a Swagger’라는 주제를 담아, 영 크리에이터들을 타깃으로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지속 가능한 캠페인을 제작하는 것이 과제였다. 오티를 받으면 자기도 모르게 생각에 빠져드는 건 만국 공통 광고인의 직업병인가 보다. 종일 재잘대던 아이들이 동시에 입을 꾹 다물었다. 점심을 먹는 내내 식탁엔 정적이 흘렀다.

 

당당히 프레젠테이션을 하기까지

우리도 딱히 이렇다 할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초점을 맞추어야 할 부분이 애드페스트인지, 영 크리에이터스(Young Creators)인지, 디지털 플랫폼인지 혼란스러웠다.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인데, 12시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아이디어조차 정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새벽 한 시, 더 이상 지체할 순 없었다. 캠페인 아이디어를 결정해야 했다. 밤 새우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제한된 시간 내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집중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따사로운 파타야의 햇살이 이젠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 아이디어 회의 중인 박지현 프로와 정민희 프로

열 다섯 팀 중 다섯 팀. 수백 명의 청중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파이널리스트 팀에 들었을 때, 그래서 기쁨보단 걱정이 먼저 앞섰다. 다행히 이번 해에는 다음 날까지 PT할 파일을 제출할 수 있었다. 반나절의 여유가 더 생기자 불필요한 부분은 빼고 메시지를 분명하게 정리했다. 예선 심사 후 이미 일본 팀의 점수가 월등히 높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우리 자신이 만족할 만한 아이디어로 사람들 앞에 서고 싶었다. 정리가 되고 나니 그제야 여유가 생기고 스웩이 나오더라. 더 적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나중엔 충만한 자신감에 발표가 너무 허세스러워 보이진 않을 지 걱정될 정도였다.

▲ 자신감 있게 진행한 프레젠테이션

 

Create with a Swagger

상은 타지 못했다. 그래도 즐거웠으니 됐다. 허세스럽대도 할 수 없다. 애드페스트에 참가한 수백 명의 광고인 앞에서 우리는 당당히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자신감은 즐거움으로부터 온다. 즐거움은 오롯이 나다울 수 있을 때 온다. BBC에 생중계되는 줄도 모르고 당당히 걸어들어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부산대 켈리교수의 앙증맞은 딸 메리언처럼 말이다.

클라이언트를 어떻게 만족시킬까, 타깃을 어떻게 설득할까, 그 전에 스스로가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1등한 일본팀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일본스럽다’고 했다. 칭찬의 의미였다. 클라이언트나 타깃보다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즐기면서 하는 게 보였기에 ‘Create with a Swagger’라는 주제와 잘 부합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팀 역시 우리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했기에 수상에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패가 아닌 근사한 경험이었고, 그렇게 커다란 과정의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열정이 넘쳤던 영로터스 친구들

입사 4년 차, 대리 1년 차. 중요한 것을 잊기 쉬운 시기다. 클라이언트에게 잘 맞추는 것. 새로운 툴을 발견하는 것. 수상 실적을 올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언제나 나 다움을 잃지 말고 즐기면서 할 것을 이 곳 영로터스에서 되새기고 간다. 또한 다른 나라의 광고하는 또래 친구들과 진한 추억을 쌓은 것 또한 큰 소득이다. 같이 밤새 일하고 마시면서 대화하고 자극받는 시간이 좋았다. 다들 열정이 대단했고 그것이 서로에게 전해져 힘이 됐다. 다만 애드페스트 세션들과 아름다운 파타야를 둘러볼 시간이 부족해 무척 아쉬웠으니, 다음에 참관단으로 꼭 다시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도 내 최고의 파트너 정민희 프로와 함께 말이다.

2017.04.03. 10:00

미국에서 여성들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된 건 1920년이다. 영국에서는 1928년에야 남녀에게 동등한 투표권이 인정됐다. 기나긴 인류 역사에 비춰볼 때 여성 폄하 시각이 바뀐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활동이 크게 늘어났다. 사회 각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며 ‘금녀(禁女)’의 벽을 무너뜨려온 여성들은 기업에게는 효과적인 마케팅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직업에 성별이 있나요?

지난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 109년 전 미국의 여성 섬유노동자 1만 5000여 명이 뉴욕 러트거스 광장에 모여 “We want bread, but roses, too”를 외치며 생존권과 여성 참정권을 동시에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후 그 날이 되면 전 세계에서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열리게 됐으며, ‘세계 여성의 해’였던1975년, UN이 3월 8일을 공식적인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한다.

올해도 세계 각국에서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열리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해 ‘올해의 여성운동상’, ‘여성운동 특별상’, ‘성평등 디딤돌’ 등을 시상했다. 특히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이 있는 3월을 ‘Women’s History Month’로 지정해 더 적극적인 행사들을 개최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이에 동참하고 있다.

 

#StrengthHasNoGender

그중 미국의 페이퍼타월 브랜드 Brawney의 캠페인을 소개한다. 3월 ‘Women’s History Month’를 맞아 1974년부터 Brawney를 대표해온 Brawney Man이 깜짝 변신을 감행한다. 미국에선 로널드 맥도널드(Ronald McDonald), 졸리 그린 자이언트(Jolly Green Giant)만큼이나 유명한 남성적인 브랜드 아이콘 Brawney Man이 한 달 동안 Brawney Man과 같은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여성의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다.

▲ Brawney Man과 같은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여성의 이미지로 바꾼 패키지

Brawney의 패키지 리디자인은 작년부터 시작한 #StrengthHasNoGender 캠페인의 일환으로서 이 캠페인은 전통적으로 남자가 지배해 왔던 군인, 의사, 엔지니어, 소방관, 과학자, 개발자 등의 직업에서 벽을 무너뜨린 이 시대의 여성들을 소개해 왔다.

▲ Dr. Anna Kornbrot 영상 ⒸBrawnyTowels

▲ Breaking Barriers 영상 ⒸBrawnyTowels

▲ Vernice Armour 영상 ⒸBrawnyTowels

바뀐 패키지를 본 소비자들은 SNS 댓글을 통해 “왜 한 달만 진행하느냐”, “왜 백인 여성 중심이냐”, “남자 아이콘은 이제 안 쓰냐” 등 많은 관심을 표현했다. 크리에이티브한 캠페인이라기보다는 적절한 타이밍을 캐치해 주요 타깃인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전략적인 캠페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TV 광고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접점인 패키지까지 바꾼 과감함이 돋보인다.

한국 사회에서도 여성의 역할과 지위는 엄청난 변화를 맞고 있는 중이다. 영화와 드라마 광고에서도 능동적이고 강인한 여성상이 이미 자리를 잡은 지 오래. 이제 어떤 분야에서도 남성이냐 여성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냐’가 중요한 시대다.

 

2017.04.03. 10:00

UX란 디지털 디바이스 사용자가 온라인 세계에서 누리는 경험(Experience)을 가리키는 용어로, 애플 부사장과 HP 대표를 역임한 돈 노먼(Don Norman)이 만든 말이다. 그는 이전까지 사용됐던 ‘인터페이스’의 개념을 확장,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부분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경험’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그러나 온라인과 오프라인, 디지털과 실제 사이의 이음새가 날로 매끄러워지면서 사용자 경험 역시 특정한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게 됐고, 한결 더 확장된 개념을 사용해 사용자가 어떤 제품/서비스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고, 반응하고, 인터랙션하는 총체적 맥락(Context)을 가리킬 필요성이 커지게 됐다.

 

디지털 세계와 실제 세계를 모두 포함하는 UX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IoT 환경의 확산, 축적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발달 및 디지털 세계를 ‘현실처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UX는 다양한 각도로 증폭되고 있다. 많은 UX 전문지에서도 주목해야 할 사용자 경험 관련 기술로 인공지능과 VR 등을 꼽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부응하는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기 위한 키워드들을 살펴보자.

 

사용성과 접근성, UX는 사회 정의의 문제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개발도상국에 중저가형 모바일 디바이스가 보급되면서, 단지 ‘밀레니얼’이나 ‘제너레이션Z’처럼 모바일에 익숙한 소비자층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까지 포용할 수 있는 UX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UX란 본질적으로 사용성(Usability)과 접근성(Accessibility)의 문제이므로, 아무리 세련되고 혁신적인 디자인이라 할지라도 새롭게 디지털 세계에 진입한 초보자(Digital Novice)들의 사용과 접근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재고할 여지가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얼마나 쉽고 빠르게 경험을 누릴 수 있는지가 새삼 중요해지는 현상을 IT 전문 미디어 『패스트컴퍼니』는 “사회 정의의 문제(It is about social justice)”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경험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UX를 설계하는 것은 단지 신규 유저들을 고객으로 포섭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모두가 모두에게 연결돼 있는 상황’에 익숙하고 따라서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을 브랜딩하는 데 관심이 높은 밀레니얼과 제너레이션Z의 욕구에 호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정의’, ‘사회 변화’, ‘공유’ 등은 매우 중요한 매력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본적인 사용성에 집중한 UX를 제공하는 사례로, 트위터의 공동창립자 에번 윌리엄스(Evan Williams)가 설립한 소셜 블로그 플랫폼 ‘미디엄(Medium)’을 꼽을 수 있다.

▲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도모한 미디엄 Ⓒmedium.com

미디엄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유저로 포진해 있는 ‘고품질 블로그(Quality Media)’로 이름이 높다. 에번 윌리엄스는 트위터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글을 쓰고 읽기 쉬운 플랫폼’을 지향해 서비스를 만들었으며, 화면 전체를 메모장처럼 쓸 수 있는 직관적인 툴을 제공한다. 덕분에 미디엄은 고유의 UX를 자랑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아,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을 얻을 수 있었다. 쉽고 익숙한 방식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함으로써 사용자가 만족스러운 경험을 누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례다.

 

인터랙션의 분절화, 인터랙션의 최대화

사용자는 제품/서비스 및 브랜드와 인터랙션하는 과정에서 유대감을 가지게 되므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의 인터랙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매 단계를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2014년 메이필더인터랙션 부사장 댄 새퍼(Dan Saffer)가 ‘마이크로인터랙션(Micro-interaction)’이란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이는 사용자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취하는 일련의 요소를 총칭하는 말로, 예컨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블루투스로 연결한다’는 행동을 세밀하게 쪼개 ①숨겨진 제어화면을 스와이프한다 ②블루투스 버튼을 토글한다 ③매칭 디바이스를 더블터치한다 식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처럼 마이크로인터랙션에 집중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최적의 경험을 줄 수 있는 동작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애플이나 구글이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버튼 크기, 슬라이드나 터치 방식 등 ‘작은 인터랙션’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이유도 사용감을 제고해 소비자들의 로열티를 얻기 위함이다.

▲ 햅틱 센서로 움직임을 인지하고 방향을 지시하는 시각장애인용 웨어러블 슈즈 ‘레칼’ ⒸDucereTechnologies

게다가 모바일 디바이스의 센서는 점점 더 섬세해지고 있으므로 인터랙션에 편리와 재미를 더할 수 있는 부분도 늘어나게 될 것이고, 마이크로인터랙션의 수준을 넘어서 나노인터랙션(Nano-interaction) 및 피코인터랙션(Pico-interaction)까지 살필 필요성이 생길 것이다. 햅틱 센서만 살펴봐도 터치, 스크롤, 핀치, 줌, 탭, 클릭, 토글 등 다양한 방식을 지원한다. 또한 웨어러블이 보편화되면서 외부 자극을 인지하고 그에 대해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터치포인트도 넓어진 만큼 사용자의 미묘한 움직임이나 체온, 맥박 같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가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를 이해하는 AI로 맞춤형 UX 제공

한편 자연어 처리나 데이터마이닝 등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사용자 가까이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에 대응해 개인화된 경험(Personalized Experience)을 제공할 수 있는 가상비서(VPA, Virtual Personal Assistant) 및 챗봇 솔루션도 UX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예컨대 애플 시리, MS 코타나, 구글 나우와 같은 VPA들은 사용자의 일상적 언어, 즉 자연어(Natural language)를 ‘명령(Input)’으로 이해해 받아들인다. 여타의 입력 행위 없이 음성 대화로만 원하는 결과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서비스가 온디맨드형으로 바뀔 수 있다. 또한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반복하면서 사용자의 연령, 성별, 위치, 취향 등 데이터를 학습하게 되기 때문에 점점 더 UX를 특정 사용자 맞춤형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

이처럼 사용자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최적의 콘텐츠를, 최적의 타이밍에, 최적의 형식으로’ 제공하는 반응형 서비스(Responsive Service)를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앱이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모바일 포맷으로, PC가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웹 포맷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식이다. 즉 콘텐츠 탐색, 열람, 공유, 구매 등 거의 모든 행위를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처리함으로써 사용자가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해 주는 챗봇 솔루션이 방증하듯 인공지능은 ‘검색의 시대’에서 ‘대화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지금 사용자에게 편리하고도 개인화된 형태의 UX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 기대감을 사고 있다.

 

VR이 제공하는 ‘확장된 세상’의 인터랙션

VR과 AR 및 유관 기술을 활용한 상품들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경계선이 무너지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 오큘러스, 소니가 약진하는 가운데 HTC가 공격적으로 보급 중인 VIVE라든지, 2017년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구글의 틸트브러시를 포함해 VR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여러 디바이스들이 출시되고 있다.

▲ 2017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구글 틸트브러쉬 ⒸGoogle

VR의 사전적 정의, 즉 “특정한 물리적 환경과 상황을 디지털 콘텐츠로 구현해 사용자가 마치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기술(한국정보화진흥원)”이 추구하는 바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인텔은 한걸음 더 나아가 ‘프로젝트 얼로이’를 통해 현실과 가상이 경계 없이 융합된 MR(Merged Reality, 복합현실)을 지향하고 있다. 그동안 가상과 현실을 구분했던 스크린의 의미가 탈색돼 가는 지금,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게 된 사용자에게 어떤 UX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대두된다.

▲ MR을 지향하는 인텔의 프로젝트 얼로이 ⒸIntel Newsroom

VR 기반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VR을 활용한 가상 탐사 및 견학 등 여러 소비자 대상 서비스들이 소개되고 있는 지금, UX와 관련해 얼마 전부터 새롭게 제기된 과제는 사용자의 언어적 대화 요소뿐만 아니라 보디랭귀지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까지도 문화적, 지역적, 국가적 맥락과 연계, 해석해 VR 세계에서 사용자 간 상호작용이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VR 콘텐츠 내에서 사용자가 특정 제스처를 취할 때, 또는 다른 사용자에게 어떤 행위를 할 때 그에 대해 콘텐츠가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야 비로소 완전한 형태의 몰입적 UX(Immersive UX)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미래 기술들

이 외에도 사용자가 현재 처한 상황이나 선호에 맞는 경험(Customized Experience)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의 감정을 인지하고 분석하는 기술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사용자가 해당 제품/서비스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과연 현재의 경험에 만족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주로 뇌파를 측정하는 기술(EEG), 모공의 땀을 분석하는 기술(GSR) 등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얼굴의 근육 움직임을 인지해 분석하는 얼굴인식 기술(Facial Recognition)도 즐겨 사용되고 있다. 특히 마케터들은 포커스그룹, 인터뷰 등 예전의 방식보다 한결 더 정확한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인식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다양한 디바이스와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IoT 고속통신망, 그를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 현실과 디지털 세계의 융합을 가속화하는 VR/AR 기술의 발달 등이 사용자를 둘러싼 상황 전체를 고려한 ‘총체적 UX(Holistic UX)’에 대한 요구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벽두를 장식했던 CES나 MWC 등에서 AI와 VR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고 있음을 뚜렷이 볼 수 있었듯이, 앞으로도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가 계속해 등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음성과 제스처, 장소와 날씨, 선호와 문화 등이 사용자의 명령 행위로 기능할 수 있게 되면서 그에 부응하는 포괄적 UX에 대한 고민도 요구된다. 앞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디지털 세계와 실제의 세계를 얼마나 매끄럽게 연결하며 사용자의 경험을 제고하는 제품과 서비스들이 등장하는지 기대해 본다.

 

2017.04.03. 10:00

“지상파TV 집행해야 해? 디지털에 해야 하는 거 아냐?” 축소되는 지상파TV 시장과 확대되는 디지털, 특히 모바일 시장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물론 모바일 사용자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모바일 only’ 사용자의 급증이 아니라 ‘TV와 모바일의 동시 소비’가 급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ROI를 중시하는 모바일 앱 기반의 퍼포먼스 클라이언트들이 TV광고에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는 것을 보면 TV 집행의 필요성을 역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지상파TV 업프런트의 특징

지상파TV의 광고 상품 판매 유형에는 업프런트, 정기물, 임시물 이렇게 세 가지가 있다. 이 중 업프런트는 장기 청약 방식으로 주요 프로그램을 지속 확보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한 보너스 및 CM 지정 가산율 등 베네핏을 통해 구매 효율화가 가능해 대부분의 클라이언트가 집행하고 싶어 하는 상품이기도 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양한 혜택으로 무장한 업프런트 판매 제도를 각 사별로 발표했다. 이번 업프런트의 가장 큰 특징은 ‘변동성의 축소’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업프런트의 경우 3개월 이상(SBS는 4개월), 청약금액의 80%만 집행하면 패널티가 없었으나 올해는 패널티가 강화됐다. 3사 모두 3개월 청약이 가능하나 KBS와 MBC는 청약금액의 100%, SBS는 90%를 집행해야 패널티가 없다(4개월부터는 3사 모두 청약금액의 90% 이상 집행 필요). KBS의 경우 매월 청약금액을 100% 이행하면 20%의 추가 보너스 혜택이 있다.

 

월 균등 장기 청약 클라이언트에게 혜택 강화

패널티가 강화된 만큼 월 균등 장기 청약 클라이언트의 혜택을 강화했다. 각 사별로 좀 더 살펴보면 KBS는 올해도 어김없이 프로그램 10% 할인 정책을 유지해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주말연속극, 개그콘서트, SB 제외). 또한 탄력형 대비 기본형의 보너스를 20~25% 추가 제공하고 있고, 기본형만 보너스 물량에 대해서 정기 1차 CM 지정이 가능해 좀 더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MBC는 집행 실적에 대한 보너스를 강화했다. 신청 내역 보너스 외 전년 집행 실적을 기준으로 보너스율을 10~30% 제공해 연속 청약 클라이언트 혜택을 유지했고, 집행 금액별 CM 지정 가산율을 5~20%까지 차별화하고 업프런트 보너스의 정기 1차 CM 지정이 가능해 효율적 집행이 가능토록 했다.

SBS는 집행 기간에 따른 차등을 없애고 금액별 구간을 단순화해 타사와 차별화시켰다. 또한 브랜드별 단기 집중 캠페인이 가능하도록 IMC 확장 단기 마케팅 집중형 상품을 구성했다. 지상파뿐만 아니라 SBS 미디어 넷에서도 가상/간접/일반 광고 및 콘텐츠 브랜디드 제작, 협찬을 같이 구현할 수 있는 상품으로 계약 총액 기준 50%의 보너스율 및 가상, 간접광고 집행 시 해당 방송일 프로그램에 주요 CM 위치를 보장해 효과와 효율을 한번에 확보 가능한 상품이기도 하다.

3개월 이상 캠페인을 계획한다면 주요 콘텐츠와 다양한 혜택으로 무장된 업프런트에 참여해, 지상파TV 예산을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하면 좋을 것이다. 청약 시점도 수시로 가능하니 캠페인 시작 전에 확인 후 참여한다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관련 문의: 미디어바잉팀 윤성욱프로

 

2017.04.03. 10:00

제일기획의 뉴스를 소개합니다.

애드페스트 광고제 역대 최다 수상

제일기획이 태국에서 열린 2017 아시아․태평양 광고 페스티벌(ADFEST)에서 역대 최다인 14개 본상을 수상했다. 본사와 해외 법인, 자회사에서 출품한 다양한 캠페인으로 역대 최다 규모인 36개 본선 진출 기록을 세웠으며, 이 중 금상 3개, 은상 8개, 동상 3개를 수상했다.

본사가 유니클로와 진행한 <히트텍 윈도우(HEATTECH Window)>는 다이렉트 부문 금상, 미디어 부문 금상 등 총 4개의 본상을 수상했다. 에어캡에 히트텍 브랜드 로고를 인쇄해 소비자들에게 증정, 가정과 사무실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유니클로 매장에도 부착해 높은 브랜드 홍보 효과를 거둔 캠페인이다.

또한 인도법인이 삼성전자와 진행한 <스프레드 더 조이(Spread the Joy)>는 삼성 브랜드숍에 진열된 조이 플러스 TV를 유기견 입양을 위한 창구로 활용한 캠페인으로 미디어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홍콩법인이 삼성전자, 홍콩 시각장애인연맹과 함께 진행한 <비 데어 아이즈(#BeTheirEyes)> 캠페인은 다이렉트 부문 은상 등 총 3개의 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 론칭피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한 <비피어리스(#BeFearless)>, 캐리비안베이와 진행한 <라이프 펌프(Life Pump)>, 인도법인의 <삼성서비스(#SamsungService)>, 홍콩법인의 <베리 초콜릿(Very Chocolate)> 캠페인도 본상을 수상했다.

▲ 유니클로 <히트텍 윈도우> 캠페인으로 애드페스트 광고제에서 미디어 부문 금상을 수상한 제일기획 직원들이 미디어 부문 심사위원장 빅터 망구리오(오른쪽)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캐나다 가격 전략 컨설팅 회사 PSL 인수

제일기획이 자회사 아이리스(iris)를 통해 캐나다의 B2B 가격 전략 컨설팅 전문회사인 PSL(Pricing Solutions Limited)을 인수했다. 가격 전략 컨설팅은 시장 및 고객 데이터를 조사․분석해 최적의 가격 전략을 도출하는 마케팅 솔루션이다. 구매 조건에 따른 가격 차별화 전략이 특히 중요한 B2B 분야에서 그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영국 B2B 마케팅 전문기업 파운디드(Founded)에 이은 이번 인수로 제일기획은 B2B 마케팅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PSL의 가격 전략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존 자회사 네크워크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7.04.03. 10:00